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9. 19:13ㆍ도시와 건축/베를린
3529년 만의 건축 이야기.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perfield)의 제임스 시몬 갤러리(James-Simon Galerie)가 지난 2019년 7월 문을 열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내 블로그를 둘러보면 알 수 있지만, 사실상 내가 관심을 주고 있는 유일한 건축가이다.
* 직접적으로 데이비드 치퍼필드를 다루고 있는 글만 6개에 달한다.
- 데이비드 치퍼필드와 건축
- 데이비드 치퍼필드: 새롭게 태어난 신 박물관/ Neues Museum, David Chipperfield
- 도시 만들기 축제, 데이비드 치퍼필드 토론회/ Die unbewusste Stadt, David Chipperfield office, Make City Festival 2015
- 데이비드 치퍼필드: 베를린은 어떻게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위대한 도시가 되었는가
- 베를린 신 국립미술관 리노베이션/ Sanierung der Neuen Nationalgalerie
- [번역] 데이비드 치퍼필드: 도시에는 아름다운 주택이 필요하다!
베를리너 돔(베를린 대성당/ Berliner Dom) 옆의 공터에 뭐가 들어서지 않는다면, 제임스 시몬 갤러리는 베를린 박물관 섬(Museuminsel)의 사실상 마지막 건축물이다. 박물관 섬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장소다. 게다가 이 갤러리는 자체적인 갤러리의 역할만이 아니라 주변의 주요 박물관인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museum)을 연결하는 역할과 박물관 섬 마스터플랜에 따라 조성된 고고학 프롬나드(Archäologische Promenade)/신국립박물관(Neues Museum)까지 연결되는 추가적인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지만, 글이 너무 길어질 수밖에 없어서, 그 배경을 (개인적으로) 이해한 채로 현재 제임스 시몬 갤러리 건축 동선에 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기록한다. 박물관 섬의 마스터플랜 관련해서는 다음 링크의 내용을 확인하면 된다.
제임스 시몬 갤러리의 입구는 두 개다. 바로 위에 있는 사진의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진입하는 방식과 이전 사진에서 보이는 열주를 따라 신국립박물관과 제임스 시몬 갤러리 사이의 공간으로 들어가서 1층으로 진입하는 방식이다. 전자 통로의 압도적인 모습으로 인해 후자 통로를 이용하는 사람은 비교적 드문 것 같았다. (내부 프로그램 배치 이유로도, 후자는 입구가 아닌 출구 형식으로 활용되는 느낌)
아무튼 2층으로 진입해보았다. (사진 좌측의 검은 출입구를 통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신국립박물관을 고려하여 설계한 것(혹은 공모전이나 기본설계에서 관련 조건이 있었을 것)이 아닐까 느낌이 오는 뷰. 참고로 신국립박물관도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리노베이션을 담당한 건축물이다.
그리고 열주 뒤로 보이는 Haus Bastian도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건축이다. 앞에도 치퍼필드, 뒤에도 치퍼필드, 여기도 치퍼필드. 이곳은 거의 치퍼필드 섬이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영국 출신 건축가인데, 베를린에서 오래전부터 작업을 많이 해왔어서 일전에는 독일 연방 대통령 호어스트 쾰러(Horst Köhler)가 영국 수상 데이비드 카메론(David Cameron)에게 데이비드 치퍼필드를 소개하며 "수상님은 우리의 가장 유명한 독일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와 인사하셨나요?"라고 말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잠시 해가 비쳐 기둥의 그늘이 바닥에 스며들었다. 사실 이 회랑은 사진 우측으로 보이는 식당 겸 카페에 앉아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살짝 부담스러워서 지나다니기 애매한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공간 자체의 불확실성이 주는 느낌으로 인해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공간이었다. 끝에 테이블이 보이는데,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곳인지 아니면 카페로의 입구인지 불명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공간은 "건축"이라는 이름 혹은 "건축적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종종 만들어지곤 한다.)
아무튼 (사진 좌측에 보이는 입구를 통해) 2층으로 진입하면, 적당히 넓은 2층 리셉션 공간이 나온다. 간단하게 문의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과 이전 사진에 보였던 식당/카페로 진입할 수 있는 입구도 있다. 이 공간을 지나서...
약간 좁아 보이는 통로를 통해가면...
(사진 우측에 보이는) 티켓 샵이 나온다. 티켓 샵을 지나서 사진 좌측 공간으로 가면 페르가몬 입구 그리고 사진 우측(지나온 통로 바로 옆에)의 계단으로 내려가면...
이 곳까지의 여정을 간단하게 그려보면 이런 식이다. 2층까지 오르는 출입구 계단을 통해서 2층 리셉션 공간으로 들어와서, 쭉 이어진 통로로 티켓 창구까지 왔다. 그리고 아래 사진이 Ticket에서 1F으로 가는 중간층에 있는 옷 보관소(Garderobe)에서 찍은 파노라마 사진이다.
중간층인 1층에는 락커와 옷 보관소 등의 서비스 공간이 있다. 여기서 한 층 더 내려가면 다른 지상층에 위치한 입구와 그 입구를 통해 들어가게 되는 0층 리셉션 공간을 맞이하게 된다.
아래에 0층부터의 동선을 또 그려보았는데, Reception이 0층의 리셉션을 의미하고, 동선은 0층과 지하층으로 이동하는 동선만 그려놓았다.
사진으로는 없지만, 리셉션 뒤로는 뮤지엄샵이 위치해있다.
아무튼 2층에서 0층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또 계단을 통해 제임스 시몬 갤러리의 전시실과 신국립박물관으로의 연결 통로로 갈 수 있는 지하로 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통해 내려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제임스 시몬 갤러리의 장소 및 박물관 섬에 대한 역사적 정보를 소개하는 전시 공간이 나온다. 내려온 방향으로 가다가 좌측에 전시실이 하나 그리고 내려온 방향 반대쪽으로도 작은 전시실이 하나 있다.
내려온 방향을 따라 쭉 가다 보면 우측으로 꺾어진 전시 공간 및 통로에 신국립박물관으로 가는 통로가 있다. (아마도 고고학 프롬나드를 통해)
티켓 없이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을 둘러보고 0층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갔다.
역시나 이쪽 공간은 한가했다. 뮤지업 샵이 0층 리셉션 쪽에 위치해있어서 보통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난 관람객들이 뮤지엄샵 이용 후 바로 이 쪽 통로를 출구로 이용했고, 2층으로 출입구를 보지 못한 채 0층 출입구에서 나오는 사람을 보고 이 쪽으로 진입을 하는 사람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제임스 시몬 갤러리 전반적으로 동선이 좀 복잡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2층 티켓 창구에서 0층 혹은 페르가몬 박물관으로 나뉘는 동선은 약간 최악으로 느껴질 정도였는데, 아마도 페르가몬 박물관으로 가는 통로가 페르가몬 박물관 보수 공사가 끝나기 전에 임시로 활용하는 방안이어서 그런 상황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페르가몬 박물관 보수공사가 끝나면, 신 국립박물관으로 가는 지하층 통로를 통해 고고학 프롬나드로 진입하여 신국립박물관 그리고 페르가몬 박물관으로 입장하는 동선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현재 임시로 사용하는 페르가몬 진입 통로 공간은 이후에 어떻게 사용할지도 궁금하다. 그 외에도 신경 쓰이는 동선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이 많이 몰렸을 개장 초기임에도 큰 문제가 없는 모습을 보니, 별 무리 없는 동선 계획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아마도 제임스 시몬 갤러리의 가장 인상적인 뷰. RBB와의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기둥을 활용한 이유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는데, 우선 제임스 시몬 갤러리 초기 디자인은 파사드를 유리로 덮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David Chipperfield와 Alexander Schwarz는 약 20여년간 이 프로젝트를 위해 작업해왔는데, 초기안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았다고 한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기둥을 활용하는 방식이 되었고, 그 이유는 안과 밖의 중간 공간으로서 공공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었고 또한, 파사드 이면서 동시에 파사드가 아닌 (막힌 형태의 벽이 아닌) 파사드를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현대 건축에서는 특히 잘 드러나지 않는 요소이기도 한 기둥인데, 제임스 시몬 갤러리에는 총 226개의 기둥이 들어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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