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16)
-
[책] 다섯째 아이
다섯째 아이는 20세기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아이를 낳는 삶의 리스크에 대한 (당시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꽤나) 극단적이고 노골적인 상황을 그리는 소설이다. 이야기가 시작하며 운명처럼 서로를 기다렸던 한쌍의 커플은 아이를 하나, 둘, 셋 낳기 시작한다. 물론 아내인 해리엇이. 그들은 자녀가 가득한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고, 주변의 만류와 걱정에도 계속해서 자식을 늘려나가고, 매 크리스마스마다 늘어난 그들의 식구와 그만큼 늘어난 듯한 행복감을 자랑하기 여념이 없었다.하지만 "아기 제조소(책에 나온 표현)"에서 누구보다 해리엇은 지쳐가고 있었다. 몇번째 아이였을까. 아마도 소설의 제목처럼 다섯째 아이였겠지. 그는 절규한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 앞에서 남편 데이비드는 물정 모르는..
2025.04.28 -
[전시회] 크라프트베르크 그리고 오노 요코/ Kraftwerk Berlin and Yoko Ono
최근 한두 달간 전시를 좀 많이 봤는데, 딱히 각 잡고 리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없었는데, 이번 부활절 연휴에 본 전시 중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묶어서 내가 좋아하는 예술(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우선 Kraftwerk Berlin에서 있었던 Laure Prouvost의 WE FELT A STAR DYING 전시. 전시 소식 들을 이후부터 3월 내내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4월 중순이 돼서야 전시를 봤다. 이 부활절 기간 아니면 결국 안 갈 것 같아서 드디어 보게 되었다. (하필 Kraftwerk가 회사 근처라서, 주말이나 휴가 때 가는 게 좀 꺼려져서, 퇴근 후 방문했다.) 원래 진짜 전시 설명 대충 읽는 스타일인데, 한 세 번 정도 전시 설명을 사전에 읽었고, 전시장에서도 한번 읽었다.의도는..
2025.04.22 -
[영화] 더 나은 나를 향한 욕망은 스스로를 갉아먹을뿐.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약간 스포 포함되어 있습니다."I can't stop."하비는 오줌을 싼 손을 씻지도 않고 새우를 까서 소스를 묻혀가며 자신의 입에 집어넣는다.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지껄이다가(At 50, it stops.) 누군가 감히 그에게 질문을 하거나 토를 달 것을 생각지도 않았다는 듯이 엘리자베스의 질문에(What stops?) 답변을 하지 못한다. 그 순간의 곤란함을 회피하기 위해 아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며, 소변, 새우 그리고 소스가 버무려진 손으로 어깨동무를 하며 떠난다. 영화는 하비라는 인물 한 명과 그 주변의 온갖 랜덤 남성들을 통해 온갖 (특히, 외모 등에 있어서) 남성 권력의 개극혐 요소를 잘 표현했다.이렇게 시작부터 이 영화는 시청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는다. 한국에서 꽤 성공한 유명한 영화..
2025.04.21 -
[책] 대도시의 사랑법
워낙 유명했다 보니 사실 이미 영화를 봤어야했던 작품이지만, 독일 넷플릭스는 판권이 없는지 영화를 볼 수가 없었다. 우연히 소설책을 구할 수 있었고, 책을 읽고 나니, 그것이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속의 이미지를 대중화시킨 영화 배역 이미지 대신, 비교적 재미있게 "원작 소설"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내 상상 속 이미지를 통해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책 읽는 초반에 김고은 씨의 이미지가 계속 떠올랐는데, (남주는 누군지 몰라서 사실 박상영 작가님 이미지를 떠올림.) 글을 읽다보니 그 두 사람의 이미지는 희석되고, 또 다른 주인공들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소설은 너무나도 슬프게 좋았다. 책 내용도 슬프면서 재미있었고, 이 먼땅에서 우연히 구한 한국어 소설을 이렇게 빨리 읽어버렸다는 것도 슬..
2025.04.11 -
[애플티비] 단절된 노예들의 자아찾기 투쟁기, 세브란스: 단절/ Severance
썸네일을 교체하라!리뷰를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이 매력적인 드라마 시리즈의 흠을 찾으라면 남주와 남주 얼굴이 박혀있는 시리즈 썸네일을 꼽고 싶다. 소재: 흥미로움. 전개: 나쁘지 않음. 배우들: 매력 있음. 기승전결: 생각보다 깔끔했음. 이 드라마의 유일한 문제는 포장지에 있다.2022년에 나온 이 시리즈는 2025년 현재 독일 애플티비 트렌드 랭킹 2,3위에 꾸준히 올라와 있다. 그리고 이 시리즈 추천과 좋은 평을 엄청 들었음에도 이 끔찍한 썸네일 때문에 정주행을 시작하기 꺼려졌었다. 꾸역꾸역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시청한 이 시리즈는 재미있었다. 편당 약 50분, 에피소드 10개, 시즌 2개 어떻게 보면 좀 부담스러운 양일수도 있지만, 다음 화가 항상 기대되는 시리즈였고, 빠르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2025.04.09 -
[애플티비] 고 밖에 모르는 제이크 질렌할의 무죄추정 여행기/ Presumed Innocent
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어릴 적 가장 처음 봤던 게이 영화가 제이크 질렌할과 히스 레저의 브로크백 마운틴이었다. 대중적으로 "이반"이 전혀 가시화되지 않던 시절, 유명한 영화라서 모두가 봤던 그리고 다들 스스로의 눈으로 본 것을 인식하길 거부했던 그 영화. 아무튼 그 이후 제이크 질렌할은 꽤 매력적인 배우로 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내 기억상 큰 논란은 없이 아직 잘 생존(?)하고 있는 "남"배우이고, 누나인 매기 질렌할 역시 유명한 배우. 애플 티비에 걸린 그의 얼굴을 보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무죄 추정은 내가 좋아하는 (법정+범죄) 스릴러 장르였다.간단히 평을 하면 웰 메이드 시리즈였다. 큰 군더더기 없고, 연출 깔끔하고, 긴장감 충분하고, 반전도 있고. 이제는 그냥 장점으로 받아..
2025.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