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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건축/이야기

공간이 당신을 혐오한다. 아마도 오세훈 시장이 디자인 서울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던 시절인 것 같다. 그 때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는 이름의 누구에게나 차별없는 보편적 도시환경 혹은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잠시 크게 유행했었다. 이 말은 돌려 생각해보면, 현재 많은 사람들이 불편없이 사용하는 제품과 살아가는 공간이 누구에게는 차별화된 혹은 누구를 차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유니버셜 디자인, 배리어 프리와 같은 이름 디자인은 그 차별을 없애려던 방식 중 하나였다. 내가 사는 세상이 아무리 편하고 아름답더라도 세상에는 분명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차별은 계속 존재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세상을 주무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남성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고, 이는 도시 환경에도 고스란히 ..
뉘른베르크의 푸른 밤/ Die Blaue Nacht, Nürnberg Die Blaue Nacht는 뉘른베르크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로, 5월의 어느 토요일 밤에 시작되는 행사다. 도시 950주년 행사를 기념하며 2000년부터 시작된 행사로, 생각보다는 소심해서(?) 아쉬웠다. 붉은 빛의 Sandstein으로 만들어진 건축물과 주황색과 갈색빛의 지붕이 만드는 구도심을 푸른 조명으로 가득 채우는 축제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보이는 도시 이미지도 그랬으나, 알고보니 사진에 많이 찍힌 몇몇 건물만 집중적으로 푸른색 조명을 받았을 뿐, 도시의 모습은 거의 그대로였다. 가로등도 푸른색을 입혀놓았지만, 밋밋해보이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애초에 뉘른베르크라는 잘 복원된 도시가 주는 강력한 옛 도시의 이미지를 푸른빛으로 어찌할 수 없었던 것 같긴 하지만, ..
익선동의 미래 익선동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회사를 다니고 나서였다. 단체 생활이 주는 수많은 피로감과 (정확히 말하자면) 무의미함이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들지 못하도록 하나의 저항으로 근무시간에는 정말 근무만 열심히 했고, 출근 시간 전, 점심시간 사이 그리고 퇴근 시간 후에 주변 도시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동쪽으로는 창덕궁과 종묘, 서쪽으로는 경복궁, 남쪽으로는 종로 3가 그리고 북쪽으로는 북촌이 점심시간을 기준으로 한 대략적 답사 경계였다. 특히 출근 시간에 안국역에서 내려서 곧장 회사에 가는 비교적 재미없는 길을 택하기보단 종로 3가에 내려서 익선동을 거쳐서 가는 것은 꽤 좋은 출근길이었다. 경험상 이 주변은 비교적 저녁때 그리 치안이 좋은 곳은 아니었다. 익선동은 그럼에도 도시적인 관점에서 선호 지역은 아니었다..
옥바라지 골목 철거 사건을 바라보며 "도시들은 우리의 비전과 우리의 실수의 물리적 기록이다." - David Chipperfield 서울의 물리적 모습을 보면 이 사회에 얼마나 크고 작은 실수가 많았는지 알 수 있다. 옥바라지 골목은 한국 도시에또 다른 실수를 남기는 장소가 될 것이다. 역사성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 나이지만, 모든 도시와 동네가 역사 도시로 보존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기억들은 적어도 간판, 기념물, 기념 공원 등 어떤 방식으로도 기억될 수 있다. 옥바라지 골목 같은 경우도, 아마 계속 압박이 들어간다면 골목길 원형을 보존하고, 몇몇 주택은 남겨 박물관으로 재활용하는 등 역사는 어떻게 든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거지 같은 모습으로 남겨진 종로 피마골을 봐라. 잘 보존되건, 아니면 생색을 내며 보존을 하건..
자하 하디드를 추모하며/ Zaha Hadid(1950~2016) 자하 하디드 Zaha Hadid가 세상을 떠났다는 뜬금 없는 소식이 각종 뉴스를 가득채웠다. 그는 논란도 많은 건축가였지만, 그 논란 만큼이나 놀라운 건축가였다. 베를린의 이 건축은 그가 비트라 박물관 Vitra Museum의 소방서 Feuerwehrhaus와 비슷한 시기에 작업을 했고, 37세에 작업을 시작한 두번째 완공작이다. 아마 비트라 박물관의 소방서와 베를린의 이 주택건물이 없었다면, 놀랍기에 논란적일 수 밖에 없는 그의 건축은 그림과 도면으로만 남겨진채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DDP를 비난할 때 가장 어리석은 것은 그녀의 디자인 형태에 대한 비난이다. 그를 공모전에 초대했을 때, 이미 공모 주최자는 자하 하디드라는 건축가가 어떤 유형의 건축을 하는지 자명하게 알고 있는채로 초대를 했다. 아..
산티아코 칼라트라바 뉴욕 WTC 허브 완공(?)을 기념하며/ Santiago Calatrava 9.11의 현장에 무려 12년간 엄청난 비용(약 40억 달러)이 들어가며 세워진 Santiago Calatrava 설계의 Hub(생김새로 인해 여러 별명이 붙고 있다고, Oculus가 대표적인 별명)가 완공이 되었다는 소식이 건축계 뉴스를 뒤덮었다. 원래 5년 공사에 2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런 변화는 칼라트라바 건축의 특성과 도심 속에서 진행되는 공사라는 점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베를린 신공항 사업과 같이 독일 주요 대형 건축 사업의 상상을 초월할 공기연장과 사업비의 폭발적 증가로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특히 건축적으로 아주 특별하다고 볼 수 없는 베를린 신공항 사업이 건축법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문제로 계속해서 떔질식 보수를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애초에 구조 자체가 ..
브레멘 유보트 벙커 발렌틴/ U-Boot Bunker Valentin, Bremen 지난 학기부터 Bremen과 큰 인연을 가지게 되었다. 학교 도시설계 프로젝트 대상지가 브레멘이었고, 또한 방학 동안 다녀온 워크샵도 브레멘에서 우연히 진행되었다. 겸사겸사 브레멘이라는 도시의 재미 난 매력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앞으로 간혹 브레멘에 대한 이야기도 가끔 쓰고자 한다. 브레멘에 대한 첫 사진과 글은 Bunker Valentin(벙커 발렌틴)이라는 곳에 관한 지극히 평범한 글이다. 그동안 써온 도시, 건축적인 맥락의 글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개인적으로도 인상이 깊었던 곳이고, 이 곳을 추천해준 모든 사람이 '오싹한, 분위기가 안 좋은, 으스스한' 등의 표현을 아끼지 않고 표현했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이 거의 끝나가던 무렵 독일 나치가 U-Boot XXI(독일어론 우부트 이지만 ..
도시건축가의 윤리 그리고 제플린 필드/ Zeppelinfeld und Zeppelinwiese Zeppelinfeld 내부, Nürnberg Zeppelinfeld 외부, Nürnberg Zeppelinwiese, Nürnberg Velodrom, Berlin Velodrom, Berlin건축의 형태는 언제나 중요하다. 나에게는 더 이상 건축의 형태가 압도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처음 느끼는 것은 건축물의 형태 혹은 그 건축물의 형태가 만들어내는 공간은 너무나 중요한 인지요소이다. 좀 더 섬세한 사람들은 건축재료정도나 건축물 이용할 때 편한지 불편한지가 더 생각해볼만한 요소일 것이다. 목적지 1,2정거장 전에 내려서 걸어가는 것이 베를린 와서 생긴 한가지 습관이다. 환승하느니 차라리 걸어가는 편이 더 즐거워서 그런데, 고양이 식품을 사러가는 길에 마주치는 거대한 운동시..
도시공학의 문제, Urban Engineering * 역시 네이버 블로그에 썼었던 글. 좀 수정 봐야할 것이 많은 글이지만 그냥 그대로 다시 올린다. 이 글은 그대로 놔두고, 수정볼 만한 내용들을 새 글로 쓰는게 나을 것 같다. 수준이 낮아도 이 글 자체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으니까. 이런 저급 글을 쓰는 사람조차 한국엔 없다. 사진들은 최근 베를린 소개서에 올린 베를린 모습. Humankind's greatest creation has always been its cities. - The City, Joel Kotkin, p.xx나는 도시공학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이 도시공학이라는 용어가 마음에 든 적이 없었고, 본격적으로 설계를 시작하는 대학교 2학년 이후로는 그 도시공학이라는 단어를 입에서 꺼내봤던 기억이 없다. 그래서 지금 이 용어를..
Urban Design이란 용어 * 이번 학기에 Urban Design의 정의에 관한 짧막한 에세이를 쓰고 있어서 생각난 김에 다시 올린다. 이전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약간 수정 및 첨부하였다.Urban Design은 전 세계적으로 생겨난지 그리고 활용된지 얼마 되지 않은 학문이자 분야이자 용어이다. 그러다보니 여전히 Urban Design의 영역이 건축, 도시계획, 조경 등의 수많은 도시개발 관련 분야 사이에서 어떻게 구분 되는지 정확히 제시되어 있지도 않고, 또한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사실 들어본 적이 없었다.Urban Design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3년, 당시 CIAM의 의장이었던 Josep Lluis Sert가 그의 강의에서 처음 "Urban Design"을 언급했다. 그리고 그 언급이 공식적으로 남아있는..
거대한 도시 그리고 다양한 도시 거대함과 다양함은 당연히 다른 개념이다. 거대하다고 다양하지 않고, 다양하다고 꼭 거대하지는 않다. 흔히, Mega City라고 부르는 개념이 그렇다. 우리는 뉴욕을 런던을 메가 시티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도시를 목표로 급격한 성장을 해온 도시들을 우리는 Mega City라고 부른다. 내용이 아닌 양적 팽창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 곳에는 내용이 빠져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느낄 수 있다. 물론 뉴욕처럼 거대하면서 다양한 도시도 존재한다. 또한 다양함이라는 것이 도시에 있어서 항상 긍정적인 요소인 것도 아니다.우리가 현재 모델로 삼는 서구 사회의 Global City는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시도와 실험 그리고 좌절과 성장을 겪으며 지금의 도시가 되었다. 그곳에는 일년을 지내도 다 파악하기..
정치: 도시와 시민권에 관한 것들 Politics literally means "the things concerning the polis." Polis는 도시 그리고 혹은 시민권을 의미하는 그리스 단어이다. 그리고 Politics은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에 관한 책 제목이자 현재 정치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이다. 정치라는 것 그리고 정치 철학이라는 것은 애초의 그 기원이 도시와 시민에 관한 것들을 의미한다.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단순하다. 도시는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고, 좋건 싫건 그 도시 혹은 국가의 정치는 시민들과 국민들의 삶의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도시를 공부한다는 사람이 정치를 외면하는 것은 도시를 외면하는 것이다. 도시를 공부하는 사람이 정치참여에 주저하는 것은 더 나은 도시를 만들고자하는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