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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행사

베를린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 시네마아시아 단편/ CinemAsia Shorts, Asian Film Festival Berlin

"다른 집 자식들은 밖에 나가면(해외) 애국자가 된다는데, 너는 도대체 왜 그러니."

남한 사회에 더더욱 비판적인 나에게 했던 부모님의 말씀이었다. 수많은 세대차이가 존재하고 가시화되고 있는 시대지만, 더더욱이 애국에 대한 관점은 좁힐 수 없는 현재 5,60대 이상의 부모 세대와 20,30대 전후의 자식 세대를 특징 짓는다. 전자는 비교적 맹목적인 국가에 대한 충성 그리고 개인의 성공을 통해 국가에 보답해야하는 식의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후자의 애국에 대한 관점은 더 다양한 시각으로 나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국가 혹은 정부라는 국민의 대리인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지, 대리인에게 충성을 다할 생각은 없다. 군대를 다녀온 것만으로도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제공했다.

지난 14일 베를린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 시네마아시아 단편CinemAsia Shorts, Asian Film Festival Berlin를 보았다. 총 7편의 단편이 모아져있는 이 시네마아시아 단편은 2003년 시작되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매년 진행중인 아시아영화제CinemAsia에서 선정된 작품으로 영리하고 재미난 단편 많았다. 사실 즉흥적으로 영화 상영 전날 퇴근 후 극장에서 표를 구매했었고, 결과적으로는 내년에도 이 영화제롤 볼 수 있길 바랄 정도로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영화를 본 또다른 소감은 점점 더 백인이 지구를 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영화와는 멀어짐을 느꼈다는 점이다. 마치 마스터 오브 논Master of zero을 본 이후 대부분의 미드와 멀어진 것처럼 말이다. 이 차이는 영화를 보는 관람객에게서도 느껴졌다. 영화 내내 뜬금 없는 타이밍에 웃는 백인들의 웃음이 바로 그 차이였다. 특히 Dinner time에서 아시아계의 아이가 네덜란드 특유의 저녁 관습(계산된 정확한 양, 정확한 식사 시간 등등)과 동시에 인종차별적인 이유로 네덜란드 백인 친구네 가족과 함께 식사를 못하는 상황에서 슬퍼하는 아시아계 아이의 얼굴을 보며 나온 웃음은 정말 가관이었다. 나중에 한국계 네덜란드분이 유사한 경험을 했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것을 들으면서 확실하게 느낀 것인데, 그것은 바로 잠재적 가해자로서 피해자가 될 일이 없는 사람(백인)과 언제든 피해자로서의 경험과 그로 인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황인종)간의 감정 코드 차이였다.

수십년간 살아온 땅을 떠나 소수자로 해외 생활을 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온 거점을 좀 더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느정도 거주 기간이 흘러 남한 사회에서도 그리고 새롭게 터전을 잡은 사회에서도 완벽하게 속해있지 않지만, 두 사회를 모두 이해하고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관점에서 내가 살고 있는 독일 혹은 베를린 사회가 남한 혹은 서울 사회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고 할 순 없지만, 두 사회의 단점은 겹치지만, 장점은 한쪽 사회가 압도적으로 많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 상황에서 애국자가 될 수는 없지만, 진심어린 비판자는 될 수가 있다. 그리고 개인의 성공이 국가에 대한 보답이자 충성으로 국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부모세대는 그러한 비판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 살면 좀 더 공고해지는 또다른 점은 아시아인, 황인으로서 국제 사회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느끼는 것이다. 특히 최근 트위터상으로 유럽 혹은 미국 (백인)사회의 인종차별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과 우려 그리고 유학생과 이주민과의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관련 내용을 다루는 프로젝트도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남한 유학생 혹은 이주민 간의 논의 뿐만 아니라, 성차별 그리고 성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 등 수많은 차별이 전세계적으로 공론화되고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이야기와 논의를 쭉 따라가다면서 최근 문득 든 생각 중 하나는 한 100년 뒤 즈음에는 현재 21세기를 글로벌 시대 초기 단계 정도로 분류하고, 그 특징으로는 각종 차별주의가 인터넷과 SNS등을 통해 가시화되던 시기로 기록되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제와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을 이 시대의 인종차별과 유럽 사회의 아시아 이주민의 삶을 담은 훌륭한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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