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 05:58ㆍ여행/'25 보스톤+뉴욕
아마 고래를 보러 간다는 계획이 없었다면 가족 모임이자 가족 여행은 내 인생 최악의 여행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Whale Watch 참여 하나로 내 인생 최고의 여행 중 하나로 기억된 여행이 되었다.
보스턴 외곽의 숙소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락포트 Rockport라는 작은 항구 도시를 먼저 구경 갔다. 항구라기 보단 작은 어촌 마을 그리고 랍스터 요리보단 랍스터 샌드위치로 유명한 곳. 나는 해산물을 거의 안 먹기 때문에 샌드위치 아주 살짝 맛만 보았는데, 관광지라서 사 먹는 그런 수준의 맛이었다. 막 별로 정도는 아닌, 그냥 무난한.
잠깐 락포트를 둘러보고, 인근의 글루체스터 Gloucester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곳의 Cape Ann Whale Watch를 통해 고래를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예약한 티켓을 수령하고 배를 타러 갔다.
배에 올라타선 2시간 동안 내내 바다만 바라봤다. 고래가 혹시 어디서 나타나지 않을까. 이상하게 새들이 많이 몰려있지 않을까. 돌고래라도 어디 뛰어오르지 않을까. 망망대해가 이런 거구나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름 고래, 상어, 범고래 다큐를 많이 봤었던 기억이 있기에, 어쩌면 고래를 못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다. 우리는 수백 시간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이 압축된 고화질의 다큐멘터리로만 다양한 생물들의 존재를 화면 가득히 보며 그들을 관찰하는 것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끼곤 하지만, 실제로 그 존재들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다는 것도 사실 나처럼 바다 근처에 살지 않는 사람에게는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이니깐 말이다. 2시간이 지난 뒤 선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주변 배들과 연락을 취해 고래 위치를 파악한 것 같았다.
못 볼 수도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배 바로 앞에서 수영을 하는 고래를 보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근데 참 신기하지. 약 1시간 동안 7번 정도 숨을 쉬러 나오는 고래를 꽤 멀리서 겨우 볼 수 있었을 뿐인데, 내 예상보다 훨씬 더 근사한 경험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실망했고, 다시는 안 온다고 했지만, 나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정말 다시 경험하고 싶은 이벤트였다. (혈육일 뿐... 정말 1도 안 맞음...)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바다를 오랫동안 멍하니 봤던 것도, 혹시 어디 고래 있을까 유심히 바다를 관찰하던 것도, 멀리서 고래를 볼 수 있었던 것도 다 너무 귀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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