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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8 서울

서울이 아닌 수원 6/10: 못생긴 아파트, 수원 화성 그리고 아파트 키드

수원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며 보이는 풍경을 찍고 있는데, 이런 질문을 받았다. "못생긴 아파트는 왜 자꾸 찍는거야?"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멀리 선 바라본 아파트 단지라는 집단적인 형태는 전혀 아름답지 않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 안에서 살고 있고, 그 곳에서 살고 싶음을. 아파트 단지가 주는 편리함과 경제적 계층의 상징성 등 수많은 이유 때문에 말이다.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가족을 만나러 간 수원에서 가족들과 함께 오랜만에 수원 화성에 들렸다. 가족뿐만 아니라 일가친척이 대부분 오랜 세월 수원에서 지냈기에, 화성 내외에서도 수많은 사연이 있고,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너무 좋았다. 나이 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즐거울 때는 불행하게도 좁혀지기 쉽지 않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과거이야기를 들을 때인데, 어떤 장소에 얽힌 기억을 이야기할 때는 더더욱 흥미롭다.


화성 내부에선 아파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화성은 화성문화재와 정조대왕 능행차 등 행사 준비로 인해 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에게는 어릴적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있어서, 이 공간이 주는 묘한 정겨움이 있었다. 또한, 많은 시민들이 화성을 찾고 있음에 기분이 좋았다. 다만, 화성 내외부로 드나드는 (통과) 차량 운행과 주차공간에 대해서는 어떤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해보였다.


성 밖을 바라보면, 점점 더 많은 아파트 단지가 마치 성벽마냥 새로운 벽을 세우기 시작하고 있다. 이게 흥미로운 부분인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역사도심"구역에 아파트 단지를 세우지 않는 것에는 쉽사리 동의하지만, 그 외의 지역에는 마치 아파트 단지가 정답인 것처럼 생각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화성의 풍경을 완전히 망쳐버리는 화성 밖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보이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그 경계는 굉장히 모호하고, 주관적이다.

결국은 전문가들이 설정한 어떠한 논리가 그 기준이 되곤 한다. 성밖 5km 등 특정 영역 내에서는 고층 건물 개발 불가, 특정 시각축(주로 주요 문門, 주요 길, 주요 문화재에서 바라봤을 때) 아파트 단지로 인해 문화재의 경관이 훼손되서는 안된다 등의 기준 말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기준조차 모호하고 주관적이다.


나는 아파트 키드다. 집과 유년 시절에 대한 대부분의 기억은 아파트 (단지) 공간 속에 남아있다. 수원 방문의 마지막 일정으로는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이전까지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아파트 단지를 방문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답게, 사용자에 의해 잘 유지된 공간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이곳은 복도형 아파트라서 같은 동에서 살던 친구들과 복도에서 복도로 서로 소리를 치며 부르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내가 놀았던 집 앞의 놀이터는 주차의 편의를 위해 좀 더 구석으로 밀려있었다. 그리고 내가 살던 집에는 누군가가 살고 있었다.


어릴 적 마치 어떤 동굴 속에 들어가는 것처럼 어둡고 깊어보이던 주차장 램프는 환하고 그리 깊지도 않은 공간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야했던 아파트 단지 밖 공원은 "산"이 아니라 "언덕"이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아파트 단지가 남아있다는 것 조차 행운인 불행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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