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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건축

도시 국가가 된 팔레스타인 한 사람의 세상은 그 사람이 경험하는 만큼 넓어진다.책을 통해, 친구를 통해, 여행을 통해, 공부를 통해,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한 사람이 경험하는 것들이 그 사람의 세계를 형성한다. 세상에 그 아무리 많은 나라들과, 언어들과, 문화들이 있어도, 경험하지 않은 이상 그것들은 내 세상의 밖의 일이다. 가령 시리아에서 내전이 일어나서 200명의 사망자가 생겼고, 비공식적으로 200만명의 시리아 난민이 시리아 주변국으로 피난해있는 상황들이, 그냥 한국에서 지낼 땐 해외뉴스 한켠의 작은 사건이 뿐이었다. 근데 이 곳에서 독일어를 배우며, 시리아 내전을 피해 10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독일에서의 정착을 꿈꾸는 친구를 사귀게 된 순간, 시리아 내전은 내 세계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터키와 쿠르트족 그리고 그리..
건축가의 윤리 그리고 나치 전당 대회장/ Reichsparteitagsgelände 1.적어도 나에게 Nürnberg뉘른베르크라는 도시를 생각했을 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실현되지 못한 또 다른 나치의 도시인 Dutzendteich듀젠트 호수지역이다. 뉘른베르크의 구도심을 보면 역사적 지식이 없이는 감히 나치를 떠올릴 수 없는 아름다운 도시로 유명하지만, 과거에 비해서 너무 귀여운 이름으로 불리는 Dokumentationszentrum도큐젠트룸의 본래 이름인 Reichsparteitagsgelände나치 전당 대회장 건물을 한번만 경험하면 그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 그 정도로 이 Dutzendteich에 있는 단일 건축물이 주는 경험은 색다르다. 적어도 내가 직접 경험해본 기자의 피라미드가 단순 건축물의 크기 그 자체로 나를 압도했다면, 이 나치 전당 대회장은 내부 중정의 거..
베를린의 비키니 건축물/ Bikini-Haus Alexander Platz와 더불어 베를린에서 유명하지만 멋없는 장소 중 하나인 Breitscheidplatz(유명 관광 명소인 Kaiser-Wilhelm-Gedächtnis-Kirche가 있음)에 못생긴 건물들이 재개장을 했다. Bikini-Haus라는 건물과 Zoo Palast인데, 그 중에서 Bikini-Haus는 건물 벽에 BIKINI BERLIN이라는 이름이 떡하니 붙어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건물이다. 베를린에서 유명한 장소에 있는 못생긴 건물들이 남아있는 것은 거의 단 한 가지 이유로 수렴하게 되는데 바로 Denkmalschutz, 즉 문화재 보호 때문이다. 문화재 보호법에도 수준이 있지만, 대부분의 문화재 보호를 받는 건축물들은 Facade 즉, 외부 디자인을 마음대로 변경..
도시와 규제 현대 도시의 규제는 역사와 그 역사속 시민들의 희생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규제가 없는 현대 도시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다. 인터넷에 Kowloon walled city라는 기괴한 홍콩의 한 주택단지 사진과 글이 떠돈 적이 있다. 이 도시는 오랜 세월 전에 무허가로 지어진 주택단지로 밀도가 극도로 높고, 단지 내부에서 햇살을 받는 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고, 위생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치안 또한 안좋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이 주택 단지가 철거되기 전에 꽤나 자세하게 자료 조사가 되었고 수많은 사진들과 예술 작품으로 기록되어있다는 것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오래되고 역사적인 주택 단지가 철거되는 서울과는 많이 다르다.규제 없는 도시의 최종 모습은 아마 Kowloon walle..
중정(Hof)이라는 공간 독일어로는 Hof, 영어로는 Courtyard, 한글로는 중정이라는 공간. 누군가의 피아노 소리, 누군가의 청소 소리, 누군가의 요리 소리 그리고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공존하는 공간. 한 건물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든 소리와 공기가 공유되는 공간. 상상만 하던 그 공간의 장점과 단점을 몸소 느끼기 시작하는 요즘.
기억의 도시 베를린 - 살해당한 유럽의 유대인들을 위한 기념비/ Stadt der Erinnerung "Die Leute wollen nicht durch ein riesiges Monument vor ihrer Nase tagtäglich an ihre Schuld erinnert werden, sechs Millionen europäische Juden ermordet zu haben." 사람들은 매일 같이 자신의 코 앞에 있는 거대한 기념비로 인해 약 7백만의 유대인들을 살해한 그들의 잘못을 기억하길 원하지 않는다. -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베를린은 기억의 도시이다. 도시 곳곳에 잊지 않아야하는 과거에 대한 기억을 새겨놓았기 때문이다. 그 기억은 나쁜 기억, 추악한 기억도 있고, 좋은 기억, 행복한 기억도 있다. 그 기억들은 건축물이 되어, 표지판이 되어, 기념비가 되어 그리고 공원이..
템펠호프 공원 주민투표 결과/ Volksentscheid zumTempelhofer Feld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야말로 '와!우!'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오는 소식을 드디어 받았다. 지난해부터 "100% 시민주도의 템펠호프 공원Initiative 100% Tempelhofer Feld"이 시 정부의 템펠호프 공원 개발에 대한 반대를 위해서 주민투표 청원을 주도하였고, 그 최종 투표가 오늘 있었다. 베를린과 독일의 여러 매체들은 Mehrheit gegen Bebauung. 즉, '다수가 개발에 반대한다'는 제목으로 속보를 쏟아내고 있다. 다수로 대변되는 시민들이 시정부의 개발 계획으로부터 승리했다. 이 승리는 기존의 주택지를 허물고 새 건축물을 짓는 파괴적은 개발 계획으로부터의 승리가 아니다. 텅 빈 땅이었던 그리고 지금은 수많은 시민들이 즐겨찼는 공항의 부지의 극히 일부를 활용한 ..
도르트문트가 된 베를린 금요일부터 베를린 곳곳에는 BVB 팬들의 모습이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토요일. 베를린은 도르트문트가 되버렸다. 지난 토요일 DFB의 Pokal 결승전이 베를린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근데 왜 베를린이 도르트문트가 되어버렸을까. 상대편 뮌헨도 있는데 말이다. 심지어 도르트문트 2:0으로 패배했는데 말이다. 그 이유는 직접 경험하지 못하고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축구를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나도 부족한 도르트문트 시민들 혹은 BVB 팬들의 열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진짜 사랑Echte Liebe이라는 BVB의 문구가 있지만, 그들에게는 사랑이라는 말은 부족하다. BVB는 가족이고, 연인이고, 친구이고 그리고 그들의 삶이다. 더 나아가서는 합법적으로 그들의 광기(?) 혹은 집단의 열정을 뿜어낼 수 있는 유일한..
110년 그리고 120년 전 베를린의 흔적/ Spar- und Bauverein 120년 전Ein Blick in die Geschichte kann auch ein Blick in die Zukunft sein. (Renate Amann, 1992)과거로의 시선은 미래로의 시선이 될 수도 있다.자주 다니는 길은 아닌데, 간혹 산책을 할 겸 지나다니는 길이 있다. 그 길에서 한번 정말 오싹한 건물을 한번 봤던 기억이 난다. 겨울의 베를린 날씨는 거의 항상 음산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건물이 엄청나게 낡고 오래되 보였다. 요즘 조금씩 읽고 있는 한 책에서 문득 그 집과 거의 유사한 모습의 1894/95년도에 지어진 주택을 보았다. 헐, 정말 그 건물이었다. 무려 1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에서 오롯히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베를린은 도시의 90%이상(정확히는 98%)이 2차..
[번역] 데이비드 치퍼필드: 도시에는 아름다운 주택이 필요하다! 얼마전에 한 뉴스에서 영국 스타 건축가인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의 과감한 인터뷰를 만났다. 그의 논지는 박물관을 설계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고, 오히려 주택, 학교, 업무용 건물을 설계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다른 건축가가 말 했다면 욕을 엄청나게 먹을 수도 있겠지만, 치퍼필드의 박물관 작품들은 보면 누구든 그의 말에 욕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간단히 구글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서 나오는 건축물만 봐도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그가 이 인터뷰에서 말한 설계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설계 디자인이 아니라, 설계 과정 중에서 건축주와의 디자인 협상 그리고 건축주나 건설사와의 예산 협상 등등 수많은 건축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그런 모든 프로세스를..
템펠호프 공원의 미래/ Die Zukunft des Tempelhofer Feldes 2014년 5월 25일에는 유럽의회 선거Europawahl 뿐만 아니라 템펠호프 공원의 미래에 대한 국민 결정(투표)Volksentscheid über die Zukunft des Tempelhofer Feldes도 동시에 이루어진다. 이제 몇주 안남은 그 선거를 위해 도시 곳곳에는 홍보물과 선전물이 넘쳐난다. 그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토론회와 뉴스 기사등으로 사람들은 관심이 있건 없건 이 사항에 대해 인지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이다. 그 중에서 템펠호프 공원 관련 국민 투표는 베를린 시민들의 큰 관심사가 쏠려있는 사항이다. 공원 자체의 매력을 지키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주택 부족난이 심화되고 있는 베를린 도시의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관심까지 쏠려있기 때문이다. 이번주 그와 관련된 두가지 토론회를..
IBA 57, 베를린 국제건축전시회 1957 1987년 베를린의 국제건축전시회Internationale Bauausstellung가 있기 30년전인 1957년. 역시나 베를린 국제건축전시회(이하 IBA 57)가 있었다. 박람회의 주제는 내일의 도시Die Stadt von morgen이었다. 이 전시회는 부스에 최신 건축 기술과 건축 자재를 전시하는 전시회가 아니라, 실제 베를린에 건축가를 초대하여 전후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 것이었다. 전시 대상은 새롭게 지어진 진짜 건축물들이었고, 그 말은 철거되는 모델하우스 같은 가건축물이 아닌, 곧 사람들이 살게 될 진짜 건축물이었다. 전시 관람을 위해 건축물이 지어진 Hansaviertel에는 리프트(놀이공원이나 스키장 리프트처럼 높은 장소 앉아서 새로 세워진 건축물을 둘러보며 구경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