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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독일 도시 이야기

[갈등하는 독일 02] 변화하는 독일의 지방 정치

극우 정당의 출현은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던 일이다. 게다가 동시 치뤄지지 않는 각 지방선거는 점점 의회 입성 뿐만 아니라, 위협적인 수준으로 의석을 확보하는 결과는 다음 선거에 영향을 준다. 또 유럽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테러와 사건도 극우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막연히 이해하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 투표율은 늘고 있지만, 늘어난 표는 고스란히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극우 정당으로 흘러든다. 그리고 이 극우정당은 혐오와 차별 등을 기반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정당들이다. 동시에 지난 5년간 독일 정부를 운영해온 사민당과 기민당의 관계도 AfD를 너무나 경계하던 (그래서 오히려 더 극우적인 행동을 해왔던) 기민당의 다른 노선 선택으로 변해가고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 사민당과 좌파당 혹은 사민당과 녹색당 혹은 사민당 녹색당 그리고 좌파당의 연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베를린의 기민당은 "적적녹 연정을 막자"라는 선거 포스터를 내놓기도 했다. AfD의 기세가 베를린에서도 계속 이어질지 그리고 급변하는 정세는 향후 이 도시의 5년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걱정과 기대감이 함께하는 선거다.

* 이 글은 녹색전환연구소 뉴스레터에 기고된 글입니다.

** 오마이 뉴스 기사 원문 주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32412



극우 정당의 약진, 변화하는 독일의 지방 정치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주 선거서 제2 야당 차지... 메르켈의 난민 정책에 대한 반대 투표 분석

훼손된 독일을 위한 대안(AfD) 대형 선거 포스터

지난 9월 4일,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주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아래 AfD)이 20%의 득표로 총 71석의 주 의회에서 18석을 차지하며, 제 2당이 되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8% 득표로 의회에 입성했던 녹색당은 4.8%로 5% 미만의 득표로 의회 재입성에 실패하였다.

이 주에서 AfD의 선전은 현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의 난민 정책에 대한 반대 투표라고 분석되고 있다. 이는 기민당의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주 대표로 메르켈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AfD의 놀라운 득표 수준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독일 매체 '디 벨트' 지는 한 정치학자의 언급을 인용한 지방 선거 결과 기사 '앙겔라 메르켈에 대한 불신의 투표'를 통해 단순한 극우 정당의 득세만이 아니라, 메르켈 총리의 패배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메르켈 또한 투표 결과를 놓고 이는 분명 난민 정책과 관련이 있고, 총리로서 그리고 이번에 지방 선거에서 AfD에 밀려 제 3당이 된 기민당(CDU)의 대표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난민 정책은 올바름 위한 결정이었고, 그 결정을 유지할 것이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후 국회에선 메르켈은 "(유권자들의) 걱정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팩트를 설명하는 것이 메달(선거 결과)의 양면이다"라며 결과에 대한 대응 방식을 강조했다.

AfD의 주 성장 동력은 외국인 혐오와 작년 시리아 난민을 위한 국경 개방을 전후로 한 난민 혐오를 중심에 둔 포퓰리즘 정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주의 외국인 비율은 약 4%다.

이는 독일 연방 평균 약 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고, 베를린의 외국인 비율 17%와는 비교가 되지도 않는 수준이다. 적어도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주 내에서 외국인 혹은 난민 혐오 정서는 언론 그리고 극우 정당이 부추긴 허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선전을 넘어선 AfD의 성공은 이미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작년 함부르크 5%, 브레멘 6%로 5% 득표를 넘기며 AfD는 지방 의회에 입성하며 본격적인 변화를 알렸다. 올해 초 3월 동시에 치러진 세 지방 선거에서 AfD는 바덴-뷔르템베르크 15%, 라인란트-팔츠 13% 그리고 작센-안할트 주에서는 무려 24%로 10%를 훌쩍 넘기는 득표로 각 지방에서 성공적으로 의회에 입성하였다.

유럽 곳곳에서 터진 테러는, 그것이 난민의 소행이든 해당 자국민의 소행이든 AfD의 성공적인 선동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런 테러나 범죄에 대한 잘못된 우려는 지난 기사 '난민이 많은 게 아니라, 인종차별주의자가 많은 것'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선거 결과와 독일의 난민 정책을 두고 진행된 한 토론회에서 독일 총리실장인 페터 알트마이어는 "우리는 AfD를 뽑은 유권자들의 걱정을 이해하고, 그들을 비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걱정을 해결하기는커녕, 그들의 걱정을 자신들의 포퓰리즘을 위해 남용하는 정당을 비판하는 것이다"라는 발언으로 염려하는 국민(besorgte Bürger)들의 정서를 이용한 AfD의 전략을 비판하였다.

선거 이후 휴양지로 잘 알려진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주의 우제돔 등의 몇몇 섬 지역구는 AfD가 압도적인 득표를 한 결과가 발표되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늦은 여름휴가를 취소하거나, 앞으로의 이 지역으로 휴가를 가지 않는다며 보이콧을 하는 등의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1년 지방의회 선거 결과 및 2016년 예상 득표율(2016년 9월 12일 발표 기준)

이 지역은 베를린 시민들이 즐겨 찾는 여름 휴양지이기도 하여, 9월 18일 치러질 베를린의 지방의회 선거에도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베를린에서 본격적으로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도시 곳곳에 선거 포스터가 붙기 시작했다. 동시에 AfD에 반대하는 포스터도 붙기 시작했고, AfD의 선거 포스터가 심하게 훼손을 당하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연예인들은 공개적으로 AfD에 반대하고, AfD를 뽑는 이들의 무지를 조롱하는 노래가 온라인에서 히트를 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가장 최근에 조사된 선거 AfD의 기세는 누그러들지 않은 채 14% 득표가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AfD가 독일 정치권에 던지고 있는 크고 작은 파동은 기존의 독일의 정치 진영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투표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 예측에 따르면 베를린에서는 기존 사민당(예측 22%)과 기민당(예측 18%)의 연장이 아닌, 사민당, 녹색당(예측 18%)의 적녹 연정 혹은 좌파당(예측 14%)과 함께 세 정당의 적녹적 연정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언급되고 있다.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주 역시 동일하게 지난 5년간의 사민당과 기민당과 연정의 연장이 아닌, 사민당과 좌파당의 적적 연정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단순히 높은 투표율이 더 민주적인 결과를 낳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2011년 지방선거에 비해 약 10% 가량 상승한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주의 높은 투표 참여율(61.6%)은 AfD의 투표 동원 덕택이라는 분석과 함께, 베를린에서도 유사하게 지난 지방 의회 선거(60.2%) 보다 높게 예상되는 투표 참여율(65~70%)은 AfD 투표층이 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긴장을 높이고 있다.

베를린은 독일 정치의 중심인 만큼 그리고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는 대안적인 성격을 지닌 도시인만큼 그 선거 결과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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