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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행사

베를린 문화재 개방의 날 행사: 주택들, 2016/ Tag des offnen Denkmals 2016

오래된 문화재를 방문할 수 있는 행사이니만큼 유명한 건축가들이 설계한 오래된 주택들에 다녀왔다. 그동안 주로 방문했었던 최근에 지어진 신규 주택을 방문했을 때엔 대부분 월세, 젠트리피케이션, 시공 관련 내용, 건축 설계 등 현재의 이야기 혹은 현실적인 이야기가 전부였다면, 문화재 개방의 날 행사에서 만난 주택들은 길고 긴 역사와 사연을 담고 있었다. 그러니 애초에 재미있는 주택 탐방이 더더욱 재미있을 수 밖에 없었다.

모두 오래된 문화재이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잘 고쳐서 최소 평균 수준의 주택으로 개량된채 사람들이 살아가는 장소의 한 가운에 자리한 곳이다. (실제로 정말 지리적으로도 단지 가운데 내부 투어를 할 수 있는 견본 주택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전에 간략하게 소개를 했었던 동네의 오래된 주택 (2014/05/13 - [도시와 건축/베를린] - 110년 그리고 120년 전 베를린의 흔적/ Spar- und Bauverein)의 건축가 Alfred Messel이 설계한 또 다른 주택을 구경할 수 있었다. 투어를 담당한 이가 거주하는 아담하게 구획된 주택 내부를 방문할 수 있었다.

아무튼,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Hans Scharoun의 Atelierwohnung이 있던 Charlottenburg-Nord의 주택 단지. 아련한 어릴적 아파트 단지에서의 느낌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를 주었는데, 아마도 그 분위기는 지금 재개발을 위해 철거했고, 철거 중이고, 철거할 예정의 주공 아파트의 느낌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주택 단지를 가득채운 나무의 우거진 느낌은 비슷한 연대에 자라난 나무임을 생각하면, 오픈 스페이스가 주는 느낌이 중심인 아파트 단지에서 유사한 느낌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좋던 싫던 현재 20,30대의 적지 않은 이들은 어릴적 아파트에서 자란 기억이 있고, 추억이 있다. 그리고 많은 아파트들은 같은 시기에 비슷한 문법을 가지고 설계되었기에 유사한 공간에 대한 기억을 남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슬럼이 아닌 이상 중산층 내외가 사는 평범한 저층 아파트 형 주택 단지가 주는 분위기는 전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할 것이고, 그 때마다 어렴풋이 어릴적 기억과 느낌을 떠올리게 될 것이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서울의 문화재들은 사라지고 있지만, 그건 베를린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방문했던 주택 중 가장 오래된 주택 구역은 이미 고급 주택 개발을 위해 철거가 진행 중이었다.


문화재 개방의 날 행사로 방문했던 템펠호프 공항 건물의 360도 파노라마 갤러리(예정)에서 본 공원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