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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일상

베를린 2018년 4월

공교롭게 일상 폴더에 글을 쓴지 딱 1년이 되었다. 실제로 2017년 4월달에 <2017/07/31 - [삶/일상] - 베를린 2017년 4월>을 쓴 것은 아니지만, 보통 매달 사진 정리는 하고 있고, 일상에 쓰는 글은 어느정도 사진과 연관된 이야기라, 미리 준비해놓은 사진과 글을 7월 말에 결국 정리해서 올린 것이니, 아무튼, 1년만에 이 폴더에 글을 쓰는 셈이다.(그래서 2017년 4월 글이 짧다.)

독일에서 살면서, 원고료를 받아가며 글을 쓰기 시작했고, 원고료도 조금씩 높아졌고, 동시에 글쓰기에 투자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여기서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고, 시간당 돈을 받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러다보니 글 쓰는 것 역시 최대한 이곳에서 받는 시급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이러니하게도 글 쓰기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또한, 지금 내가 일하는 시급에 비해 심각하게 적은 원고료의 원고 작업은 일절 안하고 있고, 대외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그간 블로그에 썼듯이 다른 것에 바빠서, 게을러져서의 원인도 있겠지만, 대가 없는 글을 쓰지 않게된 것도 글을 점점 덜 쓰게되는 이유 중 하나라는 생각이 최근에 들었다. 사회초년생, 심지어 외국인으로서, 프리랜서의 삶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뭔가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애매한 경계에서, 사회적 보호 없이 스스로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하는데, 이게 내 노동인지, 내 여가인지, 내 개인적인 일인지, 자기개발인지, 대가를 받아야하는 노동인지 등등등 수많은 것의 경계가 계속 흐릿해지는..

아무튼 2018년 4월의 일상 같지 않은 일상이다.



가난한 힙의 대명사인 베를린에서 대표적으로 힙했던 장소였던 Holzmarkt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짧지 않은 기간 공사를 마무리하고 어느새 재단장한 상태였다. 독특할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힙함을 되살리기 위해 어떻게든 독특해보이려고 노력을 했지만. 그렇게 조금 독특해보이는 관광지가 되어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 교외에 차타고서야 갈 수 있는 황토로 지은 건물이 있는 테마 카페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불행하게도 베를린은 과거의 7,80년대 저항과 자유의 이미지를 재현하고, 90,00년대의 통일 전후의 혼란스러운 도시의 모습을 소소하게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 도시로서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베를린은 온갖 곳이 다 무너지고 파괴되었고, 장벽으로 분단되었었기 때문에, 도심에 상상도 못할 공간들이 많다. 보통 공터나, 녹지가 그 대표적인 예다. "도심에 왜 이런 공터가 있지?" "도심에 왜 이런 공원이 있지?" "도심에 왜 이렇게 정돈되지 않은 거친 공원이 있지?" 생각이 든다면 대부분 전쟁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생겨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훔볼트하인 시민공원Volkspark Humbolthain. 이곳에 날이 좋을 때 올 때마다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이 공원을 이용하는 방식을 보며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굳이?" 뿐이지만, 굳이 인간이 존재하는데, 굳이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 널부러져있는 것 정도야라는 생각과 함께, 도시는 더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리고 그들을 용인해 줄 수 있을 수록 더 빛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 한 2주 정도 잡고 있는 글이 있는데, 그 글이 이 생각에 대한 맥락과 내용을 어느정도 정리할 수 있는 글이 되길 바라고 끊임없이 수정하고 있다.



"너희의 이윤에 우리의 희생을 (치른다!)Eure Profit auf unseren Kosten"

이번 시위는 그간 주거문제 관련한 시위 중 가장 규모가 컸다. 얼마전에 독일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베를린 방을 구한다는 사람이 월세 350유로를 생각한다는 글을 썼었고, 그 아래 댓글로 베를린 월세 시세를 모르시는 것 아닌가요 600유로는 생각하셔야한다는 식의 댓글이 달렸다. 틀린 말이 아니라서 비극적이었다. 중산층 독일인 백인 남성 누구에게나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이 도시를 찾은 누구에게나(이민자, LGBT, 저소득층 등등) 월세집을 허락하던 도시가 이제는 WG의 작은 방 조차도 (주택난을 이용하는 Hauptmieter등으로 인해) 350유로는 상상할 수 없는 불행한 도시가 되었다.



최근 퇴근길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가는 장소를 티어가르텐 안에서 찾았다. 호수를 바라보는 풍경이 정말 좋아 정신차려보면 어느새 넋을 놓고 호수를 바라보고 있게 되는 곳이다. 풍경도 좋고, 티어가르텐 어디나 그렇듯 새소리가 끊임없는 곳인데, 수풀 뒤에 숨겨진 벤치라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지나다니는 공원길 인근임에도 주로 자리가 비어있다. 다만, 최근에 날이 좋아지고, 몇번 비가 온 뒤로... 벌레가 많아졌고, 계속 이곳을 퇴근길 책읽는 장소로 이용할 수 있을지는 5월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날이 좋았던 금요일 오후의 티어가르텐. 요즘 내 최고의 공원이다.



출퇴근길에 항상 지나치기만했던 독일 저항 기념관Gedenkstätte Deutscher Widerstand을 갤러리 주말 행사를 가던 길에 잠시 들렸다. 모든 것을 다 보면서 살 순 없지만, 일주일에 수차례 지나치는 곳을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은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올해 갤러리 주말 행사 글을 쓰려고 사진을 고르고, 예약글에 업로드를 해놓고 봤더니, 작년 갤러리 주말 행사 글을 예약해놓은 것을 발견했다...



Skatepark, Park am Gleisdreieck. 누군가의 열정을 구경할 수 있는 공간.



그렇게 비어있던 곳이 하나 둘 채워져나가고 있다. 내가 알던 공터가 모두 누군가의 부동산 수익을 위해 큰 의미없이 채워졌을 때도 나는 베를린에 계속 살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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