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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도시 운동

도시와 건축/베를린 이야기

by * 도시관찰자 2016. 2.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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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del54 kämpft, Kiezladen bleibt

우연히도 지난해 말 그리고, 올해 초 베를린에서 벌어진 주요 시위에 참여했다. 정확히는 관찰을 하러 갔다. 두 거리 시위 모두 베를린의 주요 Linke Szene(좌파 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를 주제로 한 시위였다. Friedel54 kämpft, Kiezladen bleibt는 노이쾰른Neukölln에 위치한 주거 공동체 건물이 해외 투자가에게 팔리며, 40~70%가량의 월세 상승에 놓여있고, 지상층에 있는 Kiezladen은 그로 인해 문을 닫게 될 위기해쳐했다. 이 주거공동체가 위치한 지역도 Gentrification이 활발하게 진행된 그리고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이들은 Friedel54 kämpft, Kiezladen bleibt라는 거리 시위를 꾸렸고, 천명이 훌쩍 넘는 시위대가 노이쾰른 거리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Rigaer Str.는 지난 몇달간 베를린 신문에서 가장 많이 이름을 오르내린 거리 이름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사건은 대략 다음과 같다. Rigaer Str.에서 교통 경찰에 대한 폭행이 발생했고, 그 가해자가 거리의 한 건물에 숨게 된다. 그 건물은 과거 건물 점거 운동을 통해 다수의 운동권 그리고 좌파 성향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을 숨겨준 이 주택은 헬기까지 동원된채 500명의 경찰에 의해 강제 수색을 당하게 된다.

올해 초 있었던 시위Scheiss Gefahrengebiet! - Freiräume erkämpfen! - Demo in Friedrichshain는 이런 사건이 있기 전부터 계속 늘어난 베를린 좌파에 대한 과도한 경찰력 남용에 반대하며, 그들의 건실함(?)을 보여주기위해 계획되어있었던 것인데, 500명의 경찰이 주택 진압을 위해 동원된 Razzia덕택에 그 참여인원이 많이 늘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대략 4000명이 왔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만명이라도 해도 믿을 만한 숫자였다. 모든 사람이 한번에 사람 수를 헤아려볼 수 있는 한 공간(경기장)안에 있는 것과는 다르게, 수명씩 줄을 지어 걸어가게 되는 거리 시위는 그 규모가 더 커보였기 때문이다.


Scheiss Gefahrengebiet! - Freiräume erkämpfen! - Demo in Friedrichshain

배트맨 비긴즈에서 고담시는 브루스 웨인이 사라진 이후 범죄의 도시가 된다. 브루스 웨인 돌아오며 배트맨이 나타난 도시는 다시 평화를 찾게 되는 도시가 되는 듯 싶지만 그 순간, 라스 알 굴이 이끄는 또 하나의 단체가 도시를 정화하기 위해 등장한다. 여기서 나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도대체 누가 도시에 대한 권한(정리하거나 평화를 찾거나)을 주장하는 것이고, 이들은 왜 도시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서로 싸우거나 도시를 파괴하는 것가. 배트맨이라는 새로운 인물과 라스 알 굴의 단체가 도시에 등장하기 전까지 도시는 범죄의 것이었다. 존경받는 자본가였던 웨인의 부모가 살해당한 이후, 도시는 더 악질적이고 더 강한 범죄자의 손 아래서 놀아나고 있었다. 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변호사, 판사가 그들을 돌봐주었다. 자연스럽게 도시가 범죄자의 것이 되가며, 범법행위가 일상이 되었다. 경찰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돈도 내지 않은채 장사꾼의 푼돈까지 챙겨가는 모습은 범죄의 도시가 되버린 곳의 일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도시는 시민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은 사실 그들의 것인 도시에 별다른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람들은 자신의 물건, 자신의 반려동물, 자신의 애인에 대해서 "내건데 왜 내가 마음대로 못해?"라는 막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도시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할 생각조차하지 못한다. 공공의 땅은 개인 기업에게 팔리고,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의 땅에 담을 쌓는다. 도시의 정치는 평범한 시민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투자가를 위해서 그리고 기업을 위해서 변해왔기 때문이다. 그럼 도시는 누구의 것일까? 자본주의의 영향력이 강해질 수록 도시는 절대로 시민에게 도시의 권리를 줄 수 없게 된다. 자본주의가 강해질 수록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에 억압당하게 될 뿐이고, 자연스럽게 시민의 권리는 점점 사라져갈 뿐이다. 시민들에겐 도시 개발에 있어 그 어떤 선제적인 의견 제시 권한도 없다. 도시 개발은 대다수는 정치적인 욕망 그리고 자본가의 욕망에 의해 운영된다.


시위대가 지나가던 Rigaer Str.의 한 스쾃 주택 옥상.

Scheiss Gefahrengebiet! - Freiräume erkämpfen! - Demo in Friedrichshain 시위가 있기 전날 그리고 시위가 있고 나서, 베를린의 몇몇 구역에서 고급 차량에 대한 훼손 그리고 방화행위가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거리 시위 중에 복면을 쓴 몇몇 시위자가 차 유리창을 벽돌 등으로 깨부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 대상은 대부분 BMW, Porsche, Benz 등의 고급 차량이었고, 그 차들은 최근 베를린에 새로 지어진 고급주택 구역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부 보장하는) 차량 보험금을 낼만한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그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이나 기존 지역 사회 구조에 어긋나는 도시 개발을 직접 일으킨 주체도 아니다. 그저 세입자 혹은 주택 구매자이다. 그리고 영문을 모를 수도 있는 이들 피해자들이 느낄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입은 피해와 스트레스 등을 생각하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나 무례한 일이다.

그럼에도 비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극단적인 행동들을 볼 때 배트맨이 떠오른다. 도시의 영웅이면서 동시에 범죄자이기도 한 배트맨 말이다. 사실 배트맨이 경찰을 죽이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차를 파손하고, 도시의 질서도 무너뜨리고, 누군가를 폭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도 않는다. 두 시위에선 시위대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극적인 무대장치가 몇개 있었는데, 배트맨 영화는 저리가라 할 만큼 예술이었다. 아마도 오랜 시간 유사한 목적을 가지고 꾸준히 저항을 해오며, 쌓아온 그들의 상징적인 표현 방식이었던 것 같다.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지난 수십여년간 그리고 앞으로 수십년간은 끊임없이 해야할 만한 질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베를린의 역사적 맥락과 이런 좌파 도시 운동의 맥락을 놓고 봤을 때, 지난 수년여간 지속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저항 운동 그리고 때로는 차량 훼손 등의 확실하고 과격한 신호의 범법행위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던 지역을 위험한 지역 그리고 불안한 지역으로 만들며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이들은 얼마 남지 않았다.

배트맨을 믿지 않고, 경찰을 믿을 수도 있다. 경찰을 믿지 않고, 배트맨을 믿을 수도 있다. 그리고 둘다 안 믿을 수도, 둘다 믿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때로는 배트맨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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