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4. 16:00ㆍ도시와 건축/베를린
베를린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 한 장의 사진을 고를 수는 없겠지만,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이미지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바로 위 사진이다. 수리되지 않은채 낡디 낡은 오래된 주택과 새롭게 만들어진 꽤나 멋진 주택. Linienstraße와 Kleine Rosenthalerstraße 코너에 위치한 건물이다. 좋던 싫던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베를린의 극단적인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Linie 206으로 불리는 이 낡은 건물은 통일 이후 Spandauer Vorstadt 내외로 활발히 이루어졌던 건물 점거 운동의 한 증거물이다. 게다가 실제로 당시 점거자들이 지금까지 잘 살아왔던 곳이기도 하다. 건물 점거 운동이 활발히 일어난 구역들은 현재 대부분 베를린 내에서 최고 인기구역이고, 위와 같이 낡고 정신없는 점거된 주택과 새로 지어진 (고급) 주택이 공존하고 있는 이미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90년대 루마니아 상속조합(Erbengemeinschaft)이 이 주택을 사면서, 주립 주택회사인 WBM를 통해 점거자들간의 임대계약이 체결되었다. 지금까지 건물주가 지속적으로 바뀌어왔고, 2010년 건물을 매입한 현 건물주는 (과거 점거자였던) 2012년부터 현 정식 임대인들을 쫓아낼 법적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약 4년여만에 결국 전체 주택에서 2가구를 쫓아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지난 화요일 경찰을 동원해 강제퇴거를 성공적으로 집행하였다.
사실 관련인이 아니라면 굳이 누구도 이런 점거 주택에 살 상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점거 건물은 보통 좌파 주거프로젝트(Linkes Wohnprojekt)라고 부르는데, 각 점거 주택 공동체마다 그들만의 특별한 삶의 방식과 공동체의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그 방식이 분명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극단적인 방식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기사 상에선 약 20명 정도 사는 것(내가 알기론으로 약 30명) 알려진 이 주택에서 2가구 정도의 세입자를 쫓아내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정상적인 임대주택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는 분명 없는데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베를린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을 지켜보면 너무나 자명하다. 2채의 주택을 대상으로 보수공사(실제로 필요한 상황) 그리고 필요하다면 연이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공사를 진행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세입자에 대한 각종 괴롭힘이 시작되고, 아마도 적지 않은 충돌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충돌이란 세입자와 집주인의 법적 공방부터 어쩌면 공사 인부와 세입자간의 물리적 충돌까지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후자의 충돌 같은 경우가 집주인이 속으로 바라는 목적일 것이다. 이들은 극좌파로 몰아붙이면서 법적 수단과 집행력을 모두 동원해 모두 다 쫓아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 후 주택을 잘 수리해서 비싼 임대주택으로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1826년에 지어진 이 주택은 문화재로 지정된 주택이고, 그 말은 일반적인 주택(그래도 보통 50~80년은 훌쩍 넘은 주택들...)에 비해 더 높은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Linie 206이 앞으로 겪에 될 상황은 큰 틀에서 이런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세입자들도 "법원 앞에서 봅시다. (Wir sehen uns vor Gericht wieder)"라고 자체 블로그에 게시할 정도로 대비를 해온 것 같고, 계속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려고 하고 있다. 참고로 2011년에도 다른 좌파 주거프로젝트인 Liebig14(Liebigstraße 14)에서 비슷하게 강제퇴거가 진행된 적이 있다. 역시나 Liebig14가 있던 Rigaerstraße거리 일대도 통일 후 90년대에 활발한 건물점거 운동이 이루어졌던 구역이다.
Linie206 주거 프로젝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Der Tagesspiegel 기사를 참고 하시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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