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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강연

건축은 불타버려야 한다/ Architektur muss (b)rennen

Architektur muss brennen (건축은 불타버려야 한다)

EZB를 설계한 오스트리아 건축가 그룹 COOP HIMMELB(L)AU가 1980년 출간한 책의 제목이다. 3월 18일 EZB(유럽 중앙 은행)의 새로운 본사가 프랑크푸르트에 개장(?)한다. 유럽 각지의 사람들은 이날에 맞춰 BLOCKUPY를 준비 중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Coop Himmelblau의 작품은 누가 봐도 이상하고 기괴한 작품을 많이 한다. 이제는 좀 눈에 익숙해진 Frank O. Gehry나 Zaha Hadid의 작품과도 좀 다른 성격을 띠는 그룹이다.

1980년 Coop Himmelblau는 다음과 같은 허세 가득한 서문과 함께 그들의 작품집 <Architektur muss brennen>을 출판한다.

"우리는 70년대의 경직된 건축을 보며 얼마나 후진 시대였는지 읽어낼 수 있다. 비더마이어 양식의 파사드 뒤에 여론조사의 민주주의와 안주함[각주:1]이 자라나고 있다.

우리는 더는 (비더마이어 양식의) 평범한 건물을 짓고 싶지 않다. 지금도 아니고, 다른 때도 그러고 싶지 않다. 팔라디오도 다른 역사적인 형태를 보는 것도 지겹다. 왜냐하면, 우리는 건축에 있어서 논란이 될만한 건축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가진 건축을 원한다. 우리는 빛을 내고, 찌르고, 갈기갈기 찢고 스트레스 아래서 찢기는 건축을 원한다. 건축은 동굴 같고, 격렬하고, 잔잔하고, 견고하고, 야수적이고(Brutalism), 둥글고, 정겹고, 다채롭고, 외설적이고, 음탕하고, 몽상적이고, 봉합되고, verfehrnend(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Coop Himmelblau만의 단어), 축축하고, 건조하고 가슴을 뛰게 해야만 한다. 살거나 죽거나. 건축이 차가울 때는 얼음과 같이 차야 한다. 건축이 뜨거울 때는 화염에 휩싸인 날개처럼 뜨거워야 한다. 건축은 불타야만 한다." (Coop Himmelblau, p.2)


늘 베를린 Vierte Welt 공간에서는 Architektur muss (b)rennen 라는 제목으로 작은 토론회가 있었다. 꽤 사람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는데, 시작한 이후에도 사람들이 계속 몰려와서 작은 공간이지만 사람으로 꽉 찰 정도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멈추지 않는 위대한 사랑. (위 사진) 토론에 앞서 예술 평론가 Kerstin Stakemeier와 건축가 Robert Burghardt (사실 이 건축가는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독일어를 너무 못해서 다시는 안봤으면 좋겠지만, 자주 마주칠 것 같은 운명이다. 독일인인데 가끔 영어 할 때 더 잘하는 느낌)가 돌아가며 새로 지어진 EZB 건물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 Coop Himmelblau의 이전 작품 설명 그리고 Dekonstruktiv Architektur (해체주의 건축)과 관련 건축 담론과 역사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고작 1시간 넘게 설명하는 가운데 한국 건축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내용과 들을 수 없던 정치적인 키워드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신선했다.

아무래도 Coop Himmelblau라는 건축 그룹의 초창기 정치적이고 반항적인 스타일이었기에 그런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었고, 이 토론회 자체가 EZB와 유럽의 긴축정책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 제기 그리고 자본주의 그 자체에 비판을 하는 Blockupy 운동의 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있는 것이라 그런 성향이 더 강했던 것 같다. 아무튼, 문제는 그렇게 기존의 현실과 체제 등에 반항적이었던 건축 그룹이 이제는 유럽 자본의 중심이자 권력의 핵심인 EZB 본사 고층 건물을 설계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마냥 건축가를 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너무나 돈 중심으로 변해버린 세상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참고로 최근 건축 평론 계간지 <건축 평단>이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평소에 SNS 등으로 눈여겨보고 있던 사람들이 이 평론지에 좋은 평을 내리고 있어서 약간 기대를 하고 있다.

** 아래 왼쪽 포스터는 작품집 표지고, 우측은 이번 토론회 포스터이다. Blockupy용 포스터도 봤었고, 토론회에서 하나 챙겨왔는데, 인터넷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 물론 차이는 거의 없다. Berlin은 Blockupy가 벌어지는 Frankfurt am Main로 바뀌고, 3월 6일은 EZB가 개장하는 3월 18일로 바뀐다.


참조

Coop Himmelblau (1980). ARCHITEKTURE MUSS BRENNEN. Graz, TU Graz.

http://issuu.com/chbl/docs/coophimmelblau_architekturmussbrennen/64?e=4648389/3007314

http://www.coop-himmelblau.at/architecture/philosophy/architecture-must-blaze

http://www.zeit.de/1993/13/kein-herz-fuer-rechte-winkel

https://linksunten.indymedia.org/de/node/135972

http://de.wikipedia.org/wiki/Coop_Himmelb(l)au


  

원본 출처: http://issuu.com/chbl/docs/coophimmelblau_architekturmussbrennen/64?e=4648389/3007314

* 우측 변형본 출처: http://top-berlin.net/de/texte/beitraege/architektur-muss-brennen


  1. 이 사람들 독일어가 너무 어려워서 직역을 하게 된다. 이 문장은 특히 어색한데, 의역을 해보자면, 사람들이 고전적이고 평범한 주택에서 안락한 삶을 살고 있고, 민주주의는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가 아닌 설문조사에나 응답하고 투표하는 수준의 민주주의라며 못마땅해 하는 것이다. 그들은 너무나 고리타분하고 안락해져버린 (비더마이어 양식의) 건축을 문제시 삼고, 이후 문장에서 언급되는 수많은 수식어들이 상징하는 다양하고 실험적인 건축물을 만들어 이 상황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표출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