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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그로피우스 슈타트/ Gropiusstadt, Berlin

도시와 건축/베를린 풍경

by * 도시관찰자 2014. 8. 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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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살면서 나름 외곽의 대단위 단지를 많이 찾아가는 편이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지도상에서 보이는 극단적이 모습이 거리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아파트 단지들이 지도상에서는 극단적이지 않은데, 거리에서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지도상에서의 극단성이 의미하는 것은, 그만큼 주택의 배치, 형태 등에서 다양한 실험을 했다는 의미가 주를 이루고, 또 다른 의미는 기존에 존재했던 외곽의 주거지역과 주말농장지역을 파괴하지 않아야하기에 이상한 형태와 배치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찌되었건 전후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60~70년대 유럽에서는 도시 외곽에 대단위 주택단지를 지었다. 짧게는 30여년 길게는 50주년을 갓 넘긴 이 주택단지들은 굉장히 성숙해있다. 분위기만 보면 한국의 잘 사는 아파트 단지 같은 느낌의 장소가 되었다. 과거의 악명 높았던 도시환경은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지도 상 배치의 극단성이 거리 풍경에서의 극단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공공)공간이라는 개념이 계획에 주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와 반대로 (내가 혐오하는) 90년대 이후 지어진 한국의 아파트들은 공간의 개념이 대부분 상실이 되었다. 설계단계에서나 공모 단계에서는 공간을 만들고 축을 만들고 말은 그럴싸하게 써놨겠지만, 대부분 말에 그칠 뿐이고, 실제 배치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최대한의 건폐율, 용적률을 실현시키고 인센티브도 모두 다 활용할 수 있는 계획안 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는 땅에 필요한 공공시설과 공공공간을 배치하는 것이 최근 한국의 공동주택 개발 방식이다. 그렇기에 최근 지어진 아파트 단지보다 도리어 90년대 이전에 지어진 여러 아파트 단지에는 공간에 대한 개념이 살아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재개발을 했거나 곧 재개발을 앞두고 있기에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도시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상상해봄직한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 Walter Gropius라는 희대의 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그리고 그의 이름을 딴 이 작은 도시이자 주택단지인 그로피우스슈타트(Gropiusstadt)는 2010년에 50주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그 어떤 재개발계획도 잡혀있지 않다. 오히려 QM(Quatiersmanagement, 우리나라 여러 매체와 연구소에서 베를린의 마을 만들기 사업이라고 멋대로 의역하는데, 마을만들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구역 관리'이다. 조금 양보하면 마을 치유 사업 혹은 마을 관리 사업 정도)를 통해 지속적인 구역 관리, 주민 통합, 주민 참여형 프로젝트 등 현재 54년이 된 아파트 단지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크고 작은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참고로 이 지역의 5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약 37%, 외국인 비율은 약 17%에 달한다. 두 비율 모두 베를린 전체 통계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고는 할 수 없으나, 어쨌든 평균보다는 높은 축에 속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문득 떠오른 한국 아파트의 풍경이 있어서 함께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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