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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관찰자 2023. 10. 7.

퇴근길 풍경

매년 베를린 마라톤과 이런저런 행사로 티어가르텐 일대의 교통이 통제가 되면 좋든 싫든 나는 내 자전거 출퇴근길 동선을 바꾸어야 한다. 원래 출퇴근길에서 자전거를 탈 때 신경 쓰이는 구간은 포츠다머 플라츠Potsdamer Platz - 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 구간인데 관광객도 많고, (질 낮은) 운전자들 그리고 대형 관광버스가 많기 때문이다.

티어가르텐 일대 교통 통제가 되면 택하는 동선은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 -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 - 베를린 성Berliner Schloss을 거쳐가게 되는데, 내 생각보다 관광객이나 차량으로 인한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없다. 원 동선은 개인 경험이나 거리 상 최적 동선이라고 생각하는 구간인데, (큰 차이는 없긴 하지만) 의외로 대체 동선이 더 빠른 경우도 있다. 아마 꾸준히 이 동선을 이용하면 원래 동선에 비해 더 최적의 출퇴근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 대체 동선을 내 출퇴근길로 변경해 볼까 생각을 했다. 그리고 베를린 마라톤 행사가 끝나고도 며칠 더 그 동선을 이용했다. 아무 생각 없이 다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원래 출퇴근길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습관을 만드는데 수십일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의식적으로 출퇴근길 노선을 선택하지 않으면 어느새 아마도 100여 일 정도는 다녔던 이 동선을 무의식적으로 택하고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 동선은 예선에 크로이츠베르크 놀러 올 때 항상 택하던 동선이기도 하다. 오피스가 이사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던 동선이라 의식적으로 새 동선을 이용하지 않으면 계속 원래 길을 가게 될 것 같다..


출근길 풍경. 정말 "사진 찍을까?" 생각을 하면 이미 지나쳐버리게 되는 이 짧은 구간에서 보이는 이 풍경이 너무 좋다.

베를린의 구도심이 그리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지만, 이 대체 동선의 퇴근길 풍경은 일몰과 함께 전반적으로 꽤나 근사하다. 그리고 출근길에는 항상 내가 고개를 돌리는 구간이 있는데, 그냥 보면서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페달을 멈추고 이 풍경을 찍는 데까지 며칠이 지나버렸다.

최근까지 전혀 관심이 없었던 여행(라고 쓰며 답사)에 대한 욕심도 조금 생기면서 코로나 기간 전까지 열심히 조사 및 준비하다가 아예 완전히 잊고 있었던 프랑스 남부 중세도시 여행에 대한 생각도 떠올라서 구글 지도를 오랜만에 다시 둘러보기도 했다. 오늘은 신경 써서 퇴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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