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15. 16:00ㆍ도시와 건축/이야기
아현동
옥수동
제기동
"도시들은 우리의 비전과 우리의 실수의 물리적 기록이다." - David Chipperfield
서울의 물리적 모습을 보면 이 사회에 얼마나 크고 작은 실수가 많았는지 알 수 있다. 옥바라지 골목은 한국 도시에또 다른 실수를 남기는 장소가 될 것이다. 역사성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 나이지만, 모든 도시와 동네가 역사 도시로 보존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기억들은 적어도 간판, 기념물, 기념 공원 등 어떤 방식으로도 기억될 수 있다. 옥바라지 골목 같은 경우도, 아마 계속 압박이 들어간다면 골목길 원형을 보존하고, 몇몇 주택은 남겨 박물관으로 재활용하는 등 역사는 어떻게 든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거지 같은 모습으로 남겨진 종로 피마골을 봐라. 잘 보존되건, 아니면 생색을 내며 보존을 하건 남기고 싶어하는 역사는 사람들의 삶에 여전히 남겨져 있다.
그렇기에 요구해야 하는 것은 역사가 아니다. 그곳의 지역 그리고 인구 사회 구조를 지키자고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남기고 싶은 역사만 남긴 채,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기억은 역사에 기록되지 못하고 쫓겨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구조를 지켜낼 수 없다면 그 곳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이어져야 한다. 평범한 혹은 잊혀진 사람들이 살던 삶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집중하고 기록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북)아현동이 예외적으로 기록이 많이 남았지만, 뉴타운 사업 10여년간 그 외의 '골목이 있던' 동네는 점점 폐허가 되었고, 세입자와 주민들이 쫓겨난 채 역사에서 사라졌다. 그 동네가 어떤 동네였는지, 숫자, 지도, 사진으로 재구성할 수 있겠지만, 개인의 사연과 그 개인의 사연이 만들어내는 지역의 역사를 만들 수는 없다.
(역행하고 있지만) 민주주의 시대이자 수많은 정보 기술이 가득한 이 시대에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충분히 역사의 한켠에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확률가족 책에서 봤던 이야기처럼 말이다. 확률가족에서는 개발의 흐름을 이해한 한 여러 개인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역사의 흐름 같은 거창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것 같지만, 각 사연이 보여주고 경험했던 개인적인 일이 결국 사회적 영향으로 인한 한 사회의 역사가 되어있었다. 정반대 내용의 책은 사당동 더하기 25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흐름과 무관하게 그냥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후자는 분명 역사와는 무관할 것 같지만, 그럼에도 그 역시 사회의 큰 주류의 역사에서 빗겨난 한국 사회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이 도시엔 기념비가 아닌 기록이 필요하다.
'도시와 건축 >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뉘른베르크의 푸른 밤/ Die Blaue Nacht, Nürnberg (0) | 2016.05.11 |
---|---|
익선동의 미래 (0) | 2016.05.10 |
자하 하디드를 추모하며/ Zaha Hadid(1950~2016) (2) | 2016.04.02 |
산티아코 칼라트라바 뉴욕 WTC 허브 완공(?)을 기념하며/ Santiago Calatrava (0) | 2016.03.25 |
브레멘 유보트 벙커 발렌틴/ U-Boot Bunker Valentin, Bremen (0) | 2015.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