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3. 21:00ㆍ도시와 건축/이야기
오지랖과 오지라퍼라는 용어도 이제 잘 안쓰이게 되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선 주변 사람에게 맥락 없는 주제넘은 훈수나 조언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종종 이것은 개인 간의 친분 관계를 넘어서 공공장소 혹은 카페 등의 상업 공간에서 불특정한 타인에게까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 생각을 할 때면 떠오르는 개념은 시민적 무관심(Civil Inattention)이다. 동료 시민에 대한 혹은 지역 사회 등에 대해 익명의 삶의 가능하도록 할 수준의 적당한 무관심의 거리를 가지는 것. 대도시가 아닌 그리고 작은 규모의 단위의 지역에서 존재하는 사회적 통제(Social Control)와 반대 개념 정도로 보면 좋은 단어다.
이 용어를 만든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은 엘리베이터가 (시민적 무관심이 작동하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예를 들었다. 처음 엘리베이터를 탈 때, 탑승자는 서로 눈을 마주치는 정도의 짧은 시각적 교류를 한다. 그리고 그 이후 즉시 그 관심을 거두며, 서로 다시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그것이 시민적 무관심인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카페에서 내 근처에 누군가 앉을 때 처음 그 사람을 바라보며 그 존재를 반가워하거나/빈자리인지 확인하는 대화등을 통해 서로를 인식하고, 그 이후엔 그 관심을 거둬들여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시민적 무관심이 바탕이 된 행동이다.
이런 시민적 무관심을 이민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결국 이민자(여성)에게 시민적 무관심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인종차별적인/성차별직 판단과 시선과 타인종을 동등한 시민으로 여기지 않는 시선 때문이다. 마치 과거 도시나 촌락에 타지인이 왔을 때 원주민의 시선 마냥 인종 및 성차별적 사고가 시민적 무관심에서 앞서게 되는 것이다.
* 참고로 독일에는 엘리베이터에서 대화하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문화가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