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 08:10ㆍ도시와 건축/이야기
자하 하디드 Zaha Hadid가 세상을 떠났다는 뜬금 없는 소식이 각종 뉴스를 가득채웠다. 그는 논란도 많은 건축가였지만, 그 논란 만큼이나 놀라운 건축가였다.
베를린의 이 건축은 그가 비트라 박물관 Vitra Museum의 소방서 Feuerwehrhaus와 비슷한 시기에 작업을 했고, 37세에 작업을 시작한 두번째 완공작이다. 아마 비트라 박물관의 소방서와 베를린의 이 주택건물이 없었다면, 놀랍기에 논란적일 수 밖에 없는 그의 건축은 그림과 도면으로만 남겨진채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DDP를 비난할 때 가장 어리석은 것은 그녀의 디자인 형태에 대한 비난이다. 그를 공모전에 초대했을 때, 이미 공모 주최자는 자하 하디드라는 건축가가 어떤 유형의 건축을 하는지 자명하게 알고 있는채로 초대를 했다. 아니였다면 직무유기다. 즉, 그녀를 초대했을 당시 DDP 그 모습 그대로 상상을 할 수는 없어도, 그녀의 과거 작품을 훑어보면서 (과도한) 곡선의 건축 유형과 그러한 디자인으로 건축비용의 상승을 예상하지 않았다면 그 역시 직무유기일 뿐이다.
그런 것을 감당할 수 없었다면,
1. 그를 초대하지 않았어야 했다.
2. 공모전 공모요강에 도시계획법 혹은 건축법에 준하는 적절한 제약을 넣어야했다. 이는 두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과도한 곡면을 자체를 금하는 법과 아니면 현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건축 혹은 구조 디자인으로 비용 상승이 예상되는 경우에 대한 당선 취소 혹은 디자인 변경 등에 대한 제약을 둘 수 있었다.
그런 전후맥락을 이해한다면 DDP를 놓고 둘러싼 유치한 공방에 있어서 자하 하디드가 받아야 할 비난은 극히 적다. 디자인 서울이라는 모토하에 그런 파격적인 디자인의 건축을 원했기 때문에 초청한 건축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많은 우려와 비판과 다르게 그의 건축은 그의 자유로웠던 상상만큼이나 근사하게 완성되었다. 자하 하디드의 건축은 애초에 도시적 맥락과는 거리가 먼 랜드마크 Landmark로서 자기 스스로 빛나는 건축이다. 게다가 동대문 운동장 일대는 이미 엉망진창으로 솟구쳐오른 빌딩과 그 빌딩의 촌스럽기 짝이없는 조명과 LED 등으로 그 어떤 훌륭한 건축물을 설계하더라도 조화를 이뤄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의 건물 덕택에, 이 곡면의 건축물이 얼마나 근사한 건축물인지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위대한 사람이 죽었지만, 그 사람의 사진 없이도 그의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그를 기릴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Ruhe in Fri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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