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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스러움을 기록하다.

기록/사회 이슈

by * 도시관찰자 2016. 8. 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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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너무나 베를린스러운 어떤 관계

베를린에 사는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었던 글이다. 이 글이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 글은 자유분방한 도시 베를린에서의 삶/연애/사랑이라는 개인의 삶의 방식 하지만 동시에 베를린이라는 사회의 스테레오타입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국의 표준 사고방식으로는 베를린이라는 특별한 도시의 역사/정치적인 배경이 수북히 쌓인 베를린의 다양한 대안적인 삶의 방식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글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은 서문의 자극적인 내용만 읽었다는 것.


아무튼 그냥 별 것 아닌 일로 에피소드로 넘어갈 법한 뉴스였는데, 최근에 좀 더 생각을 해볼 기회가 있었다. 과연 개인의 삶 그리고 성적 취향에 대한 글이 뉴스로 쓰여져서는 안되냐는 생각 때문이다. 왜냐하면 베를린의 주요 신문에서는 섹스Sex, 오르가즘Orgasmus, 쓰리썸Dreier, 폴리아모리 혹은 다자간 연애(성적 관계도 당연히 포함)offene Beziehung, 동성간의 관계Schwule Beziehung등 은밀하고 (한국 사회를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비윤리적인 주제를 다루는 기사가 적지 않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독일 공영 방송에서는 관련된 주제의 심층적인 다큐를 내놓기도 한다. 그런 내용들은 (당연히) 수많은 국내외 연구 기관에서 연구 주제이기도 하고, 연구 결과가 나오면 그 내용은 자연스럽게 기사화(오르가즘 없이도 섹스에서 즐거움을Spaß am Sex-Ohne Orgasmus)되기도 한다. 지난 7일에는 오스트리아 Der Standard에서는 가상 현실 기술이 포르노 배우들을 더 힘들게 만든다는 기사[각주:1]가 나왔다. 그리고 이런 내용의 기사들은 가족Familien, Sexualität, 여성Frauen등으로 분류된다. 한국 사회에서는 성인 잡지나 성인 커뮤니티에서 성인 인증을 받고서야 볼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이 사회에서는 가족의 문제고, 성의 문제고, 여성의 문제이다. 즉, 그냥 일반적인 내용의 기사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그런 기사와 다큐가 나오는 것은 여전히 생각도 할 수 없다. 생로병사에 대한 수많은 다큐가 있지만, 성생활에 대한 그 어떤 다큐도 없었다. 성생활에 대한 조심스러운 언급도 마녀사냥이 나오고 나서야 좀 더 대중성을 띄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여전히 표면적으로 금욕적인 사회적 기준을 강요한다. 그래서일까 다시 읽은 이 글은 너무나도 베를린스럽다. 겉으로나 속으로나 그냥 개방적일 수 있는. 아마도 베를린에서 살면서도 한국에서의 삶/사고의 표준에서 벗어나오지 못한채 이런 뉴스를 봤다면, 해당 슬로우 뉴스의 기사에 비판적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녀남간의 성별 권력차를 고려했을 때, 저 사례는 너무나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래서 기사를 읽을 땐 비판적인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불법 1, 철조망으로 굳게 닫힌 도심 내 공터는 젊은이들이 무단으로 침입하여 작은 축제를 벌인다.

하지만 큰 맥락에서 주제는 유의미하다. 글의 구성 측면에서 세부적인 내용이나 사건간의 연결이 아쉬울 뿐이다. 어떤 댓글에서 보이듯이 글의 주제와 내용 상 2,3편으로 나뉘어서 쓰여 졌어야할 글임에도 분명하다. 또한 시작하는 글의 내용의 부적절함(섹스 파트너를 조건으로 건 동거에 대한 옹호)에 대한 비판에도 동의한다. 그것은 남녀간의 권력차 그리고 외국인과 현지인간의 권력차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필자가 경험한 베를린의 문화적 다양성과 관용주의에 관해 서술한 글입니다. 그 과정에서 페미니즘을 표방한 몇몇 분들에게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소수의견으로 매도됐던 필자의 경험 등이 그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채 최종 발행이 됐습니다. 앞으로 더 깊은 사유와 토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 글의 소재와 주제에 관한 반론과 보론, 비판 기고는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논란에 답하는 슬로우 뉴스 편집자의 글 일부

맥락을 자세히 설명해주지 못한 것이 죄라면 죄겠다. 그리고 누군가가 글의 부적절함에 대해 짧게라도 비판글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을 것이고, 거의 3주가 넘어가는 지금 댓글은 끊겼다.


불법 2, 자물쇠로 굳게 닫힌 문과 담을 넘어서 운하 위를 가로지르는 수도관 위에서 햇살과 알콜을 즐긴다.

이런 것은 주류적인 흐름을 따라가지는 않지만, 유의미한 글들이 처한 딜레마다. 그냥 곧이 곧대로 쓰자니, 아무도 안읽는 긴 글로 사장되어버린다. 적당히 짧게 조금 자극이 될만한 내용을 섞으면 반응이 폭발하고, 많은 클릭을 유도하겠지만, 글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별로 없다. 이 글은 글쓴이가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그 중간의 글이다. 길지만 자극적인 내용이 섞인 글. 하지만 5%도 안되는 자극적인 서문에 모든 이들의 비판이 집중되었다. 

글쓴이가 글을 쓰게된 원인(섹스 파트너 동기인을 구하는 메일에 관한 에피소드)을 아예 없앤채로, 글을 동일한 주제로 꾸렸다면 사람들의 반발이 덜했을 것이다. 아니, 아예 반응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쓰게된 계기 그리고 그것이 이 사회에서는 범죄가 아닐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은채 나머지 90%의 내용을 썼다면, 그것은 글쓴이가 쓴 다른 글(긱 가이드)과 큰 차이가 없는 글이었을 것이다. 이런 점은 내가 쓰는 도시에 관한 글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와 연관이 있고 관심가질만한 내용이 연결이 되면, 많은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적어도 베를린 사회에서 혹은 도시건축 분야에서) 유의미한 내용만을 다룬다면, 글은 사장 된다.


불법 3, 건물 위에 올라 앉아 거리 축제를 구경한다.

아무튼. 글쓴이는 베를린의 클럽 문화에 깊숙히 들어간 사람이고, 그로 인한 독자와의 괴리감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글쓴이에겐 엄연히 존재하지만, 읽는 이들에겐 보이지도 않고 상상도 해보지 않은 사회를 설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베를린에서는 자기 동네 허름한 건물이 클럽이었는지 모르는 주민도 허다하다. 그만큼 도시는 다양하고, 예측 불허하다. 그 곳에 살지 않는 사람들은 오죽하겠나. 그러니 분명 이 글은 한국이라는 삶조차도 표준화되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일수 없는 글이다. 그렇기에 너무나 베를린스러운 면을 담고 있다.

솔직히 나는 이 글쓴이처럼 이런 베를린스러움을 전할 자신이 없다. 논란이 될만한 베를린의 이야기는 내용은 이 블로그에나 약간 기록을 할 뿐이지, 더 공개적으로 기사를 쓸 자신은 아직 없다. 쓴다고 해봐야 굉장히 희석해서 글을 쓴다. 논란이 무서워서 아니라, 어차피 이해못할 기준을 지닌 이들에게 굳이 너무 무리한 정보를 전달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나 간단하다. 베를린이라는 도시에 대한 이미지는 베를린 장벽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같이 단편적인 역사로만 대부분 사람들을 기록한다. 그런 기형적인 역사와 정치 그리고 분단된 두 도시가 하나가 되면서 만들어진 수많은 문화와 정치적 균열들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즉. Berlin의 B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B,E,R,L,I,N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줄 재능은 없고, B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봐야 내 글을 꾸준히 읽어온 사람이나 조금 이해하겠지만서도..

그래서 베를린은 무엇일까. 위 사진에서 보이는 수많은 불법적인 행동들은 베를린을 규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다. 그런 분위기와 행동이 허용되는 도시가 베를린을 떠올릴 때 상상 가능한 이미지라는 것이다. 저런 행동들은 불법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런 행동이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도 역시 사실이다. 범죄라며 애써 부인해도 사라지는 가상 현실이 아니라, 범죄이지만 동시에 존재하는 베를린이 허용하는 일탈이자 현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 어떤 도시보다 관용적인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모습이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표현되는 증거다. 베를린 병에 걸렸다고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각인된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이미지이다. (베를린 병에 걸린) 사람들이 베를린으로 몰려오고, 왔던 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런 것에 있다. 하지만 그것이 베를린 장벽과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셀카를 찍기 위해서가 아님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간혹 트위터 상에서 이런 조작들이 눈에 띈다. 제발 이러지 말자. 비판하려면 제대로 비판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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