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doku] 글로리아 올레드: 약자 편에 선다/ Seeing Allred

기록/문화 리뷰

by * 도시관찰자 2018. 3. 18. 17:00

본문

최근에 몇가지 영화들을 감명 깊게 봤다.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를 할 때 가장 성실하게 했던 것 중 하나가, 책과 영화 등의 리뷰였는데, 독일 유학 생활하면서는 아무래도 전공 관련 책과 영화보는데 급급하여, 그 외의 책이나 영화를 볼 기회가 적었고, 그만큼 리뷰를 정기적으로 할 기회도 줄어들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최근에 영화도 많이 보고 있어서 당분간 기회가 되면 하나 둘 리뷰를 짧게라도 남길 예정이다. 우선 가장 최근에 봤던, 가장 멋진 인물에 대한 다큐.


Netflix

"이렇게 확고하고 당당한 여성을 보면, 흠집을 내고 싶어서일까요?

미국의 여성 인권 변호사인 글로리아 올레드의 넥플리스 다큐 <글로리아 올레드: 약자 편에 선다 (Seeing Allred)>를 앉은 자리에서 두번을 연달아 보았다. 법조계에서는 신경쓰지 않던 여성 인권과 사회적/법적으로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변호사로 수십여년간 일해온 사람의 개인사와 투쟁기를 담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잘 이해하고 있고, 오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오해받고 있다. (...) I don't really care."

수많은 논쟁과 비난과 험담 속에서도 지치지 않은채로, 뜬구름 잡는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여성으로서 동료로서 친구로서 가장 개인적인 것들을 위해 긴 세월동안 지치지 않은채 투쟁적으로 쟁취해내는 모습을 보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떠오를 수 밖에 없고, 그것의 결과까지 놓고보더라도 그동안 남성 중심 사회가 "대의"라는 명목으로 남성들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해왔다는 사실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백인 이성애자 남성"이라는 사회의 기본 가치(?)를 중심으로 대의를 이루어왔다고 환상을 심어줬던 세상에 대한 잘못된 점을 지적해가며 차별적 시선에서 벗어난채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억압당해오던 사람들 함께 모여 오랜 세월 이뤄낸 결과는 기존의 사회의 대의에 희생되어왔던 인권을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하지만 외면당해왔던 가치를 새롭게 세우면서 지켜내고 있다.


"제가 하려는 건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 겁니다. 어떻게 피해자의 상태에서 생존자로 진화하고, 변화를 위한 투사가 되는지요."

이 다큐에선 empower라는 단어가 꽤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그가 수십여년간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을 하며 지치지 않고 싸워서 쟁취해내는 모습이 그 당시 뿐만 아니라 현재 수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empowering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다큐를 보면서 다른 성격의 인물이지만 자연스럽게 <The Post>의 Katharine Graham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페미니즘 혹은 여성 인권 운동이 대중화되고 있는 현재, 여성 개개인의 문제를 여성 전체의 그리고 페미니즘 진영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고, 험담하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는 너무나도 전형적인 여성차별이다. 이 다큐에서도 올레드가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하여 여성 인권 등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옹호를 이끌어내는 것을 두고 험담과 비난이 들끓었는데, 그런 사람들의 비난을 두고 한 인터뷰어가 한 말이 있다. "그런 남자는 못 보셨어요?"


* 얼마전에 봤던 <더 포스트>와 그리고 이 다큐를 보면서 스스로 부끄럽지만 확실히 느꼈던 건데, 그동안 나의 롤모델에 여성을 둔 적이 없었다. 물론 애초에 남성 롤모델은 아예 없었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로 남성이었던 사회에서 자라며, 은연 중에 성별을 불문하고 나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당연한 사실을 남녀차별적인 사고 방식으로 아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틈만 나면 멋진 교수님이라고 언급하던 분도 여성이었고, 삶에서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대다수가 여성이었는데, 그들을 내 롤모델이라고 한번도 생각 이야기해본 적이 없고, 롤모델은 당연히 남성이어야하는데, 그럴만한 (남성) 롤모델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심지어 그들을 내가 삶과 전공 측면에서 배운 것이 많은 롤모델과 다름 없이 이야기해왔음에도 말이다. 그만큼 여성혐오적 이성애자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자라온 남성으로 의식하지 못하면 차별을 하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고, 이렇게 멍청하게 살아왔던 대로 살아선 안된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