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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트윗

by 도시 관찰자 2023. 11. 23.

약 1개월 반 만에 출근을 했다. 휴가는 아니었고 비자 문제로 인해 일을 할 수는 신분이 잠시 되었었다. 큰 문제가 발생해도 스트레스받는 타입이 아니라 최종 결정을 받기까지 1개월 반 동안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 집에서만 놀고먹고 지내다가 오랜만에 출근을 하는데, 출근길에 보이는 사람들이 뭔가 다 NPC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장 보러 가는 것, 인라인 스케이트 타는 것 외에 외출은 안 했고, 그 어느 때보다 더 온라인 세상과 디스코드에서의 삶에 심취했었던 지난 한 달 반이었다.

오랜만에 회사에 출근해서 이런저런 환영 인사를 온오프라인으로 받고 다시 일을 시작하는데, 이것이 부품의 삶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마음고생을 정말 안 하다시피 보내었지만, 회사에 복귀해서 약간의 스몰토크 이후 그간 아무 일도 없었던 마냥 다시 일을 해야 한다니. 계약 연장이 안 돼서 회사를 떠난 동료들이 있어도 다시 일을 하고, 사회적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결국은 어느 순간 다시 일을 하고 있었을 때와 마찬가지였던 기억이 난다. 돌아가지 않으면 튕겨져 나가는 톱니바퀴의 삶.

점심에는 항상 내 안부를 묻고 걱정을 해주던 친한 동료와 카페에서 밀린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에 베를린스러운(?) 카페를 찾아서 2일 연속으로 라떼를 마시러 갔다. 좁고 허름한 입구, 그 모습과는 상반된 넓고 나름 세련된 실내. 아, 내가 오프라인에서도 사는 사람이었지.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가장 내 머릿속에 먼저 든 계획은 돈이 떨어질 때까지 (대충 1년 반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정도의 돈은 모은 상태.) 리스본 어딘가 해안도시 혹은 바닷가 마을에서 지내면서 날 좋을 땐 서핑을 하고, 일상적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하면서, 틈틈이 내 게임 유튜브를 키우는 것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비자 승인이 나면서 그 계획은 미뤄졌다. 언젠가 다시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 때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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