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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건축/베를린

베를린 블록: 도시개발과 정치 그리고 투표

AURI에 기고한 글 베를린 도시 블록의 소셜 믹스–티어가르텐 블록 사례를 중심으로를 바탕으로 지역의 정치 지형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이 글에서 참고로 티어가르텐 블록은 Wahlkiez(지역으로 표기) 3F에 속해있고, 좀 더 작은 단위인 Wahllokal(구역으로 표기) 327는 좀 더 티어가르텐 블록을 잘 대변한다. Wahlkiez는 총 653곳이고, Wahllokal은 총 1779곳에 달한다. 이 글에서 분석하는 투표 결과는 2016년 9월 18일에 있었던 베를린 주의회 선거(혼돈의 베를린 주 의회 선거 결과)의 결과이고, 투표결과 지도 자료는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의 인터액티브 기사의 자료를 활용하였다.


@Berliner Morgenpost

1. 최근의 진보성향이라는 것이 극우에 대한 반대로 이해가 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베를린의 떠오르는 극우정당 AfD 투표비율이 7.4%에 베를린 전체의 14.2%에 비해 절반가량 낮은 지역으로 최근 "진보적으로" 분류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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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티어가르텐 블록은 비교적 변화가 적은 주변 블록에 비해 최근 신규개발이 빈번했던 곳이다. 그리고 그것은 주변 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높다는 사실로 잘 드러난다. 지도에서 색이 표기된 지역(색의 농동는 1순위 정당의 투표 비율을 의미한다.)은 제곱미터당 주택임대료가 10유로를 넘는 지역이고, 그런 지역에서 가장 많이 투표를 이긴 정당은 바로 녹색당으로 제곱미터 임대료가 10유로를 넘는 90개의 지역에서 25.2%의 득표를 얻었다. 

이는 투표 전체평균인 15.2%에 비해 굉장히 높은 수치다. 즉, 집값이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의 1/4은 녹색당을 지지하는 것이다. 한국의 강남좌파나 프랑스의 캐비어좌파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진보의제 주도권을 많이 잃은채로 녹색의제의 정체성이 강하게 남겨져있는 녹색당은 독일의 토스카나 프락치온Toskana Fraktion[각주:1]의 정당처럼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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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F 지역은 동시에 과거 사민당이 강세이었는데, 지난 선거에서 녹색당이 뒤짚은 지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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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또한 3F 지역은 새롭게 이주해온 사람들[각주:2]의 비율이 2/3을 넘어서는 지역이기도 하다. 베를린 전역에 총 74지역이 이에 해당하고, Wahlkiez 3F에선 거주민의 71.4%가 새롭게 이주해왔다. 지역 내에서 녹색당의 강세는 기존 사민당유권자들이 특별한 변동이 없다는 가정하에 새롭게 이주해온 이들의 녹색당 성향이 강했던 결과임을 추측할 수 있다. 이는 임대료, 반 AfD에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그 가정이 맞는지 확인해보자.

*Wahlkiez 3F는 Wahllokal 325, 326, 327로 구성되어있다.


@Berliner Morge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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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llokal 325와 326은 Wahlkiez 3F내에서 사민당이 약간 강세를 보이는 구역이다. 당연히 Wahlkiez 3F우세 구역이되려면 Wahllokal 327에서 녹색당이 강세를 보여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그리고 지난 선거와 비교를 하면 아래와 같다. 지난 선거 자료와 이번 선거자료는 Berlin.de의 선거 페이지 자료를 참조하였다.



두 구역 역시 유효표(325는 456표 → 421표 감소 그리고 326은 493표 → 538표)에 약간 변동이 있었지만, 베를린 투표율 자체가 늘어났듯이, 투표율 자체(325는 38% → 40% 그리고 326은 35% → 47%)는 상승했다. 325 구역 경우는 투표율 자체의 변화가 별로 없듯이, 투표 경향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 베를린 대부분 지역에서 기존 국민정당인 기민당과 사민당에 대한 투표가 줄어들고, FDP와 AfD가 그 지지율을 흡수하는 전형적인 현상은 존재한다. 그 변화는 이 두 구역에서 어느정도 유사하게 관찰되는데, 기민당이 전체 평균에서 5.7% 감소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 두 구역 내에서 기민당의 투표 결과는 폭락 혹은 몰락에 가까운 수준이다.

투표율이 급상승한 326 구역에서는 그 외에도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난다. CDU의 급락과 더불어 녹색당의 지지율 급상승이 눈에 띈다. 보통 기존 정당의 지지율 하락은 기존 정치에 대한 반발 효과로 극우정당으로 몰리기 마련인데, 이 구역에서는 녹색당으로 꽤 많은 투표가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도심 거주민은 점점 진보적이 되는 혹은 도심 거주민은 점점 (부유한) 진보적인 거주민에 의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교체가 되는 세계적인 재도시화 현상의 한 단면을 베를린에서도 역시 발견할 수 있다.

전체 세 구역 그리고 3F지역의 투표권자는 1273명에서 1584명으로 늘어났는데, 325구역에선 1191명에서 1041명으로 감소했고, 326구역 역시 1408명에서 1146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327구역은 838명에서 1472명으로 대폭 증가하였다. 즉, 327 구역의 2011년에서 2016년의 투표결과의 변화는, 앞서 언급한 전반적인 투표 변화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AURI 기고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신규 고급주택이 들어서며 인구수가 급증한 지역새롭게 지어진 주택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투표결과에 가깝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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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구역은 다른 구역과는 조금 다르게 기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지역인데 이제는 완연한 녹색당의 구역이 되었다. 녹색당의 지지율이 30%를 넘어서고, 다른 구역에 비해 AfD의 지지율도 5%이하로 베를린 평균보다도 낮다. 앞서 언급한 가정 "새롭게 이주해온 이들의 녹색당 성향이 강했던 결과임"은 이 글에서 제시한 여러 증거들을 통해 확실히 증명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은 크로이츠베르크 내외의 녹색당 강세 지역의 진보적인 성향의 투표 경향을 보이며 월세가 높아지는 지역의 젊은 전문직 고소득층고 같은 스테레오타입이 되고 있다. 크로이츠베르크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각종 제어장치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다보면, 언젠가는 크로에츠베르크와 좌파를 떠올릴 때면 가난하고 더 피할 곳이 없는 반항의 거점 속 좌파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토스카나 프락찌온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개발은 정치와 멀지 않다.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도시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등으로 인한 도시의 변화는 한 지역의 투표 경향을 바꾼다. 도시개발의 주체 혹은 도시개발에 영향을 받는 대상이 정치의 주체인 시민이기 때문은 두말 할 것 없는 자명한 사실이고, 도시의 변화는 그 정치의 주체인 개개인의 경제력, 정치성향 등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교적 소규모의 주택 개발로 인한 투표 결과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 분석처럼 서울의 주요 재개발 혹은 뉴타운 사업으로 인한 투표 결과 변화를 분석하면 분명 흥미로운 논점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본다.

* 이 분석에 사용한 구역별 투표 결과 자료는 아래 파일로 정리해두었다.

베를린 주의회선거_티어가르텐블록 비교.xls

  1. 최근에도 이런말 쓰는지는 잘모르겠지만, 아무튼 독일에서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에서 여유롭게 휴가를 보내는 사회주의 성향을 지닌 이들이 통칭하는 말이다. [본문으로]
  2. 이주해왔다는 것의 의미는 베를린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베를린 외의 지역 혹은 국가에서 이주해온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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