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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트윗 10대 때 자주 꾼 꿈 중 하나가 바람에 둥둥 날아다니는 꿈이었다. 여유롭게 바람을 타고 세상을 관망하는 식의 낭만적인 꿈은 아니고, 보통 어둑어둑한 밤 배경으로 적에게서 도망을 가는 꿈이었다. 둥둥 날아다닌다고 했는데, 이 방식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지상에서 바람의 흐름을 타면 하늘로 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 있고, 이동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바람의 흐름을 따라다니는 편이었다. 그래서 바람을 못 타면 추락을 하게 되거나 바람을 잘못 타면 여기저기 원치 않는 곳으로 날아다니곤 했지만, 이 꿈을 자주 꿔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꽤 내 의지대로 바람을 탈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추격하는 무언가를 따돌리고 바람을 타고 수십 층짜리 거대한 건물의 옥상으로 옮겨가고, 거기서 바람을 타고 아래 아무것도 안보이는 하.. 2024. 2. 6.
트윗 007 기본적으로 내 삶을 대하는 태도가 긍정맨인데, 독일 생활 10년 차 즈음 되면서 찾게 된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해 요 며칠 좀 머릿속에서 정리를 했다. 베를린에는 아마도 독일에는 겨울에 얼음이 얼면 강이나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아이스하키를 하는 사람이 많고, 눈이 오면 동네 언덕과 뒷동산에 모여서 썰매를 타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다. 먼 옛날 옛적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런 풍경은 (특히, 스케이트의 경우) 서울에선 쉽게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아무튼 꽁꽁 언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1년에 며칠 안 되는 날에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다. 내년에는 얼음이 얼지 얼지 않을지 모르지만, 내년에도 며칠 정도 이 행복을 누리길 기대하며 한 해를 보낸다. 동네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동네 .. 2023. 12. 14.
006 트윗 약 1개월 반 만에 출근을 했다. 휴가는 아니었고 비자 문제로 인해 일을 할 수는 신분이 잠시 되었었다. 큰 문제가 발생해도 스트레스받는 타입이 아니라 최종 결정을 받기까지 1개월 반 동안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 집에서만 놀고먹고 지내다가 오랜만에 출근을 하는데, 출근길에 보이는 사람들이 뭔가 다 NPC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장 보러 가는 것, 인라인 스케이트 타는 것 외에 외출은 안 했고, 그 어느 때보다 더 온라인 세상과 디스코드에서의 삶에 심취했었던 지난 한 달 반이었다. 오랜만에 회사에 출근해서 이런저런 환영 인사를 온오프라인으로 받고 다시 일을 시작하는데, 이것이 부품의 삶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마음고생을 정말 안 하다시피 보내었지만, 회사에 복귀해서 약간의 스몰토크 이후 그간 아무 일도 .. 2023. 11. 23.
트윗 005 매년 베를린 마라톤과 이런저런 행사로 티어가르텐 일대의 교통이 통제가 되면 좋든 싫든 나는 내 자전거 출퇴근길 동선을 바꾸어야 한다. 원래 출퇴근길에서 자전거를 탈 때 신경 쓰이는 구간은 포츠다머 플라츠Potsdamer Platz - 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 구간인데 관광객도 많고, (질 낮은) 운전자들 그리고 대형 관광버스가 많기 때문이다. 티어가르텐 일대 교통 통제가 되면 택하는 동선은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 -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 - 베를린 성Berliner Schloss을 거쳐가게 되는데, 내 생각보다 관광객이나 차량으로 인한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없다. 원 동선은 개인 경험이나 거리 상 최적 동선이라고 생각하는 구간인데, (큰.. 2023. 10. 7.
004 트윗 물건 오래 쓰는 것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자연스럽게(?) 오래 쓰는 물건은 옷과 신발이다. 특히, 좋아하는 옷과 신발은 구멍이 나고, 찢어지고, 밖에서는 도저히 입고 다니기 어려운 수준까지 입고 신는 편이다. 어지간한 작은 구멍은 신경조차 안 쓰는 수준이고, 혹여나 누가 물어보면 고양이 발톱자국이라고 해야지 상상하는 편이다. (실제로 고양이 발톱으로 난 고양이 발톱 둘레 만한 구멍이긴 함.) 어느 순간 내가 정말로 애정했던 것과 오래 사용하면서 정이 들었던 것에 안녕을 고해야 할 순간이 오곤 한다. 지난 연휴 주말(독일은 10월 3일이 통일의 날 공휴일이라 징검다리 휴일이었고, 나는 연차 2개를 써서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휴일이었다.)에 오래 함께했던 쪼리(플립플랍)가 나를 떠나야만 했다.. 2023. 10. 5.
트윗 003 NOT BAD. 나쁘지 않아. 지금 열심히 즐기고 있는 게임에서 본의가 아니게 남을 평가하거나 피드백을 해주는 사회적 위치(?)에 오르게 되었는데, 상대의 플레이를 보며 자주 쓰는 말이 보통 not bad다. 블로그에 거진 1달 만에 별 내용 없는 글을 쓰고 있는데,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1년 넘게 방치하고 있던 곳에 1.5달 동안 글을 3개나 쓰는 건데. 나쁘지 않지. 아무튼 not bad는 좀 신기한 말이라는 생각을 이 말을 사용하면 할수록 하게 되는 것 같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도 있겠지만 (excellent을 기대한 사람한테, not bad는 실망스러운 평가일 것이고, bad를 생각했던 사람에게 not bad는 기쁜 평가일 것이고 등등) 나쁘지 않다(not bad)는 .. 2023. 9. 22.
002 트윗 이전 글에 썼던 엉망진창이었던 날씨의 시기가 지나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여름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런 날씨가 지속되니 휴가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직전까지 매년 어딘가로 여행을 갔다. 오랫동안 구글 지도 위성 이미지나 이런저런 정보를 바탕으로 가보고 싶은 도시를 꾸준히 저장해 왔고, 그런 도시를 묶어서 어떤 지역을 여행하거나 아니면 가고 싶은 도시에 일주일 내외를 묶는 식이었다. 전염병의 시대에 나는 약 10여 년간 애정하던 전공과 해당 분야의 직종에서 벗어 나와 전혀 다른 업계로 이직을 했다. 코로나 그리고 이직은 오랫동안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의문. 나는 휴가를 가는 것인가 아니면 도시 답사를 가는 것인가에 비교적 깔끔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는 휴가나.. 2023. 8. 25.
트윗 001 최근 베를린의 여름 날씨는 내가 베를린에서 살면서 경험했던 거의 최악의 날씨다. 기온은 20도 전후로 온화하지만, 겨울이나 다름없는 해는 안 뜨고 꿉꿉하고 틈만 나면 비가 오는 날씨가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평균적인 베를린의 여름 날씨와 비교했을 때 최악이라는... 1세계 거주민의 배부른 망언이다.) 어제 퇴근길에 문득 해와 함께 무지개가 뜨더라. 무지개를 뒤로 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이미 어느 정도 다짐하고 있던 것이었지만 트위터를 아니 X를 떠날 결심을 했다. 대단한 이유로 떠나는 것도 아니고 최근에 트위터 그리고 X에 벌어진 일의 영향이 없다곤 할 수 없지만, 2010년 8월에 트위터를 가입한 이래로 꾸준히 해왔으니 이미 떠났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 친구 그리고 심지어 애인도 내 .. 2023. 8. 2.
영화 <신의 손> 속 나폴리 플레비스키토 광장/ Piazza del Plebiscito in movie <the HAND of GOD>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이탈리아 영화 은 나폴리를 배경으로 하는 그리고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축구선수 마라도나가 중요한 소재(다만 마라도나나 축구 그 자체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영화는 아님)로 등장하는 성장 영화이다. 영화 자체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성장 영화(주인공이 이런저런 인물과 사건을 만나고 경험하며, 성장하고 꿈을 찾아가는)라서 이 영화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딱히 재미있게 본 영화도 아니다. 다만, 나폴리 도시(가난한 마피아의 도시 나폴리에 대한 인상/ Napoli)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영화 초반에 등장한 플레비스키토 광장(Piazza del Plebiscito)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짧게 기록을 남긴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80년도. 팔라쪼 아드리아노(.. 2021. 12. 28.
시네마 천국 속 추억의 도시, 이탈리아 팔라쪼 아드리아노/ Palazzo Adriano(Cinema Paradiso) * 이 글에는 시네마 천국 영화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습니다. 시칠리아 여행의 주요 목적은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의 주요 배경이었던 팔라쪼 아드리아노(Palazzo Adriano)와 체팔루(Cefalù) 그리고 카스텔부오노(Castelbuono)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체팔루는 극 중에서 해안가 야외 영화 상영 장면을 촬영한 장소인 항구(Porta Pescara)가 있는 곳이고, 팔라쪼 아드리아노는 극의 주요 배경인 영화관과 광장 그리고 토토네 집 등이 있는 도시 그리고 카스텔부오노는 토토가 어릴 적 다니던 학교 건물이 있는 도시다. 체팔루의 시원한 해안가 도시 풍경도 기억이 남지만, 그래도 수십 번을 본 시네마 천국의 주 배경인 팔라쪼 아드리아노를 방문했을 때는 뭔가 마음.. 2021. 5. 1.
2018 타이베이의 펑리수 및 가게 추천/ 鳳梨酥, Pineapple Cake 문득 적어보는 대만의 파인애플 케이크. 펑리수(鳳梨酥) 대만 여행을 앞두고 친구를 통해 펑리수라는 디저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유명한 기념품(?)이다 보니 펑리수의 존재를 모르고 갔더라도 여행 중에 몇 개의 펑리수를 사 먹어봤을 것이고, 유명한 가게에서 펑리수를 하나 둘 사 왔을 것이다. 하지만 펑리수에 대한 사전 인식과 묘한 기대를 바탕으로 갔었던 타이베이에서 나는 식후 최소 1 펑리수를 실천하였다. 눈 앞에 보이는 빵가게와 카페에서 파는 펑리수도 사 먹어보고, 한국의 수많은 블로그에서 사실상 광고를 하고 있는 펑리수도 사 먹어보고, 길거리 디저트 상점에서 한가득 쌓아놓고 파는 펑리수도 이것저것 먹어보았다. 3일 동안 못해도 20여 개의 펑리수를 먹어보았다. 펑리수의 주재료 중 하나인 파인애플.. 2020. 8. 15.
홍콩: 복잡한 관광도시 어느 관광도시가 안 그렇겠냐만은 관광도시로서 홍콩은 유독 좀 더 독특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짧은 여행 기간 동안 자주 들었다. 이 글은 그 생각에 대한 단편적인 나열. 홍콩은 가까이에서 어떤 노골적인 삶의 모습을 보고 체험하기에 정말 좋은 도시다. 각종 영화와 문화가 낭만화시킨 공간에는 관광객(관광지)과 거주민(주거지)이 뒤섞인 관광도시였다. 관광지에서 사기당하지 않고, 로컬처럼 편안하게(?) 동네를 즐긴다는 식의 최근 여행 트렌드라기보다는, 홍콩이라는 극한의 도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관음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동시에 도시 구석구석 유행하는 상품과 식품을 그리고 명품 쇼핑 등 소비를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수많은 이유로 이 도시에서 사람이 몰린만큼, 동시에 늘어나는 다양한 행사로 인해 .. 2020.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