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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베를린이 익숙해지며

삶/낙서

by * 도시관찰자 2015. 6. 2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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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두번째 유럽여행이었다. 첫 유럽 여행에서 베를린에 큰 감동을 받은 나에게, 베를린을 다시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파리 독립기념일에 맞춰 파리로 이동을 해야했기에, 3일 밖에 지낼 수 없었지만, 한번 와본 경험 덕택에 꽤나 알차네 여행을 했다. 그 때 정말 마지막 일정으로 방문한 곳은 Westend에 위치한 Corbusierhaus이다. Le Corbusier에 IBA57을 통해 베를린에 실현한 세상에 몇 안되는 Unite d'habitation이다. 오늘 Tag der Architektur 행사 덕택에 이 곳을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베를린 산지 꽤 되었지만, 한번도 찾지 않은 장소였다.

학부 졸업설계 지도교수님은 항상 우리는 '생고기 덩어리'로 비유하곤 했다. 여행을 가고 답사를 가도 제대로 된 이해도 못한채 마치 고깃 덩어리처럼 걸어다니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젊은 학생이라 "생고기"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 5년 만에 다시 찾았다지만,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이 건축물이 갑자기 남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그 때는 이런 거장의 건축을 열심히 찾아다녔다면, 이제는 좀 더 일상의 건축물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이곳을 방문했지만, 정말 '생고기 덩어리처럼 사진만 찍고 갔구나'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름 자유롭게 베를린을 잘(!) 돌아다녔다고 생각한 두번의 유럽여행에 대한 기억도, 베를린에서 살기 시작하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 평범하고 젊은 (도시건축) 여행자의 시선이란, 딱 그정도 수준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부모 잘 만난 덕에 떠난 유럽 여행에서 나는 남들보다 견문과 시야를 많이 넓혔다고 오만한 착각을 했었다.

지난 방학 때 한국 다녀온지가 엄청 오래전 같다. 근데 그래봐야 여름학기 시작 전이었을 뿐인데, 이미 지난 몇년간 계속 베를린에서 지냈던 것 마냥, 이 곳의 풍경이 너무나 익숙하다. 그럼에도 가끔씩 외국임을 느끼는 상황들이 있다. 나에겐 후각을 통한 경험이 그런 느낌을 준다. 특히, 미군 부대에서 청소할 때 맡았던 바닥 청소 용품 냄새를 간혹 맡을 때면, 매일 보던 풍경마저도 생소한 풍경처럼 느껴진다. 가끔씩 익숙함에 무뎌짐을 날려주는 고마운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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