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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강연

소우 후지모토 강연/ Reflecting on recent Projects, Sou Fujimoto

렘 쿨하스 강연(2016/01/19 - [기록/강연/전시/행사] - 렘 쿨하스 강연/ Current Preoccupation, Rem Koolhaas) 글에서 이야기했던 Sou Fujimoto의 강연 내용도 생각난 김에 이전 네이버 블로그에 있던 글을 약간 수정하여 작성한다. 소우 후지모토의 강연은 2013년 12월에 베를린 공대에서 있었다. 소우 후지모토의 강연을 렘 쿨하스랑 비교하니, 확실히 각각의 건축 프로젝트를 소개했던 그의 강연에 기록된 내용이 더 자세하고, 그에 반해 렘 쿨하스는 세세한 예시도 좋았지만, 그 예시들을 꿰뚫는 하나의 큰 흐름을 봐야하는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다.


Sou Fujimoto가 베를린에 왔다. 아마 관련된 학생들은 다 모인 것 같은 강의실은 이미 발 디딜틈 없이 꽉 차있었다. 좀만 판단을 느리게 해서 늦게 내려왔더라면, 아예 강의 자체에 참석을 못할 뻔했다. 스튜디오 수업이 끝났음에도, 뭉기적대고 늦게 내려온 팀메이트들은 들어오지도 못하고 집으로 갔다. 그 누구도 이정도로 사람이 몰릴 줄 몰랐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서 밀리고 밀려서 심지어 저렇게 난간에도 올라갔다.


Sou Fujimoto 역시 이 강의실의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란채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중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Reflecting on recent Projects라는 제목으로 강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는데, 실질적인 강의 슬라이드 제목은 Between Nature and Architecture 였다. 자연의 공간과 도시 안의 건축의 공간에 대한 주된 고민으로 했던 그가 선택한 제목 같았다. 약 1시간 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었던 강의를 총평 하자면, 내가 들었던 건축가 강의 중 가장 최고였다. (온라인+오프라인) 또한 그의 작품들은 치밀한 관찰과 비교를 통해 여러 프로젝트들마다 다양한 관계(Between A and B)에 대한 고민을 통한 작품을 해왔고 또한 꽤나 그런 관계성이 말이 아닌 건축적 공간으로 실현되도록 일관되게 고민해왔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발표 그 자체를 평가하자면 아주 치밀하게 준비된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크고 작은 유머를 활용하여 모든 이를 주목시켰다. 정말 말투나 모습이나 심지어 몸동작들까지 그냥 평범한 일본인 같아 보이는데, 강의를 통해 느껴지는 그의 모습은 진취적이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건축가였다.


어느정도 성공한 건축가의 초년기 작품을 보기란 참 어렵다. 특히 건축가로 일을 하기 전, 학생 때의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가한 작품이라던가 자신이 내놓지 않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공모전 작품일 경우에는 말이다. 겨우 71년생에 불과한 그는, 맨 첫 두번째 작품 소개로 그의 아이디어 공모전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백수 시절에 (졸업 후 사무실을 차리기 전까지 백수 생활을 했다며, 10시 아니 한 12시쯤 일어나서 밥 대충 먹고 건축 생각 1시간 정도 하다가 밖으로 마실을 나갔다는 등의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관중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참가하여 수상한 건축 아이디어 공모전들이었다.

* Complexity and Simplicity를 주제로한 공모전이었는데, 반투명 벽들을 통해서 가장 사적인 공간을 가장 안쪽의 방에 가장 덜 사적인 공간을 가장 바깥쪽에 배치시켰다. 반투명 벽들이 겹치며 외부에서는 가장 사적인 공간을 볼 수 없는 것을 유도했다고 한다. 안쪽의 방일 수록 반투명 벽들이 중첩되면서 보이지 않게 되는 개념이었다.

Serpentine Pavillion의 자잘한 계단이 만들어지게 된 최초의 아이디어가 나온 장소는 대만의 한 상점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동네 문방구에서도 볼 수 있었던, 문구로 가득한 그렇지만 그 안에 사람이 편하게 있을 공간은 신기하게 있는, 그런 곳이었다. (Fujimoto는 저 여자는 lazy woman으로 보일 수 도 있겠지만, 자기가 처음 봤을 때는 정말 creative lazy woman으로 보였다고 이야기하며 사람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정말 강의 내내 크고 작은 웃음이 가득해서, 1시간 가량 앉지도 못하고 또한 수백명의 숨으로 인해 공기가 탁해지던 강의실에 유쾌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 공간을 어찌 만들까 고민하다가 이런 계단 형식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방구에서 아주머니가 편하게 누워있듯이, 이런 다양한 레벨들을 가진 건축물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그런 개념을 함께 가진채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인 Serpentine Pavillion. 갑자기 툭 튀어나온 작품으로 이 작품을 받아들였을 때와 그가 준비해온 꽤나 자세한 자신의 작품의 뒷배경을 알게 되고 바라볼 때의 느낌은 많이 달랐다. (물론 '저런 이상한 건 뭐야'에서 '일시적인 건축물로는 꽤나 괜찮군.' 정도의 변화) Pavillion을 위한 작업 중에, 기둥 구조가 너무 많다보니 컴퓨터로 실제로 볼 수 있는 한계가 있어서 1:10 모델을 만들어 작업을 했다고 한다. Fujimoto가 기둥을 붙이거나 제거하면 옆에서 직원이 확인해서 컴퓨터에도 똑같이 만드는 일의 반복이었다고 한다.

Pavillion 건축 작업은 아주 촉박한 일정으로 진행되었고, 실제로 제 날짜에 공사가 완료가 되기 위해 2달여간(기간은 정확하지 않음) 3교대 공사를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잘 지어지고, 꽤나 성공적으로 활용된 것 같다. 아무튼 다양한 레벨이 만들어내는 즐거움과 누가 봐도 흥미로운 외관(안과 밖의 구분이 정말 애매한 형태의 파빌리온)을 지닌 건축물이더라. 중간에 파빌리온에 개가 들어온 사진도 있었는데, 모듈 규모상 솔직히 개나 아이들에게 더 흥미롭고 즐거운 건축물이라고 고백아닌 고백을 하더라.

여담으로 Serpentine Gallery 담당자가 아주 확고하게 '너무 Fujimoto같지도 않고 너무 Fujimoto가 아닌 것 같지 않은' 작품을 요구해서, 굉장히 힘들면서 치열하게 작업한 작품이라고 한다. 심지어 1월초에 런던에서 일본을 방문한다고 이야기해, 사무소 직원들이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대목에서 학생들은 다들 웃었는데, 이상하게 나는 쓴 웃음만 나왔다. 개그는 개그로 받아줘야하는데 말이지. :(

Serpentine Pavillion에 활용했던 Grid 체계를 중동의 한 공모전에서 활용했는데, 왕이 공모전을 발표 몇일 전 중단시켜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작업이라고 한다. 꽤나 이상적인 느낌을 풍기는 이미지들을 만들어냈는데 아주 인상적이더라.


모두를 즐겁게 했던 공공화장실.

숲 속에 있는 편안한 기분이 드는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담을 만들고, 최대한 자연적인 공간을 조성하고, 그 가운데 유리로 된 화장실을 놓았다.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만들었지만, 사람들이 사진만 찍으러 오는 곳이 되어서 난감했다고 한다.

이 곳에서 별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어렸을 적 지냈던 시골의 숲 공간의 편안함과 화장실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의 관계를 고민했고, 그 관계를 아주 기발하게 풀어냈다.

도서관을 좋아하다보니, 가장 방문해 보고 싶었던 작품. Musashino Art University Museum. 환상적인 투시도.


여학생이 자고 있는 이 사진을 보여주며, 이 공간이 얼마나 편안하고 안전하면 저렇게 잘 잘 수 있냐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라고 이야기하였다.


출처: http://afasiaarq.blogspot.com/2011/07/sou-fujimoto-architects_1.html
책장들이 도서관을 만들고, 자세히 보면 책장 구조체가 소용돌이(?)처럼 안쪽으로 점점 휘감아 들어가는 식의 평면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가장 바깥 쪽의 한단계 안 쪽(!) 책장부터 마우스나 손을 따라서 움직여보면 어떤 말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보면 역시나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식의 소용돌이 평면과 특정 위치의 개방을 통해서 어떤 곳에서는 숨막힐 정도의 넓은 공간감을 보여주고, 어떤 곳에서는 여학생이 편안하게 잠잘만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그래서일까 첫번째 투시도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강의에는 대부분 알려진 그의 프로젝트들을 소개했다. HOUSE NA, HOUSE N 같이 인터넷을 달군(?) 일본에서만 실현가능해보이는 놀라운 주거 작품들도 있었는데, HOUSE NA같은 경우는 도대체 누가 저기 살까 싶은 집이라는 생각이 슬라이드를 보자마자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근데 그도 그런 사람들의 질문을 많이 받았는지, 사실은 건축주가 그런 투명성을 강력하게 요구해서 만들어진 프로젝트라고 이야기했다. 심지어 건축가인 Fujimoto가 가장 사적인 공간인 화장실은 불투명 하게 만들자고 제안을 했는데도, 건축주가 나서서 화장실조차도 투명하게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내부에 건축주가 직접 커튼을 설치했다고 했다고 한다. 커튼 선택을 한 그 안목이 너무나 대단해서 '내가 정말 대단한 건축주와 작업을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모두를 궁금하게 해놓고, 정작 어떤 커튼인지는 보여주지 않았다.

사실 평생 하나도 실현시키기 어려울 것 같은 충격적인 건축물들을 짓고, 그 안에서 실제로 사람이 살고, 건축주가 더 강한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 등, 이 일본사회의 독특함과 문화적 저력이나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그에 앞서 얼마전 Archdaily에서 나왔던 왜 일본인들이 주택에 열광하는지 (Why Japan is Crazy About Housing)의 글을 읽어서, 분명 이 상황들이 단순히 문화적 저력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한 나라가 처한 상황, 한 나라가 겪었던 일들과 현재의 정책, 경제, 부동산 상황 등 수많은 상황과 가치들이 종합되어 만들어진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가 만들어내는 문화적 산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놀랍기만 하다.

나도 한편으로는 감정적인 한국인의 습관이 남아있는지라 일본하면 언제나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 강의도 그랬다. '얼마나 대단한 건축가라고.' 뭐 이런 생각과 함께 강의실로 들어섰으니까 말이다. 정부 간의 그리고 특정 단체의 저질스러운 행동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사회 구성원들이 이루고 있는 문화적 발전은 언제나 놀랍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필기할 공간도 없어서 그냥 즐겁게 강의 듣고, 생각나는대로 주저리 적어본 강의는 이랬었다. 이 1층 로비에 이렇게 학생이 많은 것도 처음 봤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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