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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낙서

2017 베를린에 살다

가끔씩 가는 곳이지만, Hallesches Tor와 Mehringdamm을 이상하게 혼동하곤 한다. 정확히 말하면, 혼동한다기보단 구분의 필요성을 잘 못느낄만큼 가까운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작년에 그런 혼동으로 인해 Hallesches Tor를 가야했는데 Mehringdamm에 도착하여 Hallesches Tor로 걸어가던 중, 한 가수가 막 거리 공연을 시작한 것을 듣게 되었다.

그는 첫 노래를 마치고 5년전(이 글을 쓰는 시점에선 6년 전이겠다.) 파리에서 베를린으로 Business Management를 공부하러 왔다가, 2년만에 학업을 그만두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 했다. 그러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너희들도 꼭 그러길(학업 망치기+하고 싶은일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속으로 이 땅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기본 거주권리가 주어지는 EU시민권자에게나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했던 기억도 난다.

아무튼 EU시민권자 비시민권자간의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 짧은 우연은 베를린이라는 곳 혹은 어떤 대도시에서 산다는 이야기를 짧게나마 이야기해보고 싶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우연히 내 마음에 드는 거리공연을 마주치는 것. 인구가 수백명인 마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인구가 수만명인 도시에서 내 마음에 드는 거리공연을 마주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런 기회는 인구 360만을 바라보는 독일 최대 도시에서 살았기 때문이고, 도심 어디에서나 거리 공연을 용인해주는 관용이 존재하고 그를 통제하는 규정이 존재하고, Beranger라는 이 가수처럼 자신의 꿈을 위해 그런 공연을 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등 수많은 요소들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도시는 그렇게 수많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살며 다양한 인연과 우연의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거리 공연을 시작 부터 끝까지 들었다. 보통 중간에 거리 공연을 듣고, 끝나기 전에 보통 떠나곤 했었는데, 그의 노래가 내 마음에 들었기도 했고, 좌우로 수많은 차들이 지나다니는 가운데 보행자 섬에서 거리 공연을 듣는 다분히 도시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었다. 당연히 그에 대한 작은 대가를 지불하였다. 일년이 지났지만, 그 이후로도 그의 소식을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듣고 있고, 기회가 되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예고되는 그의 공연에 가려고 하고 있다. 이런 경험은 이번 한번 만이아니다. 어딘가의 축제에 초정되어온 가수의 노래를 통해 새로운 장르를 알게 되고, 즐기게 된 경험도 있고, 그 외에도 (베를린이라는) 대도시였기에 가능한 수많은 인연과 경험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대도시가 주는 이런 작은 하지만 소중한 경험들을 사랑한다.


* Beranger의 소식과 음악이 올라오는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eranger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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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독일 |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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