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베를린 02: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에서 좋아하는 그림들/ Alte Nationalgalerie

2018. 2. 15. 17:00도시와 건축/베를린

얼마전에 베를린 주립 박물관Staatliche Museen zu Berlin의 두번째 연간 회원권Jahreskarte를 샀다. 학생 신분일 때 Classic Plus를 50유로 주고 구매한 이후부터 졸업 후 프리랜서로 시간이 널럴했던 시기까지 프로이센 문화 재단Stiftung Preußischer Kulturbesitz 소속의 베를린 주립 박물관을 틈만 나면 들락날락하였다. 50유로로 모든 박물관고 모든 전시를 모든 시간에 방문할 수 있었으니, 하다 못해 화장실이 급해도 깨끗한 화장실이 보장되는 박물관을 이용할 수 있고, 여름에 더우면 박물관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물론 대부분 전시관람이 목적이긴 했지만, 그만큼 연간회원권이 주는 자유가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제 학생이 아니다보니 같은 회원권을 사려면 100유로를 내야하지만, 이제 어느정도 볼만한 박물관의 작품들을 다 본 상태이기도 하고(물론 또 보고 싶지만...), 가용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그간의 경험으로 언제 박물관을 방문하면 좋은지를 터득했기 때문에 선택에 고민 없이 25유로짜리 Basic 연간회원권을 구매하였다. 이 연간회원권은 제한된 시간에만 박물관입장이 가능하다. 월-금요일은 16-18시 그리고 토-일요일은 11-13시로, 박물관 방문객이 뜸한 시간대이고, 내가 제일 박물관 방문하기 좋아하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특히 매주 목요일은 주립 박물관 중 주요 박물관이 20시까지 개장하는데, 그때 역시 16-20시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특히 박물관이라는 것이 모국어로 정보 습득해도 피곤한데, 외국어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다보니, 2시간 이상 구경한다는 것도 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딱 나에게 적합한 상품이었다.

바빌론 베를린을 통해 그림 이야기를 한 김에 그리고 새로운 연간 회원권을 구매하며 가장 처음 다녀온 주립 박물관 중 가장 좋아하는 구 국립미술관Altes Nationalgalerie의 몇가지 좋아하는 작품들을 기록한다.



, 1847년, Adolf Menzel 作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에서 좋아하는 그림 1

19세기 중반 도시가 관세장벽 내부 논밭으로 본격적으로 확장을 하고 있던 시기의 주로 부르주아가 거주하는 주택 개발이 많았던 Luisenstadt 바깥이었던 Ritterstraße에 위치해있던 Adolf Menzel 집에서 보이던 베를린 도심 그림이다. 아파트 단지와 단지 밖의 경계처럼 도시와 도시 밖의 경계가 명확한 그 느낌이 볼 때마다 인상적이다.



, 1872-1875년, Adolf Menzel 作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에서 좋아하는 그림 2

구 국립미술관 1층엔 Adolf Menzel 전시실이 몇개 있고, 예전에 Stadtmuseum에서 Adolf Menzel관련 전시를 따로 했을 정도로, 그는 베를린의 유명한 예술가이자, 베를린의 19새기 풍경을 많이 남긴 작가다. 이 작가는 특히 어두운 색을 잘 써서 정말 좋아하고, 위 작품은 그 중에서도 산업화 시대 당시 공장 내부 모습을 잘 담아낸 것 같아 좋아한다. 그림 규모도 아주 크기 때문에, 갈 때마다 꼭 보고 있다. 그의 작품 중 몇몇 작품은 관리가 잘 안된건지, 그냥 어둡기만하고 분간이 안되는 것이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다.



, 1867년, Claude Monet 作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에서 좋아하는 그림 3

나는 공공연한 인간 혐오인인데, 그래서 그런지 그림을 볼 때도 모든 인물을 명확히 그린 작품을 싫어한다. 특히 그 인물들 사이에 작가 자신을 끼워넣고, 스승을 끼워넣고, 동료를 끼워넣는 식의 자의식 과잉의 작품을 싫어한다. 그런 관점에서 모네가 파리에서 그렸다고 하는 도시풍경화 3개중 하나인 이 작품은 군중을 날림으로 그린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그린 첫 그림이라고해서 좋아한다.

군중 날림으로 그렸다는 표현은 내가 지어낸 표현이 아니라, 박물관 오디오 가이드에 나오는 표현으로, Das Gewimmel(군중) summarisch(개괄적인) der Fleck(얼룩) flüchtig(날림의) 등의 표현이 그것이다. 실제 표현 문장은 대략 "군중은 어둡고 개괄적인 얼룩들이었고, 이런 날림의 표현 방식은 당시 새로운 것이었다."였는데, 그 말이 묘하게 웃겼다. 물론 이 웃음을 위해 약 5분 정도 가이드를 반복 청취하면서 받아쓰기해야했다...

보통 특정 화가/화풍을 좋아한다기보단 도시 그림을 좋아한다. Adolf Menzel처럼 특정 시기에 내가 좋아하는 도시의 풍경을 많이 그린 작가는 세상에 정말 넘쳐나지만, 그렇다고 그 작가를 좋아하진 않는다. 그들이 그린 도시 그림만 좋아한다. 어찌보면 그림에 대한 취향은 전공병을 심하게 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그림은 시대 기록물로서의 기준이 우선이고, 아름다운 예술로서 좋아하는 건 보통 조각 작품이다.



, 1887년, Max Liebermann 作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에서 좋아하는 그림 4

그럼에도 예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를 꼽자면 독일 표현주의 작가의 대표격인 Max Liebermann이 아닐까 싶다. 당시대의 (도시)풍경 작품을 많이 그렸고, 그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생활을 객관적으로 담아낸 작품이 많다. 그럼에도 남성 작가들의 특유의 불쾌한 시선이 느껴진 작품을 아직까지 본적이 없어서 좋아한다. 위 작품 역시 털실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표정을 묵묵한 표정으로 담아냈고, 그게 노동자로서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중심을 두었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중 처음으로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이고, 20세기 중반 동 베를린에서 막스 리버만 초기작 전시회를 했을 당시 이 작품을 두고 설전이 있었다고 한다. 의도하지 않은채 사회적 상황을 보여준 작품이다 vs (아동착취) 시스템에 대한 고발적 성격이 없는 작품이다라는 논쟁으로.[각주:1]



, 1850 년, Carl Spitzweg 作

그 외에도 국립 미술관에 좋아하는 그림은 사실 정말 많다. 그 중에서 위 그림 같이 화폭 비율이 독특해서 화폭 자체에 그림/작가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이런 작품들을 좋아한다. 물론 보통 도시 풍경이다.



, 1889년, Lesser Ury 作 , 1925년, Lesser Ury 作

그 외에도 Lesser Ury 작가의 도시 풍경 작품도 좋아하지만, 안타깝게도 구 국립미술관엔 작가의 작품이 기억하기로는 딱 3개 밖에 없다. 전시실 한면에 세 작품이 함께 걸려있는 것이 전부다.

  1. https://de.wikipedia.org/wiki/Max_Liebermann#cite_note-9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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