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1. 03:26ㆍ도시와 건축/이야기
거대함과 다양함은 당연히 다른 개념이다. 거대하다고 다양하지 않고, 다양하다고 꼭 거대하지는 않다. 흔히, Mega City라고 부르는 개념이 그렇다. 우리는 뉴욕을 런던을 메가 시티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도시를 목표로 급격한 성장을 해온 도시들을 우리는 Mega City라고 부른다. 내용이 아닌 양적 팽창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 곳에는 내용이 빠져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느낄 수 있다. 물론 뉴욕처럼 거대하면서 다양한 도시도 존재한다. 또한 다양함이라는 것이 도시에 있어서 항상 긍정적인 요소인 것도 아니다.
우리가 현재 모델로 삼는 서구 사회의 Global City는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시도와 실험 그리고 좌절과 성장을 겪으며 지금의 도시가 되었다. 그곳에는 일년을 지내도 다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도시 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그들만의 삶의 양식이 존재한다.
베를린을 돌아다닌지 어연 1년이 훌쩍 넘었다. 베를린을 주제로한 글을 쓰고 있으니 그래도 꽤 많이 알고 있고, 많이 알아가기 시작한다는 생각이 든다. 디카로 찍는 사진들은 수없이 쌓여가고, 새로운 외장하드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제 조금 파악되었다 싶은 장소에 붙여놓은 스티커가 늘어나지만, 오히려 스티커가 없는 동네가 더 넓게만 느껴진다.
지난 주말은 꽤나 날씨가 좋았다. 그래서 밀린 일들을 뒤로한채 열심히 돌아다녔다. 평소 그냥 지나쳤던 곳에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무심히 지나간 곳에는 놀라운 장소들이 존재한다. 알면 알수록 겸손해진다지만, 너무나 다양하고 넓은 베를린을 돌아다니면, 오히려 더 아는 척을 하고 싶다. 다 알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 때문이다.
수백년의 역사 그리고 지난 수십년간 다양한 문화가 축적된 베를린이라는 도시는 나를 절망케한다. 1년 남짓 이 도시를 돌아다니고 조금씩 공부하면서 겸손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아는 척 발버둥치는 나를 스스로 느끼곤 한다. 나는 이 다양한 도시가 무섭다. 그래서 적어도 5년 이상 이 도시를 차근차근 돌아보고 싶다.
이제 시작이니 자만하지 말고 게으르지 말라는 마음다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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