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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u] 그녀는 분노할 때 아름답다/ She's beautiful when she's angry

기록/문화 리뷰

by * 도시관찰자 2018. 3. 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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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iron when the strike is hot" 미국의 첫 여성 총파업 포스터

"왜 여성으로 태어나면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능성에 제한을 받아야 하는가?"

넥플릭스의 <그녀는 분노할 때 아름답다 (She's beautiful when she's angry)>를 보았다. 60년 대부터 70년대 초까지 미국의 급진페미니스트들의 여성해방운동을 보여주는 다큐로, 당시 운동의 수많은 성과 중에선 여성들이 맞고, 임신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고, 강간 당해도 아무도 믿지 않던 시대에 이 문제를 세상에 드러냈다는 점이 있다. 그것은 일상에서 존재했지만, 법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존재하지 않던 지금은 명칭까지 생겨난 성추행, 가정 폭력 등이었다.

불행하게도 다큐 막판에 나오는 한 페미니스트의 대사처럼 여전히 현재 사회는 40년 전에 급진페미니스트들이 제기한 문제를 토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의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 운동의 가시적인 성과만 보더라도, 이제는 여성운동은 해일이 오는데, 조개를 줍는 행위가 아니라, 너무나 오랜 세월 모른척해왔던 막을 수 없는 해일 그 자체가 되었다. 40년 전의 급진적이었던 생각이 이제는 대중적인 흐름이자 토론주제가 된 것이다.

Uppity Woman Unite (뻔뻔한 여자들 동맹)

작은 모임으로 시작했던 여성해방운동이 처음으로 정치운동에 참여했을 때는 닉슨 선거 저지 반전 시위였다. 그 곳에서 처음으로 여성 운동 단체에 대한 연설을 하려고 하였고, 신좌파New Left 운동가들로 가득찬 연설대에 서서 연설을 시작하려는 하였다. 하지만 그곳에서 군중들은 온갖 아유 함께 여성 운동 단체에게 내려오라는(내려가서 떡이나 쳐라...)라는 소리를 하였다고 한다. 여성이 종속적인 대상으로 함께 운동을 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으나, 여성이 집단을 이루자 모순이 일어난 것이다.

"갑자기 모든 것이 질문 거리가 됐어요."

이 시점으로 여성해방운동이 60년대말까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들이 어떻게 여성해방운동 이론을 구축했는지, 왜 자신의 몸을 실험했는지, 왜 스스로 몸을 단련했는지 그리고 어떤 단체는 낙태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단체는 합법화를 위해 일하고, (부작용이 심했던) 피임약 정보 제공 동의 얻어내고, 학문으로, 음악으로, 문학으로, 운동으로... 여성의 권리를 쟁취해나간 60년대 미국 (급진)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을 보여준다.

다큐에 등장하는 6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젊을 때과 현재 모습이 계속 비교가 되는데, 60년대 당시의 각자 멋졌던 특징(말투라던가, 스타일이라던가)이 여전히 고스란히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서 신기하였다. 그리고 이 다큐를 보며 생각날 수 밖에 없는 글로리아 올레드 역시 이 흐름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41년생, 75년 법대 졸업, 76년에 변호사 사무소 설립)

"여성 운동의 큰 각성은 개인은 결국 정치적이라는 거에요. 자신만의 문제였다고 느꼈던 것.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생겨나는 걸 보면 그건 사회 전체의 문제고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것이 되죠."

다큐는 백인 이성애자 페미니스트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유색인종 여성운동 그리고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등의 이야기를 조명하면서, 그 사이에 어떤 의견 충돌이 있었는데, 그래서 어떻게 그룹이 생기고, 분리되고, 각자의 정체성에 따라 새로운 그룹이 만들어지는 등 페미니즘 그리고 여성해방운동이라는 큰 흐름 안에서 어떻게 대화하고 대립하고 혁명을 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조명한다.[각주:1] 또한, 여성해방운동이 스스로 느꼈던 문제점에 대해서도 스스로 문제점(수직적 구조 형성, 남성적 리더심, 남성 배제 등)도 다루고 있다.

"너무 민감한 거 같은데 왜 이렇게 과민반응하죠?" 한 TV쇼에서 진행자가 페미니스트들에게 한 질문

60년대 여성해방운동에 대해서는 FBI가 미국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는 위험한 그룹으로 평가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영화 <써프라제트Suffragette>에서도 유사한 모습이 등장했었기에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아무튼 FBI의 그런 평가와 감시에 대한 한 페메니스트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어떠한 위험한 일이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거에요. 그들에게 진짜 위험한 건 이었겠죠. 왜냐하면 진실을 말하고 전파하는 건 혁명적인 거니까요."


* 마지막으로 시종일관 진지했던 다큐에서 큰 웃음을 안겼던 대화.

한 남성 청중의 질문: 저메인 그리어 양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자들이 대체 뭘 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알 수만 있다면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데요.

저메인 그리어: 이봐요 총각, 그런 걱정 마. 왜냐하면 그들이 뭘 원하든지 간에 그 쪽에게 부탁하지 않을테니까요. (이봐요 총각은... 나쁘지 않은 의역이었다고 생각)

  1. 이 부분에서 조금 괴로운 것은 유색인종여성woman of color이라는 흑인 페미니스트의 발언을 계속 흑인여성으로 오/의역해버리는 넥플릭스 자막...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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