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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트윗

by 도시 관찰자 2023. 10. 5.

발 사진 죄송...

물건 오래 쓰는 것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자연스럽게(?) 오래 쓰는 물건은 옷과 신발이다. 특히, 좋아하는 옷과 신발은 구멍이 나고, 찢어지고, 밖에서는 도저히 입고 다니기 어려운 수준까지 입고 신는 편이다. 어지간한 작은 구멍은 신경조차 안 쓰는 수준이고, 혹여나 누가 물어보면 고양이 발톱자국이라고 해야지 상상하는 편이다. (실제로 고양이 발톱으로 난 고양이 발톱 둘레 만한 구멍이긴 함.)

어느 순간 내가 정말로 애정했던 것과 오래 사용하면서 정이 들었던 것에 안녕을 고해야 할 순간이 오곤 한다. 지난 연휴 주말(독일은 10월 3일이 통일의 날 공휴일이라 징검다리 휴일이었고, 나는 연차 2개를 써서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휴일이었다.)에 오래 함께했던 쪼리(플립플랍)가 나를 떠나야만 했다.

상황이 조금 곤란했다. 슈퍼에 장 보러 가는 와중에 슈퍼 앞에서 플립플랍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근처에서 쪼리를 살까 했는데, 그냥 맨발로 슈퍼에 들어갔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차피 슬리퍼나 플립플랍이 필요하니까 하나 사는 게 좋았을 것 같긴 하다.) 장을 보는 내내 한쪽 발은 맨발이었지만, 딱히 누구도 그걸 신경 쓰지 않았다. 장을 보고,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발을 씻었는데, 생각보다 발이 깨끗한(?) 상태였다.

한국에서 살 때도 타인의 눈치를 보는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튀는 행동 혹은 관습을 깨는 행동으로 타인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살짝 즐기기도 했던 편이었다. 최근 몇 년간의 삶은 이런 소소한 문제조차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보니, 오래간만에 뭔가 일탈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플립플랍은 2018년도 바르셀로나 여행을 가자 마자 숙소 인근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에서 구매했던 건데, 5년 넘게 함께 했던 친구였다. 아무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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