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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건축/베를린

110년 그리고 120년 전 베를린의 흔적/ Spar- und Bauverein

120년 전

Sickingenstraße, Berlin

Ein Blick in die Geschichte kann auch ein Blick in die Zukunft sein. (Renate Amann, 1992)

과거로의 시선은 미래로의 시선이 될 수도 있다.

자주 다니는 길은 아닌데, 간혹 산책을 할 겸 지나다니는 길이 있다. 그 길에서 한번 정말 오싹한 건물을 한번 봤던 기억이 난다. 겨울의 베를린 날씨는 거의 항상 음산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건물이 엄청나게 낡고 오래되 보였다. 요즘 조금씩 읽고 있는 한 책에서 문득 그 집과 거의 유사한 모습의 1894/95년도에 지어진 주택을 보았다. 헐, 정말 그 건물이었다. 무려 1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에서 오롯히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베를린은 도시의 90%이상(정확히는 98%)이 2차세계대전 이후에 파괴되었고, 복원 과정 중에서 대부분의 주택들은 과거의 모습으로 온전히 복원할 수 는 없었다. 돈도, 자재도, 인력도 부족했다. 대부분 과거의 배치나 평면은 어느정도 유지했지만, 화려했던 장식은 다 사라졌다. 지금 베를린의 주거단지들의 건축물들의 외관이 심심한 이유는 거의 대부분 그렇게 복원된 이후 딱히 장식을 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dolf Loos가 보면 좋아할지도.


Sickingenstraße, Berlin

아무튼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이 곳의 공동주택을 통해120년 전의 베를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1892년 당시 저축 및 건설 협회Spar- und Bauverein라는 단체가 공급한 첫 주택 건물만이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그 건물과 함께 과거의 협회는 현재 베를린 건설 및 주택협동조합Berliner Bau- und Wohnungsgenossenschaft von 1892라는 협동조합이 되어 베를린의 크고 작은 여러 주택협동조합과 함께 여전히 꾸준히 주택 공급을 하고 있다.

당시의 대안적인 주택 공급의 이유는 너무나도 열악했던 베를린의 주거 현실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 대량 공급되던 임대주택과 밀려오는 이민자와 노동자들로 주거 환경이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요는 많고 공급은 부족하니 임대료도 부르는게 값이었을 것이다. 지금이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혹은 지금이 더 안좋다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 대안적인 주택 공급이 시작된 것이다.


* Facade/ Renate Amann, Barbara, Klaus, Sylvia, Zwischen Tradition und Innovation 100 Jahre: Berliner Bau-und Wohnungsgenossenschaft von 1892. Berlin. Edition Hentrich. 1992

베를린에서는 이미 120년전 주택협동조합을 통해 새로운 주택 공급을 실험했다. 현재 베를린에는 주택건설그룹Baugruppe 혹은 주택건설협동조합Baugenossenschaft, 임대주택 신디케이트Miethäusersyndikat, 코하우징Cohousing 등등 수많은 대안 주택공급방식이 존재한다. 아마도 이런 대안적인 방식이 존재해왔기에 주택이 '삶의 공간'보다 '부동산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이 시대에 독일은 부동산에 밀리지 않고 저렴한 월세수준을 유지해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문제는 그런 베를린에서도 최근 몇년간 부동산 가치가 우위를 점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 Grundriss/ Renate Amann, Barbara, Klaus, Sylvia, Zwischen Tradition und Innovation 100 Jahre: Berliner Bau-und Wohnungsgenossenschaft von 1892. Berlin. Edition Hentrich. 1992

한국에서도 하나, 둘 대안적인 주택개발 및 공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실제로 진행되고, 실현된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전쟁이후 주택에서만큼은 우리는 잃어버린 60년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대신에 부동산 60년은 존재한다. 부동산에 지친 이들이 만들어나가는 대안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까. 우리는 되돌아볼 과거가 없는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지금 이 시대에 올바른 토대를 세우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칫 첫 단추를 잘못끼거나, 순진하게 진행하다가는 대안의 목적으로 설립된 협동조합 등의 주택마저도 자본가들의 돈놀이용 장난감이 될지도 모를 것이다. 더 나은 가치를 위한 과거를 만들어나가야함이 절실한 요즘이다.

* 참고로 이 건물은 1934년 4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고, 2차세계대전 때 파괴되지 않고 남겨져있다가 1954년에 60주년 기념식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1980년에 현대화Modernisierung 및 보수Restaurierung를 하였고, 동시에 문화재 보호 대상으로 지정되었다. 현재는 현대화로 인해 온전한 원형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원래는 86가구가 살 수 있던 건물은 현대화를 통해 79가구가 살 수 있는 건물로 내부가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베를린의 옛 건물들은 이런 현대화를 통해서 현대인의 생활 수준에 맞는 주거 면적을 확보하곤 한다. (1991년에는 1인당 평균 35제곱미터의 주거면적이 2010년에는 45제곱미터가 되었다.[각주:1])

** 건축가 : Alfred Messel


110년 전

Renate Amann, Barbara, Klaus, Sylvia, Zwischen Tradition und Innovation 100 Jahre: Berliner Bau-und Wohnungsgenossenschaft von 1892. Berlin. Edition Hentrich. 1992

윗 사진에 있던 작은 나무들은 현재 건물 사진을 찍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자랐다./ Nordufer, Berlin

동네 근처에 있던 110년된 주거 건축물을 보고 왔다. 가끔 산책겸 가는 Nordufer에 있는 건물이다. 약 110년 전인 1905년, (저번에 소개했던) 당시 저축 및 건설 협회Spar- und Bauverein인 현  베를린 건설 및 주택협동조합Berliner Bau- und Wohnungsgenossenschaft von 1892가 120년 전에 지었던 건물 다음으로 지은 건물이다. 건물의 규모는 약 199 가구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첫 건물에 비해 약 3배 가량 커졌다.



Renate Amann, Barbara, Klaus, Sylvia, Zwischen Tradition und Innovation 100 Jahre: Berliner Bau-und Wohnungsgenossenschaft von 1892. Berlin. Edition Hentrich. 1992


Nordufer, Berlin

건물은 전형적인 Berliner Hinterhofbebauung(ㄷ형태의 건물이  내부 정원을 감싸고 있는 형태의 건물)로 지어졌고, 커진 규모만큼 당시에는 그리 흔하지 않던 건물 내부 화장실(욕실)도 존재했다고 했고, 건물도 꽤나 멋지게 지어져서 이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굉장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조합 빵집, 도서관, 주민 홀, 유치원 등의 시설도 존재했으니 당시에는 자부심을 지닐만한 공동주택이었을 것이다.


주거 위원회 Siedlungsausschuß는 여전히 남아있다./ Nordufer, Berlin

지금도 처음부터 5세대에 걸쳐 이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할 정도로, 이 건물은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다만 나치 시대에는 정치적인 신념으로 인해 거주민들이 체포되고, 1937년에는 주거 위원회Siedlungsausschuß가 해체되는 일을 겪었지만, 다행이도 건물은 큰 피해없이 전쟁에서 살아 남아있고, 작은 보수를 거쳐 다시 사람들이 살 수 있게 되었다.


1905년 표시가 새로 칠해져서 선명하다. 건물의 주 출입구 Haupeingang/ Nordufer, Berlin

이 곳의 일상에는 역사가 그냥 남아있다. 베를린에 오는 사람이면 누구나 방문하는 베를린 도시 중심부의 홀로코스트 기념비나 유대인 박물관이 아니어도,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홀로코스트 기념비와 장소들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이 있었던 오래된 주택들도 현대식 주택과 근대식 주택 사이 곳곳에 남아있다.


Nordufer, Berlin

물론 우리는 한옥을 다시 세울 수는 없다. 한옥을 세우기에는 분명 땅이 좁다. (근데 땅이 좁아서 고층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논리다. 단지, 저층 단독주택으로 도시를 채우기에는 땅이 좁은 것 뿐이다.) 아무튼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의 역사를 세워야하는데, 우리는 20년 뒤, 30년 뒤에 부시고 다시 지으려는 목적으로 아파트를 짓고 있다. 지금 우리의 아파트가 재건축이 필요할 때, 또 다시 건설사들은 돈 놀이를 할 것이다. 이 패턴은 올바른 주거 건설 문화를 정착시키고, 주거의 다양성과 주거 공급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변화가 불가능한 것이다. 왜 우리는 우리가 죽기도 전에 우리의 삶의 터전이 죽는 모습을 봐야하는 것일까.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범이고, 동시에 도시의 대부분이 무너진 베를린에도 100년이 넘은 건축물들이 여전히 견고히 버티고 있다.

** 건축가 : Paul Kolb


Berliner Bau- und Wohnungsgenossenschaft von 1892 홈페이지

http://www.1892.de/

Renate Amann, Barbara, Klaus, Sylvia, Zwischen Tradition und Innovation 100 Jahre: Berliner Bau-und Wohnungsgenossenschaft von 1892. Berlin. Edition Hentrich. 1992


  1. PRESSEMITTEILUNG Nr. 9/2013, Bundesinstitut für Bevölkerungsforschung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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