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 22:39ㆍ트윗

11월이 되었으니, 사진을 정리하고, 블로그에 글을 쓴다.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 유지할 수 있는 루틴이 되길.
주변을 관찰하고 그 변화를 충분히 인식할 만큼 나름 오래 인생을 살다 보니, 서울에서도 그랬고, 베를린에서도 그랬고, 이런저런 이유로 내 주변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많이 본다. 그중 물리적인 규모 때문에 가장 체감이 쉽게 되는 것은 건물이다. 변화한다는 것을 때로는 옛 것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뜻을 의미하기도 한다. 건물이 낡아서, 건물이 안전하지 않아서 혹은 건물이 매력적이지 않아서와 같이 어느 정도 이해할 할 수 있을 법한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세상은 이상하다. 정치적인 이유로, 건물의 가치가 원하는 만큼 오르지 않아서, 건물이 팔리지 않아서 등 온갖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우리 주변의 것들은 방치되고 변화를 강요받는다.
트위터에 쓴 이야기인데, 나는 꽤 오래전부터 바이럴 광고와 스팸 댓글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내가 (네이버) 블로그를 떠난 이유도, 그럼에도 여전히 트위터에 남아있는 이유도 이런 난무하는 광고 속에서 1, 한국의 블로그 플랫폼에선 내가 어떤 이웃이나 구독자를 가지고 있냐 없냐와 상관없이 내 블로그 자체를 지키기 어렵고 (스팸 댓글./방명록이 난무), 2. 트위터에서는 내가 타임라인(팔로잉)을 잘 꾸미면 비교적 신뢰할만한 이야기 계속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마저 최근 변화로 인해 문제가 많아서 마음에 드는 상황은 아니다.)
인터넷의 바이럴 광고, 거리의 각종 종교단체 전도 활동 등은 우리 사회의 신뢰자본을 전역에 걸쳐서 다 망쳤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블로그 이웃이나 아니면 트윗을 보고 식당을 가고, 물건을 사고, 책을 사면서 큰 의심을 해본 적이 없었던 시절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글의 진의를 항상 확인하고, 계정의 순수성을 판단해야 한다. 그 글을 쓴 목적 자체가 돈을 벌기 위한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에 계속 살았다면 친구, 지인들의 추천 또한 아마 99% 의심했을 것이다. 그들이 추천했지만, 그 배경에는 바이럴 광고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한국 사회 일상에 광고가 깊숙이 스며들어있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쉽게 광고를 따라 소비를 하고 추천을 한다.
아무튼, 문제는 어느 순간 나 스스로를 돌아보니, 그런 것에 지쳐서인지 팔로잉도 쉽게 안 하고, 마음에 드는 블로그 찾아볼 생각도 안 하고, 특히 리뷰 글의 경우는 아예 손도 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면에서 예전의 인터넷 삶에 비해 훨씬 더 고립된 인터넷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김영대: 취향이라는 거가 내가 선택하는 거라기보단 남들이 정해놓은 거중에서 골라서 그걸 내 취향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심각하게 고민을 안 한다는 거죠.
민희진: 그게 시대의 편리함이 준 형벌이에요.
김영대: 그래서 우리가 라떼 이야길 한 거예요.
민희진: 어렸을 때는 이게 구하는 게 너무 어려우니까... 뭐 하나 음악을 찾아 듣고, 내가 찾아서 들어야 했거든. (인터넷에서) 디깅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돌아다니면서 막 구해야 했고, 수소문을 해야 되고.
- 민희진 라이브 풀버전, 스쿨 오브 뮤직 D-talks
https://www.youtube.com/watch?v=ZcA3DsP9r4A&list=WL&index=3
우리 시대엔 어떤 과정이 생략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돈을 내면 캐릭터 성장 과정을 아예 없애주는 P2W 게임이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고, 시간을 오래 들여서 캐릭터를 키우는 건 백수들이나 하는 멍청한 짓처럼 여겨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편리함으로 인해 과정이 생략되고, 돈을 벌기 위해, 더 주목을 받기 위해, 남보다 우월하기 위해처럼 과정이 아닌 결과의 만족과 우월성을 위해 끊임없이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따라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을 보여주는 세상이다. 실수로 한 노래를 클릭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해당 선택에 맞춰 추천 영상과 노래를 좌르륵 보여준다. 내가 실수했다는 것은 생각도 안 하고 말이다. 식당에는, 지하철에는, 카페에는 쇼츠의 굴레에서 벗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요즘은 인간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느낌이 든다.
'트윗'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트윗 14: 디깅 (0) | 2024.12.12 |
|---|---|
| 트윗 13: 몰랐지 (0) | 2024.12.09 |
| 트윗 11: 사진을 기억하는 방법 (0) | 2024.10.09 |
| 트윗 10: 내 집이라는 감정 (0) | 2024.09.20 |
| 트윗 09: 퇴거, 협상 그리고 이사 (0) | 2024.07.18 |