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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8 서울

서울 10/10: 제2 롯데월드 타워, 올림픽선수기자촌 그리고 둔촌주공아파트

by 도시 관찰자 2018. 12. 24.

마지막 날에는 가족들과 제2롯데월드 타워의 전망대를 방문했다. 어떤 자본이 쥐고 있는 권력과 그 권력이 줄 수 있는 혜택으로 점점 그 잘못됨에 무감각해지게 된다. 몽촌 토성의 모습이 정확히 보이던 풍경 1.


풍경 2. 건물 유형의 차이와 인프라의 차이.

최근 서울에서는 똥밭 속에 꽃이 피고 있는 중이다. 수많은 건축가들이 주택가에서 신축 건물을 그리고 증개축 건물을 설계하면서 주택가의 풍경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똥밭에서 피어난 몇 개의 꽃이 똥밭을 바꾸진 못한다. 도시의 인프라와 환경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택가의 쓰레기 문제, 주차 문제, 공원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단,중,장기의 계획이 필요하다. (그 집/ 그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이 똥이라는 것이 아니라, 주택가의 도시의 환경/인프라가 척박하다는 비유입니다.)

"골목에 침투한 젊은건축가들의 3-4층 규모의 근생시설/주택들. 가끔 아키데일리나 디진, 디자인붐에 소개되는 것을 볼때 단순히 건축이 아니라 주변 인프라가 개선되어야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그냥 아파트만 짓는게 가장 손쉬우니까 내버려 두는 주택가 인프라 문제들. 건축만 잘하면 뭐하나."


이정도 의 규모에서 작은 공원이나 공공 공간이 몇 곳이 더 명확하게 보여야 정상적 주거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주차공간 확보 조차 어려운 주택 건물과 대로변의 상가, 오피스 건물로만 가득찬 것이 서울의 섬세한 도시계획과 단지계획이 사실상 전무한 일반적인 주택가의 풍경 3.


풍경 4. 그렇기에 그런 도시민을 위한 인프라 공급이라는 공공의 책무를 떠넘길 수 있는 아파트 단지 개발이 끊임없이 이어져왔던 것이고, 그 확장은 끝을 모른다.


도저히 실내 디자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던 롯데월드 몰 식당가.


롯데월드. 강남투어 버스.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1, 잠시 시간이 나서 올림픽선수기자촌 단지를 잠깐 둘러보았다. 2,30년 된 여느 80년대 아파트 단지가 그렇듯, 수풀이 무성하고, 계획된 단지 속에 오랜 시간 거주민의 삶을 통해 만들어진 흔적들이 많이 보였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며 만들어지는 변화가 있다면, 애초에 결정된 수많은 것들. 적절해 보이는 밀도부터 차량이 중심이 되는 공간과 보행자가 중심이 되는 공간을 구분해놓은 계획까지 실내공간은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단지 옥외 공간은 정말 오랜 세월과 초기의 적절한 계획을 바탕으로 손 꼽을 만한 수준의 아파트 단지 공간이었다.


"서울 재건축 '블루칩'으로 꼽히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 추진을 준비 중이다. 정밀안전진단 추진을 위한 모금을 진행하고 최근 '스타 조합장' 출신을 초빙해 특별 강연을 개최하는 등 (...)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등에서 근무했던 한 조합장은 지난 2011년 17년간 표류했던 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장을 맡으며 사업 추진을 앞당긴 주인공이다. 2015년부터는 신반포3차와 경남 등 인근 5개 단지 통합재건축을 성사시키며 '스타 조합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 한 조합장은 이날 강연에서 참석자들에게 재건축 사업은 무조건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며 정부 정책과 상관없이 쉬지 말고 재건축 사업을 추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간혹 소식을 듣기에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최근에 올림픽선수촌 재건축 뿐만 아니라, 서울의 몇몇 아파트 단지 재건축에 대한 소식을 몇가지 듣게 되었는데, 기사의 논조가 재건축 등에 대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아래는 시사 저널의 그런 재건축 찬성 여론몰이를 하는 듯한 대표적인 기사 중 하나.

"저밀도 개발은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으나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한정된 토지를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제공하는 부작용. 반대로 고밀도 개발은 오히려 환경친화적"

고밀개발은 비교적 찬성이지만, 토지공개념, 세입자 권리를 충분히 지켜주는 임대제도,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 되지 않게끔 사유재산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환경 등 고밀도의 도시개발이 투기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조건 없이 고밀 개발을 할 때는 기사가 이야기하듯 사회 정의를 위한 개발이 아니게 된다. 수요공급의 논리도 소득계층에 따른 주택 수요공급을 비교하면 의미가 없어진다. 집 없는 청년들 평균적으로 다들 2,300만원 벌어먹고 사는 시대에, 고밀개발해서 잠실역에 20억짜리 아파트 혹은 100~300만원짜리 월세 입대주택 2만가구가 늘어난다한들 도대체 무슨 소용일까 생각하면 너무나 간단한 논리다. 기사의 주장과 다르게, 부익부 빈익빈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이시기에, 그러한 보호장치 없이는 도리어 기득권에게 더 많은 기득권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고밀 개발일 뿐이다.

"1970년 최초로 용적률 규정이 도입된 이래 용적률은 시대적 상황에 맞춰 낮아지기도, 높아지기도 했다. 미래세대를 위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책임은 기성세대에게 있고, 그 판단을 내릴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후세대에게 돈 뽑아낼 수 있을 것/세대간 착취의 순환을 만들 수 있는 건 "기성세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단물 빨아먹으려는 너무 노골적인 표현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대하기로는 소득에 비례하는) 적정한 임대료/집값의 그리고 거주에 적절한 수준의 주택이지, 비용, 환경 수준을 알 수 없는 개발업자, 공급업자의 논리에 놀아나는 수만채의 주택이 아니다.

아무튼 혹여나 재건축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더 꼼꼼하게 둘러보기 위해 방문을 하고 싶은 곳.


역시나 의도한 것은 아닌데 #2, 버스를 잘못타고 갔다가 빙 돌면서 볼 수 있었던 둔촌 주공 아파트.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프로젝트의 바로 그 곳이다.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를 보면 마음이 슬퍼지는 것이 언제가는 스스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던 적도 있는데, 이제는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건물이 헐리는 것이 슬픈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삶의 기억들이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 슬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안녕 둔촌주공아파트와 같이 사라질 장소에 대한 더 많은 그리고 더 다양한 기록이 남길 바라고 있다.


마지막날 밤. 독일로 떠나기 전 정리했을 때 사과상자로 약 27상자던 내 짐을 12상자로 줄였다. 그만큼 많은 것이 바뀌었고, 중요하기에, 보관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필요없는 것들이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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