본문 바로가기
여행/'17 토스카나 지방

이탈리아 토스카나: 9박 10일 자전거 여행 계획과 일정

by 도시 관찰자 2017. 11. 23.

ⓒGoogle Map

2017년 8월 초중순에 다녀온 9박 10일간의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여행은 두 가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화되었다. 첫 번째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자전거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과거 이탈리아 여행에서 두 번 방문했었던 토스카나 지방의 루카Lucca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

즉, 자전거로 토스카나 지방을 순회하는 것이었다. 스쿠터 여행은 들어봤고, 자동차 여행이야 불편할 곳이 어디 있겠냐만, 토스카나 지방 자전거 여행은 쉽게 정보를 접해보지 못했는데, 그저 자전거 여행을 하지 않은 내 영역이 아니었을 뿐이었다. 인터넷을 잠시 검색해 보니, 토스카나 지방의 자전거 여행에 관한 수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선 큰 틀의 여행 동선을 계획했다. 피렌체에서 출발하여 아르노 강을 따라 Livorno까지 갔다가 Pisa-Lucca-Pistoia-Prato를 거쳐 피렌체로 돌아오는 동선이었다.

 

ⓒGoogle Map

이후 동선을 따라 개략적인 지형을 확인했다. 기차를 타는 것도, 자동차를 타는 것도 아닌 스스로 자전거와 짐을 끌고 이동해야 하는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전문가는커녕 아마추어 수준도 안 되는 자전거 애용인에 불과해서 고난도 코스를 선택해선 안 됐다.

나름 배낭여행도, 자동차 여행도 해봤지만 두 여행 모두 그 나름의 제약이 있었다. 전자는 목적지에 따라 여행 계획에 제약이 생긴다. 지역 내에서의 단거리 이동은 보통 편리하지만 지역과 지역을 옮겨 다니는 장거리 이동에서 불편한 경우가 많다. 특히, 덜 유명한 관광지나  작은 도시 등은 대중교통 운행 편이 적거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후자는 분명 자유로운 (장거리) 이동과 시관 관리를 허용하나, 생각보다 아무 곳에서나 멈출 수 없고, 아무 곳에나 오래 차를 둘 수 없는 의외의 자유롭지 못하다는 제약이 존재한다.

저울질을 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스쿠터나 자전거가 그 중간에서 양쪽의 단점을 줄이고(어디에서나 손쉽게 멈출 수 있고), 양쪽의 장점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여행 교통수단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잘 알려진 관광도시뿐만 아니라 그 사이의 크고 작은 도시를 답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두 교통수단이 최적의 옵션이었다. 스쿠터 역시 금전적으로 부담... 살짝 되었고, 자연스럽게 돈이 없으니 몸으로 동력을 해결하는... 자전거가 최종 이동수단이 되었다. 물론 돈보다는 올해 계속 자전거를 타왔고, 자전거라는 교통수단이 주는 자유에 흠뻑 빠진 상태였다는 점이 제일 컸다.

 

ⓒGoogle Earth

지속적으로 일정을 수정해 가며, 그리고 방문하고 싶은 크고 작은 도시를 지도 속에서 찾아가며 동선과 일정을 구체화시켰다. 위 동선은 최종적으로 실제 여행에 사용했던 동선이다. 동선을 잘 확인하면, 3곳의 거점 도시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정리된 동선은 도시 간 동선으로 세분화시켜 KMZ파일로 추출하였다. 이 데이터를 통해 GPS좌표값을 이용한 고도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MZ 등의 좌표 데이터가 존재하면 GPS VISUALIZER 홈페이지*에서 손쉽게 고도 정보를 분석 및 그림 파일로 저장할 수 있다.

* http://www.gpsvisualizer.com/elevation

** GPS VISUALIZER의 사용방법은 굉장히 간단하다. 해당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Upload a file 항목에 KMZ 등의 지원 파일을 업로드한다. 그리고 우측의 Draw a profile(미터 단위가 익숙하면 단위는 Metric으로 두면 됨) 버튼을 누르면 아래와 같은 이미지가 생성된다.

 

위 고도 정보는 자전거 이동 첫날 숙소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이 표의 왼쪽이 목적지(San Miniato), 오른쪽이 출발지(Empoli)였다.

숙소 도착 2km 전부터 경사로가 시작되는데... 약 120미터가량의 고도차를 약 10분 정도 경험하고 자전거를 끌어서 숙소에 도착한 뒤, 산악지형인 토스카나 지방의 자전거의 여행의 어려움을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분석한 고도자료는 실제 자전거 주행 환경과 체감상 대부분 동일하였고, 덕택에 고도 그리고 거리 등을 잘못 알고 있어 여행에 차질이 생긴 적은 없었다. 여행이 일정대로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은 날은 첫날뿐이었는데, 그것도 출발지였던 피렌체에서 갑작스러운 폭우와 자전거 배달 지연으로 인해 출발이 2시간가량 지연되어서 발생한 일이었다.

참고로 현재 거주 중인 베를린은 대부분 평지인 도시이고, 산이 아니라 숲이 가득한 도시다. 그래도 이 고도 분석 툴 덕택에 여행 2일 전까지 베를린 곳곳에 있는 언덕(Kreuzberg, Volkspark Humboltshain 등)을 찾아다니면 훈련을 했고, 그나마 큰 도움이 되었다.

 

위와 같은 지도상의 여행 준비와 더불어 여행 일정 준비도 동시에 차곡차곡 업데이트를 했다. 좌측의 표는 자전거 이동 구간, 이동 거리, 고도차(상승/하강), 예상 이동 시간을 정리하였고(고도차가 베를린보다 심한 점을 감안하여 시간당 15km를 기준으로 계산),

붉은색은 부담이 될 수 있는 수치(거리, 상승 고도, 이동시간), 주황색은 무난한 수치, 연두색은 여유 있는 수치로 나눠서 표현하여, 전체적인 자전거 여행의 지구력 그리고 근력적 부담이 분배되도록 일정을 조절하였다. 전반적으로는 하루에 자전거 이동이 3시간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였다. 그 이유는 여행의 목적이 자전거를 타는 자전거 여행이 아니라, 대중교통으로 손쉽게 갈 수 없는 작은 도시를 방문하기 위한 이동 도구로서 자전거를 선택했기 때문이고, 도시 내에서의 (도보) 여행이 주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우측의 표는 방문할 도시와 해당 도시에서 보낼 시간 그리고 이동시간을 감안하여 정리해 놓은 표이다. 붉은색 글씨는 중요일정 혹은 그 이상 늦으면 안 되는 일정이고, 주황색은 상황에 따라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였다. 9박 10일의 짧은 여행에서 숙박은 최대한 한도시에 2박씩 하는 것을 기준으로 세웠는데,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도시를 왕복하는 것 그리고 짐 없이 자전거 여행을 하는 날은 짐을 가진 채로 이동하는 것보다 체력을 많이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행 자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짐이 무겁고 많은 것이 아니라, 큰 상관은 없지만, 어디까지나 자전거는 이동수단이 우선이 되는 도구였고, 도시 여행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토스카나 지방의 오래된 도시들을 연결하는 역사적으로 오래된 도로 연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네트워킹 측면에서 옛날 옛적 보행과 마차의 이동거리를 기준으로 일정한 수준의 간격에 도시와 마을이 형성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여행 계획을 짤 때 위에 언급한 조건들에 맞추기가 수월한 편이었다.

 

이 여행을 상상케해준 도시 Lucca의 Figure and Ground Plan (Open Street Map 지도 데이터 활용)

이렇게 표로 정리된 일정과 지도상의 동선 등을 번갈아 확인해 가며 여행 일정을 최종적으로 결정을 지었다. 작은 도시들을 방문하다 보니 에어비앤비의 숙소의 선택지가 너무 좁아서, 영어도 거의 할 줄 모르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휴가용 별장이나 유스 호스텔에서 숙박을 하게 되었고, 조금씩 지쳐가는 그리고 한 도시에서 1박만 하던 후반부에는 호텔에서 숙박을 하였다. 이 역시 결과적은 좋은 판단이었다. (예산이 넉넉하면 계속 호텔에서 지내는 것도...) 재미난 점이라면, 아시안 여행객 그것도 독일에서 살면서 여름휴가를 자전거를 타고 토스카나 지방을 돌아다니는 아시안 여행객을 처음 본 호스트들을 모두 과할 정도로 친절했다는 것이고, 어찌 되었건 그들과의 만남 역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이동수단 자전거는 Bike Rental in Tuscany*라는 사이트를 통해 Trekking 자전거를 대여하였는데(8일간 대여비는 배달/픽업 비용 포함 165유로), 역시나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직원과 사장의 답답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첫날 자전거 배달 과정이 굉장히 불만족스러웠다. 우선 배달 시간이 명확히 명시되지 않은 채 오전, 오후로만 구분되어 예약을 할 수 있는데, 오전에 배달을 부탁했지만 자전거는 오후 2시를 넘어서 도착했다. 전화를 수차례 주고받았지만, 내가 영어로 말하면 이해는 하는 듯싶지만, 이탈리아어+영어가 섞인 횡설수설 답변만 하여서 불안감을 가중시켰고, 계속 언제 도착하는지 명확한 시간을 알려주지 않았다. 최소한 오전 배달을 요청했으면, 오후에 배달될 것 같으면 관련해서 연락을 줘야 하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 아무튼, 오전에 받으려던 자전거가 오후 2시 즈음 도착했을 때 피렌체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비에 대한 대비를 전혀 안 하고 갔던 여행이라 결과적으로 자전거 타고 가다가 물벼락을 맞지 않는 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불명확한 배달을 제외하곤 자전거 수준도, 가격도 그리고 직접 직원을 대면했을 때의 친절함도 만족스러웠다.

* https://www.bikerentalintuscany.com/

마지막으로 베를린에서 이탈리아로의 이동은 집에서 테겔 공항Flughafen Tegel에서 밀라노 리나테 공항Linate Airport으로 저가항공을 이용하였다. 베를린-피사 혹은 베를린-피렌체에 비해 운항 편이 많아서인지 저렴했고, 베를린-밀라노 비행 편 왕복이동 그리고 밀라노-피렌체 왕복 기차값과 공항 이동 교통편 등 모든 교통수단 비용을 합쳐도 앞서 언급한 두 항공편보다 저렴했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밀라노를 잠시 둘러보고 싶기도 했고.

이번 여행은 여행에 대한 생각을 넓혀준 잊지 못할 여행이 되었고, 기회가 되면 좀 더 좋은 자전거와 좀 더 좋은 숙소 그리고 좀 더 긴 일정으로 토스카나 지방을 다시 찾고 싶다. 약 11000장의 여행 사진 중 선택하고 다시 선택한 엄선된(?) 사진들과 간단한 기억 그리고 해당 도시에 관한 코멘트를 2017년 연말까지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기록할 예정이다.

* 이탈리아 지명에 대한 발음표기는 잘 알려진 지명인 경우 그 표기방식을 따르거나 (네이버 등의 사전에 등재된) 정해져 있는 표기를 따랐고, 그 한글로 된 문헌이나 기사 등에 없는 지명은 인터넷 영상 자료 등을 통해 발음을 확인하여 기록하였음.

** 각 글마다 혹시 자전거 여행에 대한 기억이나 팁이 생각나면 별도로 기록하였으나, 자전거 여행 초보자의 팁이니 대부분 이미 아는 내용이라 생각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