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3. 17:19ㆍ도시와 건축/이야기
ⓒGoogle map
드디어 독일에도 본격적으로 테러의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것 같다. 1달전 독일의 한 작은 마을 Vierheim에서 극장에서 총격 테러가 있었다. 그 때 의문점은 한 둘이 아니었다. 왜 이런 작은 마을에서? 왜 하필 극장이 한가한 목요일에 테러를? 물론 의문은 독일의 평범한 단독주택 마을의 유일한 문화/쇼핑 공간이 위치한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그나마 사람이 많은 곳이었다는 것으로 해결되었지만, 1달이 지난 지금 이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테러는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졌고, 아직도 테러 동기에 대한 발표는 없는 상태다. 사건 1주일 뒤 나왔던 기사에 따르면, "경찰에 의한 자살"이 범행 동기가 아니었나 추측을 하고 있을 뿐이다.
사건 당시 내 짧은 추측성 글.
1. 독일 Vierheim의 극장 있었던 인질극에서 25명이 부상이라는 소식은 영화관에 있었던 50명 중 25명이 범인에게 잡혀있었다는 것을 의미한 것으로 오보였음. 실제로는 부상당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범인은 사살됨.
2. 나는 영화를 보러 목요일에 주로 가는데, 가장 큰 이유는 목요일이 제일 한산하기 때문. 도대체 이 범인은 왜 목요일 낮에 영화관에서 인질극을 벌였는지. 그리고 이 동네는 뭔데 목요일 낮에 영화관에 50명이나 있었는지 모든 것이 이상하다.
3. 그 이상한 점은 이 동네의 특성일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좀 작은 동네들은 영화관이 주된 문화 활동을 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꽤 북적북적대는 모습을 자주 봤었기 때문이다. 그와 반면 할 것이 많은 베를린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평일 낮에 영화관 가면 텅텅 비어있다. 예외는 Kinotag. 보통 독일의 영화관들은 요일별로 가격차도 있고, (한국에서 논란이 된) 좌석별 가격차도 있다. Kinotag에 영화보는 것이 학생 할인보다도 싼 편이다.
4. 범죄현장이었던 Vierheim Kinopolis를 예로 들면, 화요일이 Kinotag으로 6.5유로, 월/수요일은 7,5유로, 그외는 9,5유로다. 즉, 목요일에 굳이 사람이 모일 요소는 없다는 것.
5. 하지만 지도를 보면 상황을 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Vierheim은 전형적인 독일 지방 마을이라서, 공동주택이 별로 없는 단독주택촌이고, 마을 경계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옆에 위치한 영화관이라 낮이라도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Google map
프랑스 Nice에서 벌어진 테러 그리고 얼마전 Ochsenfurt에 거주하고 제빵 일을 배우기 시작한 난민 신청자가 지역 기차에서 도끼를 휘두르며 관광객을 살해한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대도시 München에서도 테러가 일어났다. 초기 3명까지 테러범이 존재할 가능성은 이란 출신의 18세 지역 거주민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이 났고, 여러 인터뷰 등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아직 극우테러 혹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로 단정지을.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자살한 범인을 제외하고, 총 9명 사망, 21명 부상을 당했다.
테러 장소는 München의 약자로 OEZ인 올림픽 쇼핑센터Olympia Einkaufszentrum가 있는 Moosach 지역으로. 구도심에서는 조금 떨어진 지역이다. 지도 상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거리가 사건이 있었던 Hanau거리고, 그 좌우로 거대한 쇼핑몰들이 위치해있다. 지도 서쪽은 평범한 주택 단지가 위치해있고, 남쪽은 Huwaii, BMW 등의 연구센터가 위치한 기술산업단지가 있다. 지도 밖 동쪽은 올림픽 단지 그리고 동남쪽엔 작년 타계한 Frei Otto 설계의 올림픽 경기장이 있는 공원이 있다. 내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범인이 빠른 범행 후 차량 도주를 계획하지 않았다면, 선정하기 어려울 것 같은 지역이었다.
그러던 와중 이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이 나온 기사가 내 눈을 사로 잡았다. 쇼핑센터 - 테러리스트를 위한 연약한 목표Einkaufszentrum – weiches Ziel für Terroristen라는 기사로, 왜 쇼핑센터에서 테러가 주로 일어나는 이유에 대한 기사였다. 기자는 전문가의 말을 빌어 80년부터 쇼핑센터가 주요 테러 대상이었다는 사례를 들고, 쇼핑센터가 테러리스트에서 쉬운 먹잇감이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특히 테러(시도)가 빈번하게 일어나며, 유럽 도시와 주요 시설의 보안이 강화된 상황에서 이 생각은 유의미한 분석으로 보인다.
베를린의 한 쇼핑몰
Müllheim an der Ruhr의 한 쇼핑몰
쇼핑몰은 건물 보안 관계자가 수많은 감시 카메라를 계속 들여다보며, 이상함을 미리 감지하고, 경찰에 신고한다는 극히 드문 확률을 제외하면, 공항, 기차역에 비해 경찰을 직접 마주칠 일이 적은 공권력의 영향력이 극히 적은 공간이다. 게다가 경기장이나 콘서트처럼 출입시 보안 절차가 없다. 몰려오는 사람들의 지갑을 열어야하지, 가방 문을 열고 그들의 소비를 불편하게 만들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일 경우, 쇼핑몰이라는 장소와 그곳에 몰린 사람들은 서구적인 삶과 퇴폐적인 서양 사회의 상징으로, 이상적인 테러의 대상이 된다.
위의 사진에서 어렴풋이 느낄 수 있듯이, 독일에서 쇼핑 센터는 사유화된 공공 공간의 역할을 한다. 대부분 아케이드 형태의 동선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 그리고 동선 중간 혹은 끝에는 분수나 여유로운 아뜨리움이 위치하고 그 주변에는 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가 위치하며, 각종 행사까지 이루어진다. 내가 돌아다닌 대부분의 독일 도시는 언급한 내용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유사한 공간 구성과 성격이 하나의 문법처럼 적용되어 있었다. 완전히 상업적인 공간 구성의 백화점과는 다르게, 쇼핑센터는 공공 공간의 성격을 띄는 공간이 꽤나 주요한 공간 요소이다.
독일에서도 본격적인 테러가 시작되었고, 그 어떤 도시도 테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오늘 베를린에서는 CSD 행사가 열린다. 약 75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주최자의 말처럼 위축될 필요는 없고, 이럴 때일 수록 거리로 나가 자유,평화,사랑을 외쳐야겠지만, 여전히 안전하게 행사가 종료되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앞선다. 누군가의 분노로 희생된 이들의 명복을 빌고, 다친 이들의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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