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낭만적이지도 않은 베니스

2015. 4. 29. 21:11도시와 건축/도시


나는 베니스를 이렇게 부르고 싶다. 강제 보행도시, 베니스. 이곳에는 모든 사람이 강제로 기차던, 버스던, 자동차던 강제로 하차할 수 밖에 없는 도시이다. 세계 수많은 도시 가운데에서도 베니스의 이미지가 여전히 견고한 이유는 베니스란 도시는 바다 위에 세워진 집단의 건축작품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딜 둘러봐도 낭만적이고, 어디를 돌아다녀도 자동차로 인한 불편함은 없다. 하지만 걷는 게 불편한 사람들 혹은 여러 이유로 인해 걸어 다니며 어려운 사람들은 비싼 돈을 주고 배를 타야 한다.

유럽에서 살며 도시를 공부하니, 여러 유럽 도시에 대한 기본적인 흐름이나 정보를 좀 더 자세히 알게 된다. 이탈리아어를 할 줄은 몰라도, 베니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정보를 접하다 보면, 정말 낭만적이긴 한데, 사실상 쇠퇴하고 있는 이 도시를 보면 슬픔이 몰려온다. 베니스는 관광으로 먹고살지만, 관광으로 파괴되고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문제가 아니다(물론 문제이긴 하다). 이런 자기 파괴적인 관광업조차도 도시의 역사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남들은 다들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도시는 조금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썩 좋지만은 않은 경험이다.

기술 문명의 급격한 발전은 사람들이 이전에 누리지 못한 수많은 편리함과 다양함을 누리게 해주지만, 동시에 이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그 누가 감히 관광이 도시와 도시민들의 삶을 망치고 파괴하는 원인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을까. 물론 유럽 도시 전문가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있었다곤 한다. 20년전 20만명의 시민들이 살던 베네치아에는 현재 약 5만명 남짓의 시민만이 남았다. 그리고 2030년에는 그 어떤 베네치아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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