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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기록/PJ1-Wohnen in Berlin

PJ Wohnen in Berlin: Aufgabe 2.6

* 네이버 블로그에 기록했던 내용을 옮긴다. 2013/14 겨울학기 설계 스튜디오 이야기이니 이후 스튜디오(PJ2)와의 순서나 글의 시제에 있어서 혼동이 없길 바란다.

설계수업은 언제나 그렇듯 빠지면 빠졌지, 도망칠 순 없다. 10시부터 18시까지의 8시간 강행군은 너무나 무리다. 그나마 오늘처럼 Gastvortrag(Guest lecture)이 흥미로우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으니 문제인 것이다. 크리틱은 조별로 30분에서 1시간에 이른다. 처음에 하면 처음에 하는 대로, 끝으로 하면 끝으로 하는 대로 지친다. 왜냐하면 얄밉게 정확히 6시에 다음주 중점 과제를 소개해주기 때문이다. 한명만 듣고 나머진 집에 갈 수도 있겠지만, 교수가 학생 얼굴과 이름을 다 아는 설계 스튜디오 특성상 그러기도 어렵다. 

아무튼 독일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설계수업은 준비보다 설계수업 날 그 자체가 더 힘든 것 같다.  


심지어 오늘은 6시가 되어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발표를 했다.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우리 조가 가장 끝 자리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지칠 대로 지쳐고, 뇌가 멈출 대로 멈췄지만, 어찌되었건 우리 조 콘셉트 발표를 심지어 내가 했다. 발표까지 하고 나니 크리틱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온다. 독일어 특성상 강하고 공격적이어서, 뭔가 부정적으로 크리틱이 진행되는 건가 싶었는데, 끝나고 팀원이 요약해준 크리틱 내용을 들으니, 내 콘셉트에 엄청난 흥미를 보였다고 한다. 심지어 독일어의 한계로 우선 개략적인 도시설계 디자인만 해놓고, 특별한 키워드는 없던 계획안을 보고, 교수가 직접 어느 정도 제목(?)과 콘셉트를 독일어로 이야기해줬다. 

설계를 하는데 독일어를 잘하고 말고는 큰 의미 없다. 하지만 결과물로 도면과 다이어그램 그리고 텍스트 등을 바탕으로 나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설득하고 발표해야 할 때는 독일어를 못한다는 것은 큰걸림돌이다. 다행히도 그동안 쭈욱 교수가 내 작업들에 관심을 보이면서 잘 들어주고, 자기가 거꾸로 설명해주고 했길래 망정이지, 설계가 마음에 안 들어서 열심히 안 들어줬다면 어땠을까. 설계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은 분위기인데, 독일어까지 못해서 미치겠는 상황이겠지.  

Aufgabe 2.5를 발표하고 난 직후인 Aufgabe 2.6이다. 팀으로 작업하는 것은 언제나 피하고 싶고 귀찮고 힘들다. 혼자서 하나의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도 힘든데 말이다. 한국에서 스튜디오 할 때도 그랬고, 얼마 전까지도 그랬는데, 처음엔 혼자 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몇 주 진행해가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그래도 꽤나 괜찮은 동료들을 만난 것 같아서 욕심을 덜고 더 진지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