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센의 보석함: 폴크방 예술대학 도서관(건축가: 막스 두들러)/ Folkwang Bibliothek, Folkwang Uni der Künste

2019. 10. 7. 19:00도시와 건축/이야기

우연히 마음의 고향인 에센(Essen)에 다녀왔다. 또 우연히 당시 마음에 들었던 건축물을 지나칠 기회가 있었고, 기억이 난 김에 예전 블로그에 썼던 글을 다듬어서 기록한다. 제목은 당시에 작성했던 에센의 보석함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종종 이렇게 옛 블로그의 글을 이렇게 다듬어서 올릴 생각이다.

 

에센 베르덴으로 진입하는 길목은 Werden이 항상 반겨준다.

에센의 폴크방 예술대학이 위치한 곳은 에센 도심 남쪽에 위치한 에센 베르덴(Werden)이라는 작은 도시다. 에센에 속해있는 곳이지만서도 루르(Ruhr) 강을 건너야 할 정도로 도심에서 떨어진 곳이라, 이곳 음대생들은 아예 베르덴 지역에서  사는 경우를 보기도 하였다.

 

이 글을 처음 썼었을 당시에는 폴크방 대학(Hochschule)이었고, 이 도서관의 명칭은 대학도서관(Hochschulbibliothek)이었는데, 다시 찾은 이곳은 폴크방 예술대학(종합대학 Uni)이었고, 명칭은 폴크방 도서관이었다. 당시 내가 정보를 잘못 찾았던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당시 이 건축물을 보기 위해 두번을 찾았다. 그만큼 좋았던 것이 아니라(좋긴 좋았지만), 아직 독일 대학생이 되기 전이라서 독일 대학 건물들의 개방(Öffnungszeiten)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이 곳을 찾았을 때는 방학 기간 주말이었다. 두 번째 찾았을 때도 평일임에도 짧게 여는 도서관을 보며 당황했었는데, 이제는 22시까지 운영하는 종합대학의 도서관이 되어있었다.

베르덴 구도심 쪽에서 예술대학을 향해 올라가면서 범상치 않은 혹은 이상한 건물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건물 표면이 독특하다.

 

 

주변의 평범한 주택가 건물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건물이 아닐수가 없다. 심지어 주변 주택 건물에 비해 화려한 음대 건물과 비교해봐도 똑같다. 당시에는 정문을 수리하고 있어서, 차량 통행로가 현재 음대로의 주출입구였는데, 이제는 정문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더라.

 

당시 임시로 메인 출입구로 사용하던 곳.

 

 

그리 크지도 그리 작지도 않은 대학 건물군과 규모상으로는 조화로운 도서관.


하지만 규모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주변의 음대 건물과 전혀 안어울리는 이 이상한 건축물은 베를린 훔볼트 대학 도서관을 설계한 건축가 막스 두들러(Max Dudler)가 2006년 공모전 우승을 통해 설계한 또 다른 도서관이다. 참고로 훔볼트 대학 도서관(JakobJacob-und-Wilhelm-Grimm-Zentrum)은 2004년에 공모전 우승을 했고, 2006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작품이라, 폴크방 도서관이 그로부터 어느정도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 베를린 훔볼트 도서관과 Max Dudler에 관한 글은 다음 기사에서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도서관에 흥분하는 사람들... 역시 베를린

[베를린 소개서⑥] 베를린의 훔볼트 도서관

www.ohmynews.com

 

 

반투명한 건물 외장재를 안에서 바라보면 이런 모습이다. 이 외장재는 돌이 아니라 혹은 돌과 유리가 아니라 유리 단 하나만으로 만들어졌다. 유리로 돌의 느낌을 주는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간단하지 않았다. 유리에 대리석이나 돌의 단면과도 같은 무늬를 프린팅을 한 것이다. 돌의 단면 패턴은 Regensburg의 Steinbruch(채석장)에서 모티브를 얻은채로 그곳의 돌 단면을 촬영하여 유리에 그 문양을 출력한 방식이라고 한다.*

*참조: https://www.detail.de/artikel/grossformatige-illusion-folkwang-bibliothek-in-essen-10090/

 

"Der Baukörper bricht spielerisch die Grenzen von Innen und Außen auf, 건물이 장난스러운 방식으로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문다." - Max Dudler

유리에 프린팅이 되어있기에, 반투명인(Transluzid) 외벽은 자연스럽게 은은한 태양빛을 내부로 유입시키는 기능도 겸비한다. 분명 어떤 돌처럼 느껴지기에, 밖에서 볼 때의 건물 밖의 느낌과 건물 안에서 외벽을 향해 볼 때의 느낌이 거의 동일한 이상한 느낌도 느낄 수 있다. 여러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이 곳의 낮과 밤의 이미지 차이는 클 것이라고 생각된다.

 

베를린 훔볼트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도서관 내부는 철저한 모듈을 바탕으로 디자인 되었다.

 

당시에 이미 베를린 훔볼트 도서관의 규모를 경험하고 난 터라, 에센의 이 작은 도서관은 아무래도 그 공간감이 덜 했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베를린의 도서관 이후의 도서관인 볼프강 도서관은 아무래도 훔볼트 도서관의 축소판이라고 여기더라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공간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유사했다.


 

당시엔 방학이기도 하고, 내부에 학생도 거의 없어서 사진은 좀 더 자유롭게 찍을 수 있었다. 베를린 훔볼트 도서관과 거의 유사한 느낌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내부 공간을 만든 방식도 비슷하거니와, 내부 마감재가 유사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내부 마감재는 Canadian Wood Black Cherry로 베를린 훔볼트 도서관의 American Black Cherry와는 조금 다르다. 캐나다 그리고 미국 정도이 차이.

물론 처음에는 미니어쳐인가 생각했던 도서관도, 대지 형태와 규모 등의 기본 조건 등으로 인해, 공간 구성의 기본적인 논리를 제외하고는 여러 방면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열람실 이용자들을 위한 공간들이 그냥 내키는 대로의 모듈로 엉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실질적으로 느끼기에 너무 과하지도 너무 좁지도 않은 공간들로 이루어졌다.

 

 

"Denn das Wesen der europäischen Stadt zeigt sich in ihrem kollektiven Gedächtnis. Festgehalten und symbolisiert wir dies auch bei den Gebäuden, and welcehn sich Erinnerung festmachen kann. Wir hoffen, mit unseren Bibliotheken auch in diesem Sinne eine Antwort gegeben zu haben, an der zukünftige Generationen Geschichte ablesen und etwas über Tradition und Herkunft begreifen können." - Max Dudler

유럽 도시의 정수는 도시가 그들의 집단 기억을 표출하는데 있다. 그 기억들은 건축물에 남겨지고 상징화되어 집단의 인식을 확고히 한다. 이런 맥락을 따라 우리는 미래 세대가 그들의 역사를 읽고 전통과 그들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대답으로 이 도서관이 역할을 하길 바란다. - 막스 두들러

 

이 유럽의 건축가는 스스로 유럽의 도시의 핵심은 도시가 스스로 표출하는 집단의 기억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오래된 기억의 장소와 건물들을 비교적 꾸준히 복원하고, 지켜나가며, 동시에 현재에 맞춰 재해석 해온 유럽 사회에서 분명 할 수 있는 대답이다.

단적인 예로 독일에 지어지는 '책을 위한 집' (당연한 표현이지만 Max Dudler는 그의 작품집에서 도서관을 항상 책을 위한 집이라고 표현함, Häuser für Bücher)인 도서관 건축을 보면 알 수 있다. 독일 도시 그 어느 곳의 도서관 하나도 쉽게 지어지지 않고, 각자의 특별함을 보인다. 재독 한국 건축가가 지은 것으로 유명한 Stuttgart 시립 도서관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비상 계단

"Das Bauwerk folgt konzeptionell der Vorstellung einer Schatulle oder eines Schmuckkästchens : Eine äußere Hülle schützt den wertvollen Kern." - Max Dudler

건축물의 외형에 대한 인식은 의외로 쉽게 변하곤 한다. 그 외형적인 이미지는 보통 입에 붙이면 입, 코에 붙이면 코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적 조건에 대한 것이 역사를 따라 꾸준히 바뀌어온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이 도서관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위한 보석함을 컨셉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다시 바라보니 어떻게 보면 분명 보석함 같은 이미지를 풍기기도 한다. 

 

폴크방 예술대학과 함께 보이는 파노라마 뷰

엄청나게 아름다운 도서관은 아니지만, (그들 스스로는 여러 뉴스에 아름다운 도서관이라고 칭하고 있다.) 그의 표현을 따라 나 역시도 이 도서관을 책이라는 작은 보석을 품고 있는 작은 도시의 보석함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아래는 2019년 도서관의 모습.

참조

Humboldt-Universität zu Berlin Jacob-und-Wilhelm-Grimm-Zentrum, Verlag Niggli

http://www.nattlerarchitekten.de/architektur-stadtplanung/kultur-schulung-entertainment/bibliothek-der-folkwang-universitaet/

http://www.derwesten.de/staedte/essen/neue-folkwang-bibliothek-ist-ein-schmuckstueck-id71148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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