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건축/이야기(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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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7017 옆 만리재 광장과 윤슬을 둘러보고(건축가: 강예린)
처음 맞이한 만리재 광장의 윤슬은 방학 때 텅 빈 노천 극장을 보는 듯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그리드의 수직적인 변화가 주는 리듬은 흥미로웠지만, 비교적 금방 그 흥미로움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어떤 프로그램(음악회라던가)과 이 장소를 채운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노천 극장이 그렇듯) 아주 매력적인 장소일 것이란 생각이 드는 장소였다."천장에는 스테인리스스틸 수퍼미러 재질의 루버(louver, 길고 가는 평판을 일정 간격으로 수평 설치한 구조물)를 달았는데, 이 루버를 통해 빛이 내부 공간에 투영돼 작품의 이름인 ‘윤슬’처럼 마치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듯 한 독특한 효과를 낸다." - AURUM 건축도시정책정보센터 서울시, 만리동 광장에 공공미술작품 '윤슬' 설치 완료 - 건축도시정책정보센터 ..
2020.06.11 -
익선동의 현재
서울에서의 하루. 아침 일찍부터 시내로 나가 충정로-서울로-남대문 시장-을지로-종각-종로 3가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저녁 약속을 앞두고 시간이 남아 계획에는 없었던 익선동을 잠시 둘러보았다. 2011년 전후로의 기억을 바탕으로 2016년 익선동의 미래 글에 썼던 것처럼 내가 알던 익선동은 없었다.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익선동의 미래익선동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회사를 다니고 나서였다. 단체 생활이 주는 수많은 피로감과 (정확히 말하자면) 무의미함이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들지 못하도록 하나의 저항으로 근무시간에는 ��urbanarchive.tistory.com 우선 익선동을 잠시 둘러보며 느껴졌던 것은 아마도 대한민국 도시 구역 중 건물 총면적 당 카페/식당/상업시설의 면적 비율이 제일 높은 곳이 아닐..
2020.05.18 -
서울로 7017 혹은 서울 스카이 가든(건축가: Winy Maas)/ Seoullo or Seoul Sky Garden
서울로 7017을 이야기할 때, 얼핏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를 알고 있는 사람 입에서 항상 비교 대상으로 언급되는 것은 뉴욕의 하이라인(Highline) 그리고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ée)다. 하지만 큰 범주에서 고가 시설물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만 같은 뿐, 고가철도(철도시설)와 고가도로(도로시설)는 모든 게 다르다.수풀이 자라난 채로 방치되어 있던 폐선로를 이용할 수 있었던 하이라인이나 프롬나드 플랑테와는 다르게, 이 고가도로는 철거했어야 했던 시설이고, 아무런 수풀이 피어나지 않는 고가도로로, 아스팔트 맨땅에 새롭게 공원으로서의 아이디어를 심어 넣어야 했다. 즉, 서울로 7017은 애초에 시작 지점이 달랐다. 개인적으로 서울로 7017의 디자인 호불호는 불호에 가깝지만, 단..
2020.05.16 -
세광 피아노 소곡집 표지의 그 장소를 찾아서
도시의 이미지를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도시와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 중에는 특정 이미지로 해당 지역을 추론해내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도시의 외적 특성이 건물(때로는 공원 등의 도시 자연)의 이미지와 형태 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각종 기술의 발전과 지도/사진 데이터가 늘어나며, 이런 방법은 때론 손쉽게 스토킹 혹은 소셜 해킹이라는 범죄의 영역에서 활용될 때가 많다. SNS에 집 밖 풍경이라던가, 실시간으로 머물고 있는 장소의 풍경을 찍어 올리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2019년 2월 트위터에서 시작된 피아노 소곡집 표지 속 추억의 장소 찾기는 그래도 조금 훈훈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시작은 바로 아래 링크의 트윗. (사실 나도 피아노 소곡집으로 피아노 ..
2020.05.12 -
시민적 무관심/ Civil Inattention
오지랖과 오지라퍼라는 용어도 이제 잘 안쓰이게 되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선 주변 사람에게 맥락 없는 주제넘은 훈수나 조언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종종 이것은 개인 간의 친분 관계를 넘어서 공공장소 혹은 카페 등의 상업 공간에서 불특정한 타인에게까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 생각을 할 때면 떠오르는 개념은 시민적 무관심(Civil Inattention)이다. 동료 시민에 대한 혹은 지역 사회 등에 대해 익명의 삶의 가능하도록 할 수준의 적당한 무관심의 거리를 가지는 것. 대도시가 아닌 그리고 작은 규모의 단위의 지역에서 존재하는 사회적 통제(Social Control)와 반대 개념 정도로 보면 좋은 단어다. 이 용어를 만든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은 엘리베이터가 (시민적..
2020.03.03 -
크고 묵직하고 우아한: 아모레 퍼시픽 사옥(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Amorepacific Headquarters,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처음 아모레 퍼시픽 본사에 대한 감상은 "서울의 건축물이 이렇게 크고 묵직하면서도 우아할 수 있구나."였다. 이런 긍정적인 첫인상과 함께 구경했던 아모레 퍼시픽 본사. 그리고 약 1년 후에 다시 한번 더 방문하여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보통 건축을 세부적으로 평가를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건축이니 평가를 해본다. 좋아하는 건축가의 건축은 세세하게 평가질을 해야 제맛이지!1. 도시건축으로서 조형미 B0: 불행하게 신용산역 일대는 홀로 튀고 싶어 하는 건축 혹은 건물로 만 가득하다. 그 가운데서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우아했지만, 전혀 다른 규모감이나 무게감은 이질적인 모습으로 느껴지게 될 정도였다. 물론 이것은 이 건축과 주변의 건축의 잘못이 아니라, 도시계획, 도시디자인 그리고 ..
2020.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