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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 Wohnen in Berlin: Aufgabe 0

작업 기록/PJ1-Wohnen in Berlin

by * 도시관찰자 2015. 8. 1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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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블로그에 기록했던 내용을 옮긴다. 2013/14 겨울학기 설계 스튜디오 이야기이니 이후 스튜디오(PJ2)와의 순서나 글의 시제에 있어서 혼동이 없길 바란다.

입설계 5년, 독일에서의 첫 설계 스튜디오에서 큰 난관에 봉착했다. Institut für Architektur (IfA)의 모든 스튜디오들은 강의 시작 전주에 이미 Aufgabe 0 (Null)을 위한 모임을 가지고, 이를 통해 특정 스튜디오에 학생이 몰리는 것을 방지한다. 하지만 이 수업 (Wohnen in Berlin, Neue Quartiere, bezahlbar für Alle!)에는 담당 교수도 놀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첫날 몰려왔던 것이다. 이래저래 정식 강의가 시작도 하기 전에 부여받은 Aufgabe 0은 부담스러운 과제가 되었다.

실제로 이름을 쓰고 참여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사람만 80명. 그리고 그중 약 24명만 뽑히게 된다. 



Aufgabe 0 발표를 위해 이번 한 주간은 그 과제에 꽤나 신경을 쏟아야 했다. 또 자존심은 있어서, 하루에 2,3시간 이상을 투자하지는 않았다. 첫 과제부터 하루 온종일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와 집의 경계는 적어도 나에게는 굉장히 분명했다. 하지만  학교와 집의 경계는 거의 항상 불투명했었는데, 그래도 나름 석사가 되기 위한 이번 과정에서는 그 경계를 어느 정도 만들어 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전문가가 전문에만 힘을 쏟다가 삶을 잃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어찌되었건 이 스튜디오에 참여하지 못하면 이번 학기 50%는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짧은 시간이지만, 꽤나 효율적으로 투자해서 작업을 진행했다. 설계 방향성 문제를 떠나서도, 학점 상으로도 한 학기 평균 30 ECTS(한국 대학 학점으로는 약 20 학점)를 들어야 하는데, 그중 스튜디오는 무려 12 ECTS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듣고 싶은 스튜디오에 참석 못한다면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미 눈치를 다 챘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스튜디오에 등록이 되었다. 안 그랬다면 이 글을 쓰기는커녕 블로그 문을 닫고 잠적했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은 80명이 모두 오지는 않았고 대략 60명 내외의 학생이 Aufgabe 0을 가지고 왔는데, 그 중 첫 번째 발표가 나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간이 부족하다고 2,3 문장으로 압축해서 이야기하라고 하는데, 내가 준비한 문장은 무려 12 문장. 순간 요약을 해서 3 문장으로 말하고 있는데, 뭔가 부족하다 싶어 마지막 문장에서 욕심을 부렸다. 그리고 그 욕심은 문법이고 나발이고 그냥 단어를 쭉쭉 뱉어내는 참사를 일으켰다. 그렇게 '망했다'는 심정으로 질문을 받고 짧게 답변을 하고 다음 발표를 쭈욱 지켜보는데, 이게 뭐람. 자기들하고 싶은 말은 수십문장 씩 내뱉는 것이다. 잠깐 망각하고 있었던 또 하나의 교훈을 다시금 되새겼다. 내가 준비한 것은 다 뱉어내자!

첫 번째 과제로서 그리고 내 앞으로의 설계 방향으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주제들을 생각하고 있지만, 그중 첫 번째로 나는 Flexibilität (Flexibility)와 Freiheit (Freedom)에 대한 주제를 스스로에게 던지기로 했다.



최종적으로 그 마음을 확실히 먹은 것은 바로 전날 밤 참석했던 Tempelhofer Freiheit 개발에 대한 B-plan 주민 공청회 덕분이었다. 그 곳에서 처음 마주한 Tempelhofer Freiheit의 Masterplan은 대학교 3학년 때 내가 친구들과 함께 꽤나 손쉽게(?) 만들어냈던 공모전의 마스터플랜의 외형 그리고 개념과 거의 동일했다. 또한 그 곳에서 연설을 했던 Tempelhofer 프로젝트 담당관은 '지금 이 마스터플랜과 조감도는 실질적으로 주민 의견과 건축가의 세부 블록 설계가 들어가면 바뀔 수 있는,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상을 상상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게 꽤나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였다. 

설계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특히 이 독일의 도시설계에서는 전문가나 아마추어의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어쩌면 그것이 많은 전문가와 비전문가에게 더 나은 도시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결과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계획안으로의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 도시설계뿐만 아니라 건축 설계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도시가 건설되거나 건축물이 완공될 때까지 수없는 변화를 겪는다. 결과적으로 초기 안에서 얼마나 바뀌었느냐 차이뿐이지 바뀌지 않는 제안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건축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그리고 실제로 바뀌게 되는 도시설계라면, 왜 굳이 고정적인 형태의 Masterplan을 제안해야 할까. 결국은 '좀 더 유연한 도시설계가 현실적으로도 더 올바른 제안'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건축한계선, 용적률, 건폐율이 실제로는 제약처럼 느껴지지만 결과적으로는 도시가 건축을 변하도록 영향을 주는 유연한(?) 요소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유연한 도시설계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또한 사람들에게 표현해낼 수 있는지' 또한 '유연한 도시설계가 실질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칠지 안 끼칠지'가 내가 풀어야 할 개인 과제 중 하나가 되었다.    


아무튼 과제 0은 대상지에서 현존하는 특정 유형의 건물을 선택하고, 그와 걸맞은 개념적인 Grundriss(평면도)와 Schnitt(단면도) 예시를 제안하는 것이었다. 독일 학생들은 아주 복잡하고 독특한 Blockrandbebauung (블록형 주거지)를 선택할 것이 눈에 선했고, 실제로도 대충 훑어보니 3/4가 블록형 주거지를 선택했다. 그래서 차별성도 둘 겸 겸사 겸사 나의 선택은 Zeilenbau (선형 건물)이었는데, 이는 내가 생각하는 Flexibilität 의 특징을 쉽게 부여할 수 있는 건축적 특징 중 하나인 Modul을 활용하기 쉬운 유형이었기 때문이다. 3,5m * 8,5m의 Modul을 지닌 평면을 첫 예시로 선택했다.
 


꽉꽉 차있었던 모든 수업이 끝나고 문득 스튜디오에 들렸다. 수업을 듣느라고 확인 못한 다른 과제들을 쭉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길에 최종 합격(?) 메일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Architektur MA를 제외하고, Urban Design MA, ERASMUS 등에 6명 내외가 배정이 되는데, Urban Design으로 참석한 학생이 딱 6명이었던 행운이 첫 번째 합격 배경. 그 뿐만 아니라 Urban Design은 스튜디오 선택에 있어서 예외 학과로 어느 정도 또한 유연하게 (Flexibilität와 인연이 많구나!) 인원을 늘려 받을 수도 있기에 Urban Design 학생들은 특별히 '바보'가 아닌 이상 붙을 것이라고 발표 전 담당 교수가 이야기를 해준 것이 나의 두 번째 합격 배경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독일 대학 학생이 되자마자 바보가 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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