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20. 17:00ㆍ리뷰

꽤나 유명했던 영화였던 걸로 기억한다. 무려 11년 전 개봉한 영화인데, 내가 이름과 포스터를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든 생각은 2014년 당시에 이 영화를 봤었더라면, 어쩌면 내 인생 영화 중 하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영화들 있지 않는가? 본 당시에는 정말 인생 영화였는데, 10년 뒤에는 심지어 5년만 지나도 다시 보기 어려워지는 작품들?
사람도 작품도 모든 인연에는 타이밍이 있는데, 11년이 지나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나에게는 나쁘지 않은 타이밍처럼 느껴졌다. 어린 시절 내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영화인데, 2025년 나는 좀 더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버드맨을 개봉 당시 봤다면 지금은 다시 볼 생각도 안 할 영화로 느껴졌겠지만, 2025년에 본 버드맨은 꽤나 나쁘지 않았고, 또 봐도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물론 굳이 보진 않겠지만, 보고 싶지 않다 정도는 아니라는 뜻.)
연극을 하는 영화 속에서 연극을 위한 연기를 하는 이야기, 이는 관객의 해석이 다양해질 수 있는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장치 중 하나다. 이 특징이 재미있을 수 있는 이유는 연기가 극 속의 연극을 위한 연기였는지 아니면 그냥 극을 위한 연기였는지 아니면 극 속의 실제 모습이었는지 등을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진 속에 담긴 창 속의 풍경이 사진의 풍경인지 프레임 속의 풍경인지 고민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 극 속이 또 다른 극이 있는 경우엔 연기가 어떤 의도/목적의 연기였는지 상상하고 판단하는 게 재미있지 않나? 나만 그런가?
아무튼 한 때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잘 나갔던 남자가 있다. (영화 속에서 자세히 그리지 않지만) 이런저런 선택으로 젊은 시절의 명성을 꾸준히 이어나가지 못한 채 서서히 잊히고 있던 사람. 트위터도, 페이스북,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시대에 존재하지 않은 채로(딸이 한 워딩에서 따옴) 스스로도 그리고 대중적으로도 과거의 망령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 하지만 그런 평과는 다르게도 사람들을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있고, 어쩌면 그렇게 무난하게 조금씩 잊혀가는 한 때의 유명 스타로 살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연극을 준비한다. 연기자로서 자신을 다시 알리기 위해서. 하지만 모든 것이 그의 재기를 원하지 않는 듯하다. 동료 연기자는 마음에 안 들고, 교체된 동료 연기자는 자신을 집어삼키려고 한다. 딸과의 관계도, 전 아내와의 관계도, 현 여자 친구와의 관계도 다 마음에 안 든다. 그는 자신의 삶이 중요하지 않고, 그의 존재를 각인시켜 줄 연기자로서의 명성만을 원한다. 그 존재감을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드러내고 싶을 뿐이다. 그는 마지막 무대에서 결국 그의 진심 어린 하지만 충동적인 행동으로 모든 것을 뒤바꿔 놓는다. 그게 가치 있는 행동이었을까? 2014년에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충동적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 너무나 흔해진 2025년 그의 마지막 연극에서의 결정은 마치 주식 코인 투기범들의 그 모습을 보는 듯했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마존 프라임] 탕웨이가 아니었다면 헤어질 결심이 가능했을까?/ Decision to Leave (0) | 2025.11.03 |
|---|---|
| [베를린 한국독립영화제] 상실 속 사랑을 담은 여름의 카메라/ Summer's Camera (0) | 2025.10.25 |
| [넷플릭스] 트라우마 가득한 ENTJ 남성의 주체할 수 없는 인생 여정, 피키 블라인더스/ Peaky Blinders (0) | 2025.10.10 |
| [책]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 (0) | 2025.09.30 |
| [넷플릭스] 모든 것이 다름에도 가면 속 서로에게 끌리는 인연, 우린 반대야/ Nobody Wants This (0) | 2025.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