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8. 18:00ㆍ도시와 건축/이야기
처음 아모레 퍼시픽 본사에 대한 감상은 "서울의 건축물이 이렇게 크고 묵직하면서도 우아할 수 있구나."였다. 이런 긍정적인 첫인상과 함께 구경했던 아모레 퍼시픽 본사. 그리고 약 1년 후에 다시 한번 더 방문하여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보통 건축을 세부적으로 평가를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건축이니 평가를 해본다. 좋아하는 건축가의 건축은 세세하게 평가질을 해야 제맛이지!
1. 도시건축으로서 조형미 B0: 불행하게 신용산역 일대는 홀로 튀고 싶어 하는 건축 혹은 건물로 만 가득하다. 그 가운데서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우아했지만, 전혀 다른 규모감이나 무게감은 이질적인 모습으로 느껴지게 될 정도였다. 물론 이것은 이 건축과 주변의 건축의 잘못이 아니라, 도시계획, 도시디자인 그리고 공모전의 문제다. (치퍼필드는 애초에 타워로 가득해질 이 구역에 타워가 아닌 형태의 새로운 공간과 장소를 만들려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함)
2. 도시건축으로서 기능성 A-: 사실 A+을 받아도 무방한 수준이지만, 태생이 사기업 본사 건물이기에 약간의 감점이 있었다. 용도만 놓고 보면, 서울에서 도시건축으로서 어떤 대단한 공공성을 기대할 수 없는 기업 본사 건물이지만, 그나마 지하의 상업시설과 지상층의 다양한 시설(전시공간, 로비의 넓은 휴게 공간 등)이 사옥 외의 문화 및 상업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드러냈다. 한강대로 변에서 진입로의 투박함은 또 하나의 감점 포인트.
3. 1-3층 계획 A0: 지상층의 로비 공간부터 그에 연결되는 2,3층으로의 동선 그리고 그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프로그램뿐도 훌륭했다. 사옥에 입주한 직원들만 접근 가능한 네 모서리만에 위치한 코어 공간을 제외한 모든 공간은 건물에 들어온 누구나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화장실 사진은 X
4. 화장실 B0: 종종 블로그에도 썼던 것인데, 건축계획의 완성도와 인테리어의 완결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화장실을 항상 평가하는데, 그런 면에서 좀 실망스러웠다. 그렇다고 건물 다른 공간과 동떨어질 정도로 최악은 아니었다.
아래는 그 외의 생각.
2018년 방문 당시 본사 로비에서 보이는 화장품 광고 모델은 모두 여성이었다. 근데, 아모레 퍼시픽 건축 전시에서 소개하는 아모레퍼시픽의 건축가 5명 중 1명만이 여성이었다. 그분은 정영선 조경 건축가였는데, 오산 뷰티하우스 원료식물원, 티스톤 이니스프리 제주 하우스, 기술연구원 등 아모레퍼시픽 작업에 참여를 많이 하신 분이었고, 아모레 퍼시픽 본사 조경도 담당하였다. 외부 식재가 완전히 자리잡 하지 않았음에도 조경이 부자연스럽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해당 전시에는 5명의 건축가의 인터뷰 영상이 있다. 그 영상 중 치퍼필드가 인터뷰가 있었다. 보통 건축 프로젝트를 하면 팀 간의 충돌이 발생해서 목표의 50% 수준의 건축이 되는데, (강력한 리더십으로 본사 사옥을 짓고 싶어 하는 기업인) 아모레 퍼시픽은 그 이상의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별생각 없이 들으면 좋은 건축이 가능했다는 좋은 말인데, 사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가능한 건축 작업이 나왔다는 의미다. 아모레 퍼시픽 본사는 그나마 우아한 작품이 되었지만, 제2 롯데월드처럼 한국식 기업 문화에서 최상위 권력자의 소원으로 지어지는 건축도 있다. (전시를 아직도 한다면 치퍼필드 인터뷰는 꼭 보시길 바랍니다.)
* 같이 읽어보면 좋을 아모레 퍼시픽 본사에서 일하는 건축학과 출신 아모레 퍼시픽 직원분의 글. 데이비드 치퍼필드 강연 내용과 더불어 쉽게 볼 수 없는 사옥 중정 공간 등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 문제점을 지적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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