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미스 반 데어 로어의 아담한 베를린 파빌리온/ Haus Lemke, Mies van der Rohe

2019. 9. 6. 18:00도시와 건축/베를린

오버제(Obersee)

얼마 전 자전거를 타고 리히텐베르크(Lichtenberg) 호헨쇤하우젠(Hohenschönhausen)에 있는 미스 반 데어 로어의 작은 건축물을 보고 왔다. 오란케제(Orankesee) 바로 옆에 있는 오버제(Obersee)를 바라보며 위치해있는 파빌리온 건축이다. 미스가 나치 시절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완공(1933년)한 그가 미국인이 되기 전 마지막 독일 내의 건축으로 유명하다.

이름은 하우스 렘케(Haus Lemke), 미스 반 데어 로에 하우스(Mies van der Rohe Haus, 공식 홈페이지명)로 불린다.

 

입구

입구가 조금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건축주 중 한 명이었던 칼 렘케(Karl Lemke)는 프리드리히샤인에 그래픽 예술 기관과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아마도 차량 출퇴근을 하였기에(+집이나 정원으로 예술 작품 운반 등을 하였을 거고) 그런 배치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차량 진입의 편리함이 제일 우선이 되어야 하는.

아무튼 집으로 들어가는 문이 유리문이기도 했고, 눈에 확 띄는 차고 문 바로 옆에 있어서 이 작은 붉은 벽돌집에 대한 첫인상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참고로 사진에서 차고 왼쪽에는 작은 길이 있어서 정원으로 곧장 갈 수도 있었다.

 

건물이 대지의 규모에 비해 굉장히 작은데, 그 이유는 건축주였던 칼 렘케 그리고 마르타 렘케(Martha Lemke) 부부가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어에게 "작고 검소한 주택(kleines und bescheidenes Wohnhaus)"을 지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요청은 그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날을 정원을 향해 넓혀달라(an schönen Tagen zum Garten hin erweitert)"도 있었고, 그로 인해 건물은 정원과 호수를 바라보는 넓은 창이 있는 얇은 L자 형태의 주택이 되었다.**

* https://www.miesvanderrohehaus.de/architektur/die-bauherren/

** https://thelink.berlin/2019/07/berlin-hohenschoenhausen-mies-van-der-rohe-haus-architektur-landhaus-lembke-bauhaus100/

 

호숫가 쪽으로 향하는 길에서 본 파노라마 뷰

주변에 동일하게 호수변에 접한 대지 위의 단독주택에 비해 하우스 렘케의 규모가 얼마나 작은지 보여주는 뷰. 파노라마 사진 왼쪽 주택은 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규모가 큰 공동 주택들이다.

 

건물 입구에서 본 파노라마 뷰

내부는 정말 검소하다. 미스의 건축이 그러하듯 군더더기 없는 평면이 작은 규모와 조합이 되니, 사람에 따라서는 성의 없는 혹은 너무 소소한 느낌이 들 정도다. 흔히 "건축"을 기대하고 온 사람에게는 실망을 줄 수도 있지만, 교외 단독주택의 작고 소박함이 주는 매력이 흠뻑 느껴지는 주택이기도 하다. 건물이 작음으로서 호수에 면한 대지를 정원 등으로 더 넓게 활용 수 있음을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하우스 렘케 쪽에서 바라본 정원과 호수가의 풍경

렘케 부부는 1945년까지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1945년 10월부터 소련군이 건물을 창고 건물로 활용하였고, 장벽 건설 이후인 1960년대부터는 슈타지 소유의 빨래 창고용 건물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 점유 기간 동안 여러 차례의 건물 및 정원의 개축과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1977년 문화재로 지정이 되었고, 통일 이후 1990년 지역 관청을 통해 매입되어 현재 갤러리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의외로 다사다난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 베를린 문화재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1962, 1978, 1982년에 개조가 있었다고 한다. http://www.stadtentwicklung.berlin.de/denkmal/liste_karte_datenbank/de/denkmaldatenbank/daobj.php?obj_dok_nr=09045503

** https://www.miesvanderrohehaus.de/architektur/geschichte/

 

주변은 베를린 교외 지역의 흔한 단독주택 다수 그리고 소수의 공동주택이 만드는 자동차 중심의 지역 풍경이다. 그래도 하우스 렘케를 찾는 사람들 중 다수가 자전거를 찾아오더라. 주말에 자전거 타고 놀러 오기 좋은 위치다.

 

오란케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하우스 렘케는 수영을 할 수 있는 오란케제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그리고 호헨쇤하우젠하면 떠오르는 호헨쇤하우젠 박물관(구 슈타지 중앙 감옥)도 하우스 렘케에서 그리 멀지 않다. 도보로 약 15분 거리라서, 하우스 렘케만이 아니라 주변의 주요 문화시설을 동시에 이용하기에 좋은 목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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