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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사회 이슈

자본주의 시대의 도시의 자유, 스위스 조건 없는 기본 소득 국민투표를 앞두고

독일 생활에 적응될 즈음 폴란드를 여행다녀왔었다. 그저 놀라웠다. 물론 10유로도 안하는 호스텔의 아침식사는 윗 사진을 넘어서지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문제가 없었다. 나에게는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독일에서 생활비 수준으로 나는 폴란드의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선택의 자유를 누렸다. 폴란드는 유럽 연합 소속국가이지만, 즐로티PLN라는 자체 화폐를 쓴다. 지금도 환율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대략 1€가 4PLN의 수준이었다.

광장에 면한 호스텔에 짐을 두고 나와서는 광장에 면한 꽤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메뉴판을 받아드는데, 조금 이상했다. 가격표가 유로인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모든 음식의 가격이 독일의 1/4 수준이었던 것 이다. 24PLN짜리 음식은 독일에서도 대략 20유로를 전후로 하는 음식이었다. 자유가 주어졌다. 그래도 외식을 할 때는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면서 지내왔는데, 1/3 ~ 1/4 수준의 물가를 경험하니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 돈으로 인한 선택의 제약이 자본주의 사회의 삶에는 항상 존재하고 있다.


여름이 되가며, 슬슬 관광객들이 도시에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Airbnb가 꽤 많은 동네에도 주요 카페에 관광객들이 즐비하다. 특히 금,토,일 휴일기간에는 더 늘어난다. 영국 영어를 쓰는 이들이 꽤 많은데, 특히나 그들에게 베를린은 내가 폴란드를 갔을 때 느꼈었던 자유를 느끼고 있지 않을까 문든 생각이 들었다. 보통 여행이란 평소보다 돈을 더 쓴다고 생각하지만, 런던에서 지내다가 베를린에 여행을 오는 것은 독일 중소도시에서 지내다가 폴란드 도시에 여행가던 때처럼 생활비 수준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더 큰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중국이나 동남아 등을 여행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시대에는 이렇게 자유마저도 선택적으로 소비를 해야하는 대상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곳보다 베를린이 주는 장점은 (이런 말을 쓰고 싶지 않지만) 베를린은 소위 선진국의 도시이고, 유행에도 앞서는 도시라는 점이다. 이 곳을 찾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야말로 수 많은 자유의 가능성이 있고, 누구나 그런 자유를 누리는데 어색하지 않은 쿨한 도시이기도 하다. 다른 어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도시는 분명 자본주의가 싹 튼 장소였다. 그리고 수많은 소비의 기회들은 도시를 좀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장소로 만들기도 하고, 그 소비의 기회를 누리기 위한 노동의 행위는 역설적으로 자유를 제약하는 행위기도 하다. 사람들이 더 많은 자유를 소비하기 위해선, 생활 물가에 비해 많이 벌 수 있는 곳을 찾거나, 낮은 생활 물가 덕택에 덜 벌어도 되는 곳을 찾아야 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 수준은 조절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점점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 그런 자유의 기회가 도시에 더 높은 확률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도시는 그런 자유를 주는 곳이다.


꽉 찬듯한 도시의 풍경을 많이 찍지만, 이렇게 이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상상이 되는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한다. 그 뒷편으로 갈 때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독일어로 자유 Freiheit라는 태그로 비슷한 느낌을 주는 사진을 모은다. 독일어로 자유는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그 어떤 압박도 없이 선택을 하고,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Möglichkeiten을 의미한다. 물론 한국 사전적 정의도 유사하나 가능성이 아닌 상태라는 표현을 취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능성이라는 정의가 더 자유를 잘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자본주의 시대의 자유란 분명 돈의 제약 없이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런 가능성에 일말의 가능성을 심어주는 것이 최근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기본 소득이다. 오늘 스위스에서는 조건 없는 기본 소득Bedingungsloses Grundeinkommen을 놓고 국민투표가 진행된다. 재원 조달 문제를 놓고 말도 많긴 하지만, 많은 정책이 그렇듯 기본 소득 역시 재원조달 문제라기보다는 현재로선 너무나 생소한 조건 없는 기본 소득을 실현할 상상력과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물론 그만큼 엄청나게 급진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만큼 사회 자체(불평등, 주요 산업, 노동의 의미 등)도 급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한국 사회에서는 알파고 덕택에 확실히 그 변호에 대한 확인을 했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번 스위스에서 진행되는 국민투표가 전세계적으로 그 의지와 합의를 전세계 역사에 첫번째로 기록하는 날이 될 것이다. 예상치도 못한 결론이 나올 일은 희박하겠지만서도, 어떤 수준의 결론이 나올지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빠른 시일 내에 정말 조건 없는 기본 소득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없을지 말이다. 그 어떤 굴레 얽매이지 않고 속박당하지 않은채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분명 기본 소득과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그 역시 결국은 돈이라는 대상이 축소시킨 선택지를 선택한 것이다.

기본소득이던 전혀 다른 정책이던 그 어떤 시대보다 빠르고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사회에 맞춰 뒤늦게 변화하느냐 아니면 앞서 변화하느냐의 문제가 남았다. 기본소득은 사회 인프라Soziale Infrastruktur이고, 가난의 늪에 위협받지 않은채 사람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경제적 도보finanzieller Bürgersteig이다. 하지만 그런 인프라와 도보가 주어졌을 때는 과연 사람들은 자유를 가질 수 있을까? 그것을 온전한 자유라고 느낄 수 있을까? 아니면 자본주의 혹은 노동으로부터의 자유 혹은 해방을 의미할까? 새로운 시대에 인간이 다시 갈망하게 될 또 다른 자유는 무엇일까? 지금으로썬 전혀 상상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것 역시 자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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