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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건축/이야기

소공동 근대 건축물 보존 논란을 두고

ⓒ다음 로드뷰

"도시건축공동위원회·도시계획위원회 등에 속한 역사·건축 전문가들과 시민참여단 60명이 건축 연도와 용도·양식 등을 검토한 결정"

익명의 건축가 한명이 말한 "옛날에 지었다고 해서 보존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공중 부양’해서라도 소공동 옛 건축물 보존?이라는 제목으로 누가 봐도 보존을 하는 것은 멍청한 결정이라는 결론을 내려놓은 제목의 중앙일보 기사가 도시건축계를 잠시 들썩였다. 언제나 그렇듯. 잠시 그들끼리 화를 내는 작은 사항으로 또 끝나지 않길 바란다.

먼저 한국사회에 근대 건축에 대한 공론화가 전혀 안 되어있는 것이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다. 근대 건축을 떠나서 애초에 전통 건축에 대한 개념도 그리고 건축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도 전혀 없다. 그 이유는 아래에서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아무튼 그런 이유에서 소공동의 이 건물군은 누가보더라도 굳이 보존하지 않아도 될만한 건축일지도 모른다.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이 소위 전문가와 건축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일반인과 개발업자들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간극이다.


우선 건축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앞서, 철거 혹은 보존의 논란에서 나는 둘다 아무 문제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문제는 철거를 하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철거를 하면 아무것도 없던 일로 끝나버리기 떄문이다. 즉, 보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서울시의 근대건축 자산으로 지정한 건축물을 철거해가면서 지어질 호텔은 이 지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가 그리고 저 자리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가이다. 

이 가치는 충분한 문화적 가치 혹은 미적 가치를 가지는 새로운 건축물을 지어야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음뷰에서 이 곳을 보면, 1층엔 작은 음식점, 양장점 등 주변 직장인과 지나가는 행인들을 위한 용도로 차있던 곳이다. 이런 기능이 제공했던 일상의 문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 보기 드문 양장점이 여러 가게가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곳은 소공동 양복거리로도 알려져 있는 특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기사에서는 마사지 업소 같은 부정적인 느낌의 익숙하지 않은 용도를 먼저 언급하면서, 별 의미없는 용도로 사용되던 구역으로 표현했지만, 사실 그런 것이 아니었다. 기사는 당연히 대부분 업체가 건물 철거를 앞두고 이미 다른 곳으로 옮긴 후의 모습만 담았다. 

예상가능한 철거 후 시나리오는 기존에 있던 기능이 사라진채, 호텔이 드러서면 길 건너편의 신한은행 건물처럼 목적이 없는 사람이 지나갈 이유가 없는 장소가 된다는 것이다. 은행 손님, 근로자 그리고 호텔 손님, 근로자 그리고 더 넓어진 도로를 메우는 통과 교통이 채우는 장소가 되어버린다. 즉, 이 소공로를 걸어다닐 때. 굳이 그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는 혹은 그 지역 자체가 목적지가 되는 공간이 아니라, 지나치기만 하는 최소한의 용도로만 사용되며 이전보다 시민들에게 적은 가치를 주는 공간이 된다. 어쩌면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이나 빵집이 생기며 사람들을 모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논점의 이야기는 아니다.

결국 근대건축을 헐고 새로운 건축을 짓는 것을 서울시가 허가한다면, 개발업자가 원래 지으려던 호텔을 제외하고도, 기존의 건물이 품고 있던 기능과 형태(도로에 면한 상업시설)를 이 공간에 다시 보상(건설 및 시 정부에 기부)하도록 법제화 해야한다. 물론 그것은 약간의 보상(용적률 완화)등 통해 충분한 협상이 가능할 것이다. 이는 시민들에게 기존의 기능을 통한 일상의 문화를 보존하고, 개발업자 측은 가치 있는 땅을 좀 더 고밀로 개발할 명분을 얻고, 서울시는 그 둘을 모두 얻게 되는 것이다. 근대 건축군 자체를 보존하며 이행한다면 좀 더 높은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서울역에서 남대문으로 가는 거리의 건물군

건축의 개념에 대한 문제는 사실 간단하다. 한 건물을 볼 때, 한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축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부동산이자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이러한 근대 문화재의 보존에 있어 논란이 발생하게 된다.일상에서 건축의 가치를 따지고 건축의 개념을 고민할 이유보다는, 투자 가치를 따져야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다. 그렇기에 노른자 땅에 있는 근대 건축은 아무런 가치 없는 것이다고, 그런 시선이 갑자기 바뀌지 않는 것은 너무 자명하다. 물론 그것을 부정하거나 평가 절하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이 상황에서 근대 건축물을 지키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억지로 납득하지 못하는 가치를 강요할 명분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근대 건축물이 품고 있던 용도만큼은 이 지역에 유의미한 가치를 제공해왔다. 최근 세입자의 논의나 젠트리피케이션 논의를 놓고 봤을 때, 이러한 용도를 지키고, 해당 상권을 이 지역에 유지하는 것은 공론화가 전혀 안된 근대 건축의 보존보다 시 정부가 나설 만한 명분이 될 수 있고, 동시에 시민사회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능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설프게 껍질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지키면 된다.



남대문 카메라 시장의 건물군

서울은 여전히 넓고, 우리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유의미한 근대 건축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런 건축들은 소공동의 건물군처럼 우리가 미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전혀 공감이나 강한 인상을 심겨줄 만한 대단한 건축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동산적 가치에 따라 언제든 철거되어도 무방한 수많은 건물 중 하나다.

유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100년이 넘은 공동 주택에서 살아가고, 그들이 행정처리를 위해 방문하는 공공건물이 대부분 오래된 역사적 건물이기에 당연히 그런 건축들이 일상에 스며들고, 지켜야할 가치라고 여기게 되는 것과 전혀 다르게, 한국에서는 전통 건축 뿐만 아니라, 근대 건축 역시 우리의 일상으로 전혀 스며들지 못했다. 그로인해 건물을 바라볼 때 건축보다 몇년 있으면 갈아엎고 가치를 높일 부동산 혹은 몇년 뒤엔 비싸서 엄두도 못낼 부동산으로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을 무지한 것으로 여기며, 절대보존을 외치는 것은 무의미한 행동이고, 도리어 더 무지한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소공동의 건물군처럼 앞서 언급했던 문화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찍고, 이를 일상의 건축이라는 태그로 정리하고 있다. 내심 그런 건축들이 충분히 보존되길 원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었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보충하자면 이는 도시에서의 문화적 가치로, 하나의 개별 건축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도시에서 건축의 형태적 유사성 혹은 (XX거리와 같은) 기능적 유사성 등 함께 (일상의) 규칙을 만들며 살아온 한 사회의 일부분을 대표할 수 있는 공통의 특징을 지니는 일상의 건물군을 의미한다. 즉, 외형적으로 유사할 수도 있고,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건물들이지만, 내용이 유사한 건물일 수도 있고, 둘 다 일 수도 있다. 또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그 외의 사회적 특징을 지닐 수 도 있다. 우선 손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이 외형적으로 특징이 느껴지는 건물들일 것이다.



일상의 건축은 이처럼 누가 보더라도 구분되는 특징을 지닌다. 물론 윗 건물들이 보존될 가치가 높은 건축이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외형적 질서가 느껴지는 건물들을 의미한다. 이는 뉴욕의 상징 마천루도 마찬가지다. 그럴 수 있는 기술, 환경 그리고 법규가 뉴욕 도심의 일상의 건축을 마천루로 만들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그 일상의 건축 중에서 오래되고 뛰어난 기념비적 건축이지만, 그 주변으로도 위의 평범한 주택 건물들처럼 평범한 수많은 마천루가 뉴욕의 이미지를 빛내고 있다. 누가보더라도 특징적인 건물군이지만, 사실 그동안 그 누구도 건축으로서 바라보지 않는 건물들이 일상의 건축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보존해야하는 건축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같은 건축계의 위인이나 영웅처럼 뛰어난 개별 건축도 있겠지만, 이 시대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과 각종 규칙이 만들어낸 한 시대의 특징적인 건물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공동의 건물군은 유의미하다. 건축적 외형과 양복거리라는 기능적인 측면을 모두 만족한다. 게다가 적당한 규모의 밀도는, 건축적 하자(석면 유출 등)만 없다면 충분히 재사용할 수 있는 건물군이고, 실제로 건물군 중 하나는 비교적 최근 (외관) 리노베이션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이런 근대 건물군을 보존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하나의 작품으로 전세계에 내놓을 만큼 유의미한 공간사옥도 여전히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았고, 공간건축의 파산/법정관리 등으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헐릴 수 있는 운명에 놓일 수 있었던 것도 불과 몇년 전 일이다. 하지만 단언컨데, 뛰어난 건축가의 삶을 드러내는 건축을 그리는 것보다는, 평범하지만 한 시대의 규칙이 만들어낸 유사한 건물 속에 살아왔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더 의미있는 것이 민주주의사회가 지양해야할 도시건축적 가치다. 



호텔과 고층 건물에 둘러쌓인채 관상용으로 전락한 기구한 사연의 문화재.

한국에서 문화재란 관광지 그리고 행사를 즐기는 장소의 의미를 넘어서지 못한다.

일상의 건축이라고 이야기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에게 건축 혹은 건축 문화재는 당연히 예쁘게 가꿔놓고 바라보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목조건축이 중심이 되었던 역사에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건축물은 당연히 예쁘고 잘 정돈해야하는 건축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관성으로 근대건축에 대한 재조명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채로 문화재 건물 안에서 내가 살고 일하는 것은 엄청난 사치로 생각하게 된 것 아닌가 싶다. 실제로 한옥을 생각해보면, 지금와서 실제로 한옥을 짓고 유지하는 것은 일반 단독주택보다 더 돈과 손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근대 이전의 목조 건축은 그런 (관리, 유지 측면에서나, 밀도 측면에서나) 사치임이 분명하곘지만, 근대 건축은 분명 일상으로 내가 살아가고 일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 4대문 안에는 알게 모르게 (심지어 한국의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여러 건축물들이 실제로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 이 건축물들은 적절한 위치에 적절한 규제 혹은 법(건폐/용적률/건축선 등)을 바탕으로 지어졌기에 눈에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충분히 사용/재사용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 중에서는 도저히 보존해야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열악한 건물도 있고, 어느정도 손을 보면 충분히 인간다운 기준에 적합한 건물로 변경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것이 보존의 결정하는 기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굳이 보여주기는 싫은 흉물이지만, 동시에 부의 상징인 애증의 아파트 단지도 멀지 않은 시점에 (희망하기를...) 하나의 문화재로 선택을 하게 될 때가 올 것이다. 물론 아무런 재평가 없이 헐리는 주공 아파트 단지를 보고 있노라면, 결국 이 아파트 단지들도 재건축 단지로 지정된채 우리 역사에서 통째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마치 일회용품처럼 말이다. 2016/08/17 - [도시와 건축/풍경] - 2015 빈, 링 슈트라쎄 150주년/ 150 Jahre Ringstraße, Wien에서 느낀 것처럼, 이런 식의 파괴와 단절이 지속되면 앞으로 150년이 지나도 그런 총체적인 도시의 기록을 볼 수 있을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위대한 건축물은 남아봐야 결국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공간이 될 가능적은 희박하다. 소공동 근대 건축 논란이 보여주고 있는 우리 사회의 한 문제점은, 수많은 일반 근대 건축들이 남겨지고 일상의 공간으로 오랜 기간 자리 잡고, 그 가치를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이 논란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근현대의 기억에 대한 공론을 만들어내는 것에 유의미한 사건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식으로던 까마득한 과거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들의 가치와 보존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할 상황은 분명히 올 것이다. 서울에선 오래된 건물 100개 중 가치를 따져 4, 50개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이처럼 하나를 없애길 선택하면 그 시대 역사의 물리적 흔적이 통째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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