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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화 리뷰

[film] 더 포스트/ The Post

20th Century Fox. License: All Rights Reserved. Poster design by Gravillis Inc.

<더 포스트>를 처음 보고 나왔을 때의 내 평가는 쏘쏘 수준이었다. Katharine Graham이라는 원고 준비 없이는 회의에 참여하기도 어렵고, 결정을 내릴 때마다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던 사람이 결국 회사의 운명과 국가의 운명이 달린 상황 속에선 단호하게 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기까지를 보여주는 멋진 내용에 비해, 그 이야기와 개인의 변화 흐름의 묘사를 도리어 방해하는 듯한 너무나 노골적인 연출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Katharine Graham이 화면의 중심에 위치하고, 표정이나 손짓이 적나라하게 클로즈업 되고, 남성들에게 둘러 쌓인 연극적 혹은 포스터와 같은 화면 구성이라던가 그리고 극 마지막에는 법정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결정권자들인 남성들 뒤로 밀려있던 여성들 사이로 지나가는 마치 예수와 같은 그리고 영웅 같은 장면을 대놓고 연출한 수많은 장면들이 아쉬웠다.

그러나 역사상 얼마나 많은 영화와 문학들이 남성을 노골적으로 영웅시화 해왔었고, 여성들을 그 뒤로 밀어냈던가. 이런 노골적인 표현은 그 역사적 맥락을 생각해보면 대중 영화로서 탁월한 선택이라는 결론을 이후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하게 되었다. 수많은 여성들이 이 영화를 보고 감동하는 상황을 놓고 보면, 결론적으로 남성서사에 익숙한 남성이기에 본능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물론, 어느 영화의 어떤 배역에서나 그 배역이 아닌 톰 행크스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톰 행크스에 비해,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그 스스로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배역으로 완벽하게 스며든다. 연기는 너무나도 탁월하였고, 특히 손에서 놓지 않던 안경에서조차 전해지는 감정까지 정말 너무 연기천재적인 모습들로 가득했다. 다만 그걸 너무 노골적으로 연출을 해서 망쳤다고 생각한 것인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연기천재적인 모습을 노골적으로 집중시켜 관객이 주목할 수 있게 해준 것이었다.

아무튼 이성애자 남성 중심의 서사 속에 파묻혀 살아왔기에, 여성 중심의 서사와 연출에 자연스럽게 거부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모습을 스스로 계속 느끼고 있다. 그간 수많은 남성형 영웅들에게 카메라가 집중되고 조명될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여성이 그 자리에 위치하면 그게 자연스럽지 않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런 문제의식과 함게 여러 여성주의 문화들을 접하면서 점점 익숙해지고 있기도 하다. 남성이 중심인 것이 정상이라고 여겼던 비정상적 상태에서 정상으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여성 중심의 영화, 문학, 예술 등이 많아져야만 한다.

영화를 보고 얼마 있지 않아 짧은 기사를 읽었다. 한국 일보의 기사 [삶과 문화] 말할 테니 들어라 인데, 기사의 한 문단이 1. 이 영화를 보고 난 이후, 2. 강남역 살인 사건과 미투 운동 이후로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이 공론화되며 스스로 품고 있던, 3. 이제서야 점점 여성의 서사가 늘어나며 경험하고 있는 점에 대한, 4. 그런 변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사회 맥락적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남성이 가진 발언권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남성의 말을 듣는 데 우리가 할애하는 시간의 양이 얼마나 엄청난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정말 ‘끝없이’ 말하는지! 첫 번째 운동의 목표를 이루려면 거의 항상, 남성 발화자의 말을 끊고 들어가야 한다. 처음에는 놀라울 정도였다. 나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밀도가 아주 낮고 정보가치가 별로 없는 말이라도, 우리 사회는 남성의 언어에 일단 ‘계속할 것을 허락 받은 힘’을 부여한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그 힘이 있는 한 성비가 맞을 수가 없다. 게다가 그 이면에는 ‘여성은 듣고 호응할 것을 요구하는 힘’이 있다."


* 이 영화 마지막 크레딧으로 등장한 (이 영화를 헌정 대상인) 영화 감독 노라 애프런Nora Ehpron에 대한 이야기

노라 애프런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영화로 꼽는 <유브 갓 메일>의 영화 감독이다. 감독 그 자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못했는데, 점점 그의 이름을 마주치는 횟수가 늘면서, 좀 더 그에 대해 파악하게 될 수록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는 수많은 유명 할리우드 영화를 찍은 여성 감독으로, <더 포스트> 영화의 감독인 Steven Spielberg, Kristie Macosko Krieger, Amy Pascal 뿐만 아니라 주요 등장 인물들과 크고 작은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그 역시 감독이 되기 전 언론인으로서 Katharine Graham에게 많은 영감을 받은 사람이었고, 자연스럽게 영화 속 많은 이슈들에 대해 신경을 쓰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각주:1] 또한, 영화 마지막 장면이었던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알린 워싱턴 포스트 기자인 Carl Bernstein의 전아내 였다. 그는 70년대에 Newsweek 기자가 되기 위해 지원 했는데, 비서, 복사담당, 자료 조사의 역할만 요구 받았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각주:2] 메릴 스트립과는 <제2의 연인>, <줄리 & 줄리아>에서 함께 작업을 했고, 톰 행크스는 <유브갓메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함께 작품을 한 적이 있고, 특히, 톰 행크스는 그의 자서전을 쓰며 노라 애프런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가 자신에게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도움을 주었다고 자서전 관련 인터뷰에서 이야기 한 적이 있다.[각주:3]

  1. https://www.screendaily.com/features/the-behind-the-scenes-story-of-steven-spielbergs-the-post/5125714.article [본문으로]
  2. https://www.theupcoming.co.uk/2018/01/12/steven-spielberg-meryl-streep-and-tom-hanks-discuss-the-post-at-london-press-conference/ [본문으로]
  3. https://www.theglobeandmail.com/arts/books-and-media/tom-hanks-on-his-new-book-nora-ephron-and-his-harmless-vice-typewriters/article36588179/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