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살다/ Wohnen in Berlin, ZLB Berlin Amerika-Gedenkbibliothek Themenraum

2015. 3. 4. 05:07도시와 건축/베를린



베를린 중앙 도서관(아메리카 기념 도서관)을 굉장히 자주 가는 편이다. 집에서 교통편이 그나마 편리한 중앙 도서관 중 하나이기도 하고, 필요한 DVD 자료나 영화 혹은 간혹 학교 도서관에 없는 책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Themenraum(주제실)이라고 거의 항상 특정 주제를 설정해 도서관 자료를 한 공간에 모아놓는 전시를 한다. Berlinale 기간 전후로는 영화제 관련 도서관 자료(책, DVD 등등)를 모아놓아서, 이전 영화제 참가작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오늘 한 강연회에 참석한 뒤 슬슬 반납해야 하는 자료들을 반납하러 갔는데, 문득 생각난 자료가 있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Themenraum에 있다는 표시가 떴다. Wohnen in Berlin이라는 주제로 도서관 자료를 모아놓았고, 그에 그치지 않고 세입자 단체 자료, 온라인 신문 자료 등을 함께 갖춰 놓았다. 도시건축(주택)에 대한 내용부터 도시 사회학, 사진집 그리고 베를린이라는 도시와 사회를 잘 보여주는 영화, 다큐멘터리 등등 다양한 자료들이 있었다. 이 주제의 Auswahlbibliographie(선정된 참고 문헌)이 꽤 충실해서, 책을 다 둘러 볼 필요도 없이 안내서를 하나 들고 왔다.

아무튼, 이번 주제에 선정된 자료에는 내가 공부하는 베를린, 젠트리피케이션, 도시의 권리 등등에 관한 책들이 아주 자주 보였다. 그런 책이 어떤 책이냐면, 소위 한국에서는 종북좌파라는 소리 들을 수도 있는 내용의 책들이다. 물론 그런 내용은 많은 유럽 사회의 시민들이 상식적으로(자세한 데이터가 받침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주로 공감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상한 것이 아니라, 유럽 사회에서는 기본적으로 도시의 권리에 대한 시민들의 논의나 생각 등이 당연히 발달하여있을 수밖에 없는 도시 역사와 문화가 나름 충실하게 쌓여 있다. 그리고 이 곳에는 종북몰이할 북한같은 존재(아, IS와 그리스)가 없고, 'Die Linke(좌파)'라는 이름을 단 정당도 적지 않은 의석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준 전문가급의 수준 높은 도서를 이렇게 공공 도서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주제 선정이 실제 베를린이라는 도시나 독일이라는 사회와 전혀 동 떨어져 있지 않은 시의적절함을 보여준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이런 주제 전시를 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좀 더 손쉽게 특정 주제에 노출될 수 있고, 미처 검색하거나 찾아보지 못한 자료를 모아서 볼 수 있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그동안 전시되었던 주제를 예를 들면, 감시당하는 사회;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 박람회; 1차 세계대전; 극우파; 세계의 전설들; 2013년 총선; 이슬람의 다양성; 진퉁 혹은 짝퉁?; 유로존, 유럽의 위기; 파괴된 다양성-책 불태우기; 부유함 & 가난함; 라이프치히 국제 도서전; 선거 이후의 이스라엘;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대부분 당시 독일 내외의 주요 이슈나 도시의 큰 행사 등에 대한 주제를 선정해왔다. 궁금한 주제들은 아래 주소로 들어가서, 각 주제별 참고문헌 브로셔를 확인하면 된다.

* Der aktuelle Themenraum: https://www.zlb.de/veranstaltungen/themenraum/aktuelles.html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