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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낙서

2018 변화

단편적으로 글을 쓰고, 블로그에도 자잘한 글을 썼지만, 꾸준히 글을 안쓴지 1년도 훨씬 넘은 것 같다. 대학생이 된 이후로는 개인사라던가, 리뷰라던가, 답사글이라던가 어떤 글이라도 비교적 꾸준히 써왔지만, 이렇게 몇개월 이상의 공백은 없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합쳐진 결과였겠지만, 가장 큰 부분은 졸업을 한 이후. 이제 더이상 독일 학생이 아니기에, 불확실한 독일 사회 속으로 뛰어들어야하는 상황에서 글을 꾸준히 쓸 정도까지의 심적 여유는 없었던 것 같다.

스케이트를 타러가야지 끊임없이 다짐만한채 벌써 수년째 스케이트를 타러 가지 않던 스스로를 얼마전 인식하고, 인식을 하고 꼭 올해는 스케이트를 타러 가야지 다짐을 한 다음날은 때마침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이었고, 자전거로 약 40분 거리의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Olympia Stadion에 위치한 Eissporthalle Charlottenburg(PO9)에 스케이트를 타러 다녀왔다. 빙질이 좋다고해서 다녀왔지만, 빙질이 좋은 쪽은 아이스하키 링크인 것 같고, 일반 링크의 빙질은 얼음 굴곡이나 파임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1시간 40여분간 눈 앞의 위협만을 피해가며 아무런 생각 없이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고 왔다. 수년간 미뤄오던 것을 하나 해결했다.

약 3시간 30분 가량의 시간, 티켓 3.3유로, 스케이트 대여비 6유로, 1리터 물 1유로.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는 것 말고는 이것을 미뤄온 것을 설명할 수가 없다.



졸업을 한 이후로 계속 프리랜서로 베를린의 한 도시계획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대단한 경력자가 아닌 사회 초년생이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것은 보통 월수입이 불안정하고 적다는 의미다. 그로 인한 불확실함이 내 삶의 많은 것들을 조금씩 바꿔놓았던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학생이라서 미뤄뒀던 것을, 졸업을 한 이후에도 계속 미뤄두게 되었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1,2주 간격으로 사장과 함께 일정을 정하는 장기적 플랜이 없는 삶을 살면서, 마음의 여유가 줄어든 것 같다.

그럼에도 그 어느 때보다 잘 지내고 있다. 불안정하고 적은 수익은 많은 개인 시간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시간은 많았지만 글을 열심히 쓰진 않았다. 대신 그 어느 때보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지만 답사는 거의 가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하고, 내 몸을 강화하는 운동과 스트레칭 등 몸을 활용하는 것 그 자체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마지막 구멍에 채우던 벨트도 여유있게 2칸을 옆으로 옮겨 채우고 있다. 그 이상으로 줄 수는 없겠지만, 꾸준히 이 삶을 유지하면 2칸 정도는 더 옮겨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음의 여유를 좀 잃고,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던 몸을 단련하고 있다.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맛과 향의 음식을 따져가면서 사먹고 해먹는 것의 행복을 습득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옷을 종종 사러다니기도 했다. 사소한 결정을 미루지 않고 있다.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도 연락을 취하고 있다. 누군가에겐 별 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그렇게 신경쓰지 않고 살았던 것들이다. 취직을 하면. 돈을 적당히 벌기 시작하면. 그래서 이사를 가면. 상황이 괜찮아지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미뤄가던 것들이었다. 물론 전공병에 심하게 걸려 그 외의 것은 신경쓰지 않다가 시간이 많아지니 관심사가 늘어난 점도 있다. 원래 적당히 걸쳐입고도 부끄러움 없이 살고, 맛만 있으면 저렴한 음식만 먹고 살 수 있고, 사람 만나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몸이 건강해지면서 마음의 여유도 많이 회복된 것 같고, 그와 동시에 계속 미뤄왔던 것들이자 내 자신을 위해하면 더 좋았을 법한 것들을 하나씩 나의 삶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몸이 10대 때 만큼은 아니지만 건강하다는 것 그리고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요즘 마음의 여유를 빠르게 되찾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현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추후 경력 발전 가능성을 놓고 봤을 때) 지지부진한 현재 삶에 3월 전후로 몇가지 변화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의식적으로 삶에서 준 작은 변화들과 내가 통제할 수는 없지만 내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변화가 모두 긍정적으로 이어지는 올해 상반기가 되길 바란다. 베를린에는 지난 한주간 해가 짱짱하게 떴는데, 진부한 표현이지만, 어렴풋이 구름 뒤 햇살이 언젠가는 모습을 보일거라고 생각하던 최근 내 삶에도, 해가 직접 얼굴을 드리내울 수 있길 바라는 2월이다. 마지막에 너무 기도같은 글이 되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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