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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소식

베를린의 변화: 한 줌의 영혼을 잃는 도시


129년을 끝으로 문을 닫는 슈람 씨의 채소가게. 

오래된 생필품 가게와 한 줌의 영혼을 잃게 된 프렌츨라우어 베르그

http://www.berliner-zeitung.de/berlin/schramms--gemueseladen-schliesst-nach-129-jahren-prenzlauer-berg-verliert-einen-alten-lebensmittelladen---und-ein-stueck-seele,10809148,32687184.html

최근 읽었던 독일어 기사 중에 가장 깔끔했던 기사. 한 평범한 채소가게 주인 부부의 삶과 도시의 변화 그리고 지역의 변화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너무나 잘 적어내려갔다. 이런 가게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동네 구멍가게 동네 슈퍼마켓과 다를 바 없다. 지금까지 어찌어찌 버티던 이 곳들은 대부분 월세가 오르고 지역의 성격 자체가 바뀌어가면, 하나 둘 카페, 레스토랑, 옷가게 등등으로 바뀌었다. 프렌츠라우어 베르그Prenzlauer Berg는 사실상 베를린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이자, 관련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된 동네이기도 하다. 지금 이렇게 동네/개인 슈퍼마켓이 사라지고 체인 슈퍼마켓이 도시 곳곳에 생겨나는 것처럼 Späti(우리나라 식으로 24시간 편의점)도 언젠가는 기업형 편의점으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의 주인공인 슈람 부부의 가게가 문을 닫는 것은 물론, 그 어떤 외압에 의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계약을 연장할 수 도 있었지만 대형 슈퍼마켓이 들어서고, 찾아오는 손님은 점점 친환경/유기농 제품을 찾는 등 스스로 체감할 만한 지역의 변화에 가게를 정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더 큰 외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임대인과 임차인과의 갈등이 아닌 작은 한 인간과 지역의 변화 그리고 도시의 변화라는 큰 흐름에 의한 외압 말이다. 그들은 "이것은 하나의 과정이었다(Es war ein Prozess)"라며 그들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가게 문을 닫는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설명했다.

Bizim Bakkal의 사례와는 정반대로 그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한채, 조용히 한 지역에서 사라지는 사람들 그리고 기억들이 너무나 많다. 아마 이 인터뷰와 글을 쓴 기자가 아니었다면, 나 역시 이런 변화를 받아들인 평범한 사람의 소식을 듣지도 못했을 것이다. 기회가 되어, 완전히 채소가게가 문을 닫기 전에 가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가게 정리를 하며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 받는 모습을 보던 그 느낌은 뭐라 말로 표현을 하기 어려웠다.

다른 도시들처럼 베를린 역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는 수많은 작은 변화들로 인해 변해가고 있다. 도시가 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도시는 인류의 변화와 진보가 집결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줌의 영혼을 잃게된다'는 기사의 부제목은 그렇게 변해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도시의 삶에서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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