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 011: 사진

2024. 10. 9. 07:00트윗

독일 통일 기념일 전후로 휴가를 쓰면 집에서 쉬면서 엄청나게 밀린 사진 정리를 했다. 코로나 전까지는 디카로 사진을 찍고 사진 찍을 때마다/여행 이후 날 잡고 정리하는 나만의 시스템이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여행을 안/못하고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사진을 찍는 기회가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약 2년 전에 아이폰 13 미니를 산 이후 그리고 아이클라우드 무료 용량 제한에 걸린 이후로 아무런 백업도 정리도 하지 않고, 사실 크게 신경도 안 쓰고 살았었다.

원래 디카나 DSLR 사진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에 큰 애정을 가지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거의 모든 사진을 스마트폰으로만 찍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내가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진들도 있다. 그래서 나름 긴 휴가 중에 나름의 사진 정리/백업 시스템을 만들었다. 2022년 3월부터 2024년 9월까지의 모든 사진을 쭉 훑어보면서 이 과정을 마무리했다.(HEIC 포맷으로 사진이 저장돼서 PC에서 연동이나 백업이 불편한 것도 세팅을 바꾸면 JPEG으로 저장돼서 더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그리 애용하는 사람은 아닌데, 언제 어디서나 어떤 데이터, 사진, 영상이 필요한 삶을 살지 않고 그걸 추구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라우드 서비스 대용량을 구독하는 것 자체가 좀 무의미한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데이터를 지고 다니는 것은 디지털 클라우딩 시대의 과욕이라 생각함...)  아무튼. 그래서 생각한 내 시스템은 매달 사진을 아이폰에서 찍은 사진을 아이클라우드에서 컴퓨터/외장하드로 옮겨서 백업을 한 후 스마트폰/아이클라우드에서 삭제, 백업한 사진 중 마음에 드는/기억하고 싶은 사진을 추려서 마치 필름 사진첩처럼 다시 구글 포토로 옮기는 방식이다. 매달 사진을 컴퓨터에서 정리를 하다 보면,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쓸 기회도 생길 거고, 그리고 어느 클라우드 무료 서비스의 용량도 부족함이 없을 거고, 어떤 욕심을 부릴 일도 없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로 바뀐 것이 하나 또 있는데, 노래를 좀 듣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돌 노래는 손에 대지도 않았었는데, 작년에는 아이브 노래를 즐겨 들었지만 팬까진 아니었지만, 2024년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된 일련의 인터뷰와 사건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뉴진스에 빠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종종 이런저런 뉴진스 콘텐츠를 찾아보곤 하는데, 뉴진스 멤버 중 하나님이 종종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여주곤 하더라.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다시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최근에 옷장을 새롭게 들이면서 옷장 위 장식으로 예전에 사용하던 필름 카메라와 디카, DSLR을 모두 올려놓으면서 그 마음이 더 강해지기도 했고, 종종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오랫동안 즐겨 사진을 찍어오며, 나에게 사진을 찍는 행위는 피사체에 대한 애정과 기억도 늘려주는 역할을 해왔다.  예전에 도시 여행할 때는 하루에 천여 장의 사진을 찍으며 방문한 도시에 대한 애정을 늘리고, 지금도 반려묘를 하루에도 수십 장씩 찍고 있으며 반려묘에 대한 애정과 기억을 늘리고 있다. 사진찍기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지난 몇년간은 찍기만 하고 그 기억을 방치만 했었다.

그래서 필름 카메라의 사진은 예상하지 못한, 잊고 있었던 기억을 돌이켜 볼 수는 그 특성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모든 것이 빠르게 즉시 일어나고 그만큼 금방 잊혀지는 숏폼의 시대에서 참 안어울리는 그래서 매력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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